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기후 위기 탈출의 시작 |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기후 위기 탈출의 시작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단국대 석좌 교수


본지는 2021년 "육식을 줄이자"에 이어 2022년에 6개월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릴레이 칼럼을 싣는다.



근자에 들어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일회용품 사용이 부쩍 늘었다. 집콕족이 증가하며 배달 음식을 포함한 일회용품의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 비닐 및 종이 포장재 사용이 크게 늘면서 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한 것이다. 특히 편리성과 가성비 때문에 플라스틱류 일회용품 폐기물의 급증이 두드러지고 있다.


폐기물의 20~30% 급증은 폐기물의 적정 처리 시스템에 한계를 드러냈다. 2020년은 일 년 내내 폐기물 수거 대란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코로나19로 의료 폐기물(이도 다수가 플라스틱류 폐기물)마저 급증하면서 폐기물 처리의 병목 현상이 곳곳에서 목도되었다. 우리나라 폐기물 처리는 종량제 및 분리배출 원칙에 따라 주민들이 폐기물을 배출하면 공공 혹은 민간 업자들이 수거해 재활용재(판매로 수익 발생)를 선별한 후 남는 잔재물을 소각 내지 매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이러한 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앞서 있고, 또한 재활용률도 아주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개개인의 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그로 인한 폐기물 배출이 급증하면 지금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계속되는 ‘쓰레기 대란’의 우려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 고장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폐기물 정책의 성공은 국민 개개인이 일회용품과 같은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을 덜 배출하며, 배출된 폐기물을 더 많이 재활용 내지 재사용하는 여하에 달려 있다. 자원 순환 정책이 성공하려면 폐기물 발생과 처리 전 과정의 단계별 관리가 따라가야 한다. 그 시작점은 사이클의 첫 단계, 즉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덜 채취하고 또한 생산에 자원(과 에너지)을 덜 투입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최초 진원지에서부터 폐기물 발생의 소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폐기물 발생의 감량’이라 부른다. 생산자는 불필요한 일회용품, 특히 폐기물을 불필요하게 많이 배출하는 제품의 용기와 포장재의 생산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고, 소비자 또한 그 사용을 최대한 줄이거나 대체재 사용을 늘려야 한다.


재활용 확대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30% 줄어든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1톤당 평균적으로 약 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플라스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가 기상 이변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소비하는 데 몇 분 걸리지만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이렇듯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사용 증가는 폐기물 처리의 작은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는 큰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 특히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생활 속 탄소 발자국 줄이기 실천이며 기후 위기 탈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나라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식과 실천의 문제다. 환경복지 국가로 불리는 덴마크의 국민은 일인당 연간 4개의 비닐봉지를 소비하지만 우리는 백 배가 넘은 420여 개를 소비한다. 국민 개개인 수준의 환경 실천에서의 차이가 나라 전체의 환경 수준, 나아가 기후 위기 정도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어 버린 일회용품 소비의 행태를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성찰과 자각으로도 바꿀 수 있는 게 일회용품 소비 행태의 변화다.


아파트에 살아보면 어떤 집은 문 앞에 매일 여러 개의 택배물이 놓여 있는 걸 목격하게 된다. 택배물 중에는 스티로폼이나 비닐 등의 플라스틱 포장이 유독 많다. 카페에서도 다회용 컵(머그컵 등)으로 주문해 마셔도 되지만 그렇게 주문하는 소비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질은 세계 수준이지만 돈을 주고 페트병 물을 상용하는 개인과 가정이 적지 않다. 정수기를 사용해도 되고, 또한 필요하다면 정수기 물을 텀블러 등에 담아 다녀도 된다. 공중 화장실에 손 닦이 휴지가 대체로 비치되어 있지만 손수건을 갖고 다니면 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물건을 사면 대부분 비닐봉지에 담아주지만 헝겊 바구니와 같은 걸 가지고 다니면 하루에도 몇 개의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조금 걸어가서 사 먹을 수 있다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굳이 주문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바뀌면서 생산자도 바뀐다.


일회용품은 내가 쓰기에 편하고 또한 양도 적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러한 생각으로 일회용품을 24시간의 생활 속에서 연속적으로 쓰고 버린다.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커지는 효과, 즉 스노볼링 효과(snowballing effect)가 일회용품 소비 점증의 딜레마다. 우리의 작지만 성찰적 실천만이 이를 멈출 수 있다. 욕망의 소비 대신 필요의 소비, 일회용 소비 대신 다회용 소비, 지속 가능하지 않는 소비 대신 지속 가능한 소비로의 전환 가능성은 나의 작은 실천에 달려 있다. 내가 바뀔 때 지구가 산다.



조명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석사를 마치고 서섹스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8대 환경부장관, 제11대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 석좌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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