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 한국의 수행처, 적멸보궁 순례

 한국의 수행처 순례|5대 적멸보궁


붓다의 깨달음을 묻은 곳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상원사에서 왼편으로 비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계단으로 가파르게 나 있고, 또 하나는 자동차 길로 잘 닦여져 있습니다만 모두 중대 사자암을 거쳐서 올라가게 됩니다. 중대 사자암에서 600m쯤 올라가면 적멸보궁이 나오고 그 뒤에 약 1m의 작은 탑으로 조성된 그곳이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묻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을 찾은 날에는 비도 내리고 눈도 내렸습니다. 적멸보궁 뒤편 조그마한 언덕 위, 아담하게 조성된 작은 탑 안에 그 옛날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시던 부처님과 중국 오대산에서 자장(慈藏)의 꿈속에 나타난 부처님의 깨달음이 천 년의 비로 닦이고, 천 년의 눈으로 쌓이고 천 년의 바람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상원사 적멸보궁 사리탑. 자장은 귀국하며 모셔온 부처님 사리를 전국 각지에 나누어 모셨는데 현재는 통도사를 비롯해 설악산 봉정암, 영월 사자산의 법흥사, 태백 함백산의 정암사와 바로 이곳 오대산 상원사의 적멸보궁에 모셨다. 이 다섯 곳을 5대 적멸보궁이라 부른다.

부처님의 사리가 신라에 처음 들어온 기록은 6세기부터입니다. 이차돈이 법흥왕(527년) 때 순교해 불교를 공인한 지 20년이 지난 549년(진흥왕 10년) 양나라에서 심호(沈湖)라는 사신을 통해 부처님의 사리를 보내 진흥왕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백관과 함께 흥륜사에서 맞이했다는 것이 사리 전래에 관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신라의 자장율사는 그로부터 약 90년쯤 흐른 636년(선덕왕 5년), 당(唐)나라에 들어가 오대산 태화 연못가(太和池)에 있는 돌로 만든 문수보살 소상(小像) 앞에서 7일 동안 기도한 후 부처님으로부터 4행의 게송을 받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자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어서 자장은 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튿날 한 승려가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그리고 부처님의 사리를 가지고 나타나 뜻을 알 수 없었던 4행짜리의 게송을 풀이해줍니다.


오대산 적멸보궁 전경. 사진|백낙훈

그 게송의 첫행은 ‘아라파좌낭(阿囉跛左曩)’이었는데 그 뜻은 “일체의 모든 진리를 깨달았다(了知一切法)”였습니다. 고대 인도어를 연구한 한 학자는 ‘아라파좌낭’을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는 진언(다라니) ‘아라파차나(a-ra-pa-ca-na)’와 같다고 했으며, 경전으로 전해지는 바로는 이 다섯 글자의 진언을 잘 간직해 한 차례만 독송한 공덕으로도 위대한 반야(般若)를 곧바로 성취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티베트에서는 문수보살 찬탄문이라고 해 ‘옴 아라 빠자나 디’를 108 염주를 돌리면서 반복 염송한다고 합니다.


다음 날 나타난 승려가 바로 문수보살이었는데 자장은 이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정골(正骨, 머리뼈) 사리와 치아 사리, 몸 사리 100과와 부처님께서 입으시던 가사 한 벌을 받아서 643년에 귀국합니다. 불교의 삼보(三寶)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불법승(佛法僧)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불보(佛寶)는 부처님 당신이겠으나 부처님 열반 이후의 불보는 다름 아닌 부처님의 진신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열반을 지켜본 석가족 출신의 출가자 중 하나인 ‘아누룻다’ 존자가 읊은 아름다운 시(詩)가 눈비에 젖은 사리탑 안에서 들려옵니다.


“들숨 날숨이 없으신 분, 그러나 확고부동하신 분, 늘 한결같으신 분, 세상의 모든 욕망을 여의신 분, 이분께서 열반에 드셨네.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적멸을 이루시고, 등불을 끄듯 번뇌의 불꽃을 남김없이 끄시고 해탈에 드셨네, 적멸에 드셨네.” (『대반열반경』)


적멸(寂滅)이라 함은 번뇌 망상의 세계를 떠난 열반의 경지다. 열반에는 일체의 괴로움이 붙을 자리가 없는 곳이다.


적멸(寂滅)이라 함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괴로움도 붙을 자리가 없는 참나의 자리입니다. 1,500년 전 자장이 꿈속에서 부처님께 받았던 ‘아라파좌낭’은 바로 적멸 그것이었습니다. 두 그루 사라나무에 달빛이 걸린 채 열반에 드시는 부처님 얼굴 위로 그 빛을 뿌려 공양을 올리던 그날처럼, 자장의 꿈속에 나타나 ‘일체의 진리를 알았다’는 뜻의 ‘아라파좌낭(阿囉跛左曩)’을 일러주시던 그날처럼,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의 부처님께서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에게 지난 세월의 괴로움들은 모두 잊고 더없이 밝고 맑은 ‘적멸’이라는 희망을 담은 ‘아라파자낭’을 2022년 새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고즈넉하게 일러주고 계셨습니다.


글과 사진|오시환(서암)

농부작가로 활동하며 자비를 나르는 수레꾼 봉사팀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가 있고, 엮은 책으로 『무여선사의 쉬고 쉬고 또 쉬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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