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분노'가 치솟을 땐 자비 명상 | 정여울 작가의 책 읽기 세상 읽기


걱정 마세요, 사랑은 항상
당신을 사랑합니다

『쓰지 않은 마음』

타라 브랙 지음, 김성환 옮김, 한문화 刊, 2022

마음속에서 ‘화’나 ‘분노’ 같은 것이 치솟을 때마다, 나는 ‘자비 명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비 명상은 자기를 향한 공감(Self-compassion)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힘들거나 아플 때마다 전적으로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수호천사 같은 사람이 늘 곁에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 자비 명상은 바로 그 수호천사를 나 자신으로 만드는 일이다. 타라 브랙의 『쓰지 않은 마음』은 힘들 때마다 자기 안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 즉 자비 명상의 아름다운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타라 브랙은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실시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들려준다. 마음을 돌볼 여유가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거꾸로 마음을 돌볼 여유가 존재할 때,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삶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점이 친절과 자비의 마음을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연구자들은 ‘시간의 압박이 봉사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내기 위해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강의실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가야 한다는 공지를 들려주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서두르라는 공지를 들려주지 않았다. 두 그룹 학생들은 모두 강의실에 가는 도중, 거리에서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남자를 만났다. 시간이 촉박한 첫 번째 그룹은 10% 정도의 학생들만 남자를 도왔고, 반면 시간이 여유로운 그룹에서는 63%의 학생들이 남자를 도왔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상황만 없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이렇듯 남을 도와준다는 것은 ‘내가 지각을 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또 한편으로는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돕도록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타라 브랙은 이렇게 말한다. “서로를 보살피는 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절실한 과제이지만, 타인을 돕기 위해 계획된 경로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자신의 관심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타고난 민감성과 연민을 덮는 일종의 최면 상태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길이 된다.

누군가에게 친절함을 베풀기 위해 정해진 경로에서 기꺼이 이탈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그렇게 하기를 희망해본 적이 있는가? 아침마다 “오늘 하루 친절한 태도를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 저녁에는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당신의 마음을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보라. - 『쓰지 않은 마음』 중에서

타라 브랙은 『쓰지 않은 마음』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항상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는 처음에는 이 문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에 심장이 달렸나. 어떻게 사랑이 나를 사랑한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니 사랑이라는 마음 자체가 ‘누군가를 한 명 콕’ 집어서 어여뻐하는 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내가 어떤 일을 했든, 상관없이 피어날 수 없는 무한한 연민과 공감이었다.

우리가 오늘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그 어떤 사랑도 느끼지 못했다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닐까. 화내고, 또 화내고, 또 분노하느라, 내 곁을 감싸고 있는 사랑을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내가 화내는 마음을 보살피고 싶은 이유는, 화를 내느라 사랑을 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마음이 결국 자기비하와 자기혐오의 감정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 순간을 사랑의 언어로 물들이는 순간, 나에게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걱정 말길. 사랑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한다. 우리 곁을 늘 감싸고 있는 사랑의 공기, 사랑의 흔적을 결코 놓치지 않는, 아름다운 마음챙김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여울
작가, KBS제1라디오 <이다혜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 저서로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문학이 필요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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