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이
기다려지나요?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우울증의 첫번째 신호
점심시간이 되어갈 때 식욕이 있는가? 만일 식욕이 없다면,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있는가? 그것조차 없다면 우울증에 진입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식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차적 욕망이고, 이렇게 기본 욕망이 없어지는 것이 우울증의 첫 번째 신호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관찰’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는 행동 그리고 이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감정, 생각 등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여느 다른 행동보다 먹기는 매일 세 번 반복되는 일이고, 여러 감정과 생각이 동반된다. 그래서 명상 가운데 일상에서의 명상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것이 바로 먹기 명상이다.
먹기 명상은 먹는 행위를 할 때, 오로지 먹기에 집중하고, 먹는 시간에 머물러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신체 감각을 먹는 것에 활용하고, 감각뿐 아니라 감정이나 생각도 먹는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게 먹기 명상을 하면, 먹는 것이 주는 효능을 온전히 얻어낼 수 있다. 또 어느 시기에 먹기를 중단할 줄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는 식욕을 일으키는 작용을, 과식하는 사람에게는 과식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거기에다 먹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 하루에도 몇 차례 반복되는 행위이기에 자신의 일상 리듬을 점검하게 해주기도 한다. 배고픔과 먹기, 그리고 배부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책 등으로 이어진다.
마음챙김 먹기 명상으로 우울증 벗어나기
이왕 먹기 명상을 이야기해보았으니, 어느 먹기가 더 명상적인지 생각해본다.
1. 정 교수는 식사할 때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저 때우는 식사’와 ‘작정하고 맛있게 먹는 식사’가 그것이다. 그래서 정 교수가 추천하는 식당은 그야말로 맛집이다. 온전히 그 맛을 느끼면서 식사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식사만큼은 먹는 것에 마음을 두고, 먹기에 머무를 수 있다. 마음챙김이 저절로 된다.
2. 김 교수는 어느 식당을 가나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음식이 나오더라도 맛있게 먹는 김 교수와 같이 식사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도 어느새 맛있게 먹게 된다.
명상이 생활에 녹아 있다고 한다면 김 교수의 먹기가 명상적인 것 같지만 작정하고 마음챙김을 한다면 정 교수의 먹기가 더 명상적이다.
명상의 종류에 따라, 또 명상하는 사람에 따라 김 교수와 정 교수의 명상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먹는 것에 마음을 두고 먹기에 몰입하고 머물기 위해서는 정 교수의 명상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챙김을 끌고 와서 일상의 생활 속에 녹여낸다면 김 교수의 행위도 명상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렇게 먹는 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우울증에서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본다.
육식보다는 채식, 소식(小食)을 먹기 원칙으로
건강을 위해, 때로는 더 큰 뜻으로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하다 보면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채식을 하면서 과식을 한다면 채식을 시작한 근본적인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그래서 육식에서 채식으로 변화하면서도 소식(小食)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소식은 건강을 지키는 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하고, 또 맛있게 먹어야 한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할 먹기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양을
다양한 종류로
맛있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식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챙김 먹기가 된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한국명상학회 회장,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신심스트레스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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