간화선이란 무엇인가 | 간화선의 A에서 Z까지

간화선이란 무엇인가 


수불 스님 

안국선원 선원장



불조(佛祖)의 가르침에는 인간 내면의 무명을 밝혀서 지혜를 깨닫게 하는 인류 문명의 혁명적 가치가 깃들어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인 ‘선(禪)’은 모든 이의 눈앞에 이미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진리의 실상을 일체의 사량분별(思量分別)을 떠나 단도직입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분법적인 세간 논리를 넘어서서 불이(不二)의 반야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자기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정신적인 벽을 온몸으로 돌파하는 수행 체험이 있어야 한다. 일찍이 알 수 없었던 벽을 타파하면 누구나 본래부터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자성(自性)’을 깨닫게 된다. 이 자성 밖에 따로 진리가 없으며 수행 기간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알고 보면 결국 자성을 깨닫는 것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초조 보리달마로부터 비롯된 선종은 육조 혜능(638~713)에 이르러 만개했다. 조계 대사 육조 혜능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이 본래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자기 성품(自性)’이 곧 부처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에 따라 8세기 전후에 육조의 법손들은 조사선을 꽃피웠다. 조사선이란 깨달음을 완성한 역대 명안종사들이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자성을 바로 눈앞에 드러내 보인 법문이다. 이 법문으로 말과 생각의 길이 끊어진 자리에서 자성을 명확히 깨달으면 자재한 삶을 누리게 된다.


선지식은 우리의 본질인 자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참문하러 온 수행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부 인연이 숙성되도록 단련시킨다. 의심이 목까지 꽉 차 있던 수행자는 선지식의 한마디에 언하변오(言下便悟)를 경험한다. 이렇게 상근기를 갖춘 학인들이 공부하던 조사선에서는 선지식께서 직접 눈앞에서 활구의심을 걸어주고 공부 길로 이끌어줬기 때문에 별달리 정형화된 화두를 참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간화선에서는 정형화된 1,700 공안을 통해서 활구의심을 하게 하는 방법을 대혜종고(1089~1163) 스님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다르다면 다를 것이다. 대혜종고 스님에게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지 못하는 재가의 사대부들이 참선을 통해 불법을 깨닫기를 원했으므로, 이들을 가르치는 현실적인 간화선 수행법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시절 인연 속에서 간화선이 완성되기까지 임제종 양기파의 오조법연, 원오극근, 대혜종고 선사 3대에 걸친 노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간화선의 완성을 앞두고 조사선을 펼쳤던 대혜종고의 스승 원오극근은 “독으로써 독을 제어하라(以毒制毒)”고 강조했다. 중생의 번뇌 망상이 너무나 깊기 때문에, 모든 분별심을 녹여낼 수 있는 화두의심으로 삼독을 쳐부수는 극약처방인 셈이다.


선(禪)은 항상 깨달음을 지향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맑은 상태의 물이라도 크게 한번 흔들어서 가라앉아 있는 것을 모두 드러나게 해 없애버린 후에, 흐름 따라 파도가 일어나더라도 물은 본래 맑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간화선은 화두를 통해 자기의 본심인 ‘자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선지식이 학인에게 본질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화두를 걸어줘서 스스로 정신적인 벽을 뚫고 나오도록 격발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지식이 믿음을 낸 학인에게 눈앞에서 화두를 들게 해 ‘참 의심’을 불러일으켜 깨닫도록 한 것이 조사선이다.


학인에게 화두 의심이 걸리면 화두에 집중할수록 의심이 점점 커져서 의정(疑情)이 되고, 그 의정이 커져서 의단독로(疑團獨露)하게 되면 시절 인연 따라 ‘돈오(頓悟)’를 체험하게 된다.


​조사선에서 파생된 ‘간화(看話)’란 말은 ‘화두를 참구한다’는 뜻이다. 스님들이 강원에서 경전을 공부하는 것을 간경(看經)이라 하듯이, 화두를 참구하는 것을 ‘간화’라 한다. 만약 화두를 자기 문제로 ‘의심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화두[活句]’가 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지나가버리는 ‘공허한 화두[死句]’에 지나지 않게 된다.


​간화선은 이렇게 인연 따라 1,700 공안 중에서 제시된 화두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온갖 혼침 산란과 역·순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시절 인연 따라 본래면목을 밝힐 수 있도록 장치된 최상승 수행법이다. 선지식에 인연해서 강렬하게 일어난 활구의심을 통해 학인의 번뇌 망상을 다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서 근원적 본심을 깨닫게 되는 수행법이다.


이와 같이 대혜종고 스님에 의해 완성된 간화선은 고려시대의 태고보우(1301~1383) 국사에 의해 깨달음으로 질러가는 지름길[徑截門]인 ‘활구참선법’으로서 제창되었다. 이후 간화선은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공식 수행법으로 정착해 내려오고 있다.


조계종의 근본은 인류 최고의 정신적 보물인 ‘법안(法眼)’과 ‘불안(佛眼)’의 안목이다. 불조의 정법에 따라 깨달음을 얻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며, 쉬우면서도 올바른 수행법은 한국 불교 최고의 자산인 간화선이다. 간화선이야말로 인간 정신이 도달한 최고봉이자 인류 구원의 최고의 방법론이라는 것이 역대 조사들의 고구정녕한 당부요, 소중한 유훈이다.


오늘날 한국 불교는 간화선 부흥의 역사적 사명을 맞이하고 있다. 간화선을 현대에 맞게 훌륭히 되살려내는 것이 한국 불교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한국 불교가 살아남아 세계 정신계를 이끄는 길은 깨달음을 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인 간화선법을 되살려내는 일이다.


올바른 간화선 수행을 통해 한국인이 심안을 열고 창조성을 발휘한다면, 간화선은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한류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수불 스님

범어사 주지와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안국선원 선원장, 부산불교방송 사장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 『간화심결 간화선 수행,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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