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불교와 신경과학의 세계

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 대학교 니액 연구 교수



이번 호부터 신경과학 전반에 대한 중요한 연구를 살펴보고 불교와의 연관성 설명 등 불교의 과학성을 조명하는 <불교와 신경과학의 세계>를 격월로 연재한다.


 신경과학(神經科學, Neuroscience)은 두뇌를 연구하는 신경학(Neurology–두뇌를 신체의 신경 체계로서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나 신경생리학(Neurophysiology–두뇌와 뇌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 혹은 신경해부학(Neuroanatomy–두뇌의 생물학적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그리고 크게는 생물학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 고유한 연구 방향은 두뇌의 인지적 기능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두뇌를 단지 신체의 일부나 생물학적 기관으로 연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는 인지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이해하는 접근법이 현대인지과학의 주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억에서 수백 억에 달하는 뇌세포들의 복잡 다단한 생리화학적 기능들을 지각, 학습, 기억, 판단, 그리고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두뇌의 인지적 기능을 컴퓨터의 정보 처리 연산 모델로 분석하는 연구가 각광받고 있다. 반대로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의 전반적인 형태에 영감을 얻어 신경망(Neural Network) 회로라는 새로운 정보 처리 기법이 컴퓨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연구에 도입되었다. 즉 생물학이나 의학적 접근이 신경과학에서 물론 중요하지만 신경과학이라는 이름으로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이 학문의 성향은 다분히 인간 마음을 생물학적 정보처리 체계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과학을 이러한 학제적 과학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두뇌와 신경에 관한 학문이 신경과학이지만 그 근본은 마음을 알고자 하는 노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두뇌의 인지적 기능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두뇌의 구조와 기능을 마음과 연결해 연구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학문의 방법론(methodology)에 관한 질문으로 우선은 두뇌와 마음의 연결 고리를 밝히는 연구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두뇌 과학의 전반적인 방법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단원적(modular) 방법론이다. 두뇌의 구조와 기능을 특화된 모듈(module)들의 종합으로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두뇌의 후두엽(Occipital Lobe)에서는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데, 이 부분이 손상되면 지각 기능 중에서 시각 기능이 영향을 받게 된다. 즉 다른 인지 능력은 온전하지만 시각 기능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의 장점은 두뇌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구조와 기능을 특화된 모듈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의 두뇌를 자동차와 같은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엔진은 구동의 기능을, 변속기는 변속의 기능을, 브레이크는 정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두뇌도 각각의 부분이 정해진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체계의 총합이다. 두뇌를 설명하는 많은 교과서에서 두뇌의 기능을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두엽(Frontal Lobe)은 상위 인지능력, 후두엽(Occipital Lobe)은 시각 정보 처리, 그리고 변연계(Limbic System)는 감정과 정서의 처리 같은 방식으로 두뇌의 기능을 설명한다. 이러한 내용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두뇌는 보다 복합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점도 알려졌다.

 이러한 두뇌의 복합성은 두 번째 방법으로 설명된다. 두 번째 방법은 두뇌를 전체적인 혹은 총체적인(holistic or integrative) 시각에서 이해하는 방법이다. 두뇌를 각각이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들의 종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적 체계가 생물학적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지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 방법론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지각 능력은 특정한 두뇌의 부분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여러 부분이 협동해 담당하게 된다든지, 언어 능력은(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주로 좌측 뇌가 담당하는데, 좌측 뇌가 상해를 입은 경우(좌측 뇌의 뇌반구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상당 부분의 언어 능력을 우측 뇌가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든지 하는 경우를 보면, 두뇌는 고정된 구조를 가진 기계가 아니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임기응변하는 살아 있는 체계이고 주어진 문제를 단지 특화된 체계를 통해 해결하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두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즉 융통성과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뇌는 단지 정해진 기능을 독립적으로수행하는 체계의 연합이 아닐 수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이러한 두 개의 방법론(두뇌를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한 전체적 전략)중에 어떤 하나의 방법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두 방법론은 나름의 시각과 장점이 있고 주어진 인지 기능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두 방법론을 통해 두뇌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복합적 대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총합적 시각을 강조하는 두 번째 방법론은 불교의 명상이나 집중의 과정이 마음 전체에 깊은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의 변화와 각성은 바로 두뇌의 깊은 변화를 통해 가능할 것인데 이러한 두뇌의 변화는 단순한 두뇌의 한두 부분의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두뇌 전체의 잘 조절된 유기적 활성화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물론 모든 것은 호흡이나 집중과 같은 매우 직접적이며 신체적이고 또한 지각적인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명상의 시작점에 나타나는 이런 단순성은 결코 기계적 단순함에 머물지는 않는다. 신경과학의 두 번째 방법론은 바로 명상이 쏘아 올린 호흡과 집중이라는 작은 공이 현재 신경과학에서 실증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마음과 두뇌의 전체적인 변화를 어떻게 일으키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 될 것이다. 최근 신경과학은 이러한 명상을 통한 두뇌와 마음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명상 수행을 오래 한 사람들의 뇌는 오른쪽 해마, 안와전두피질, 시상, 하위 측두 이랑 등의 다양한 두뇌 기관들의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아일린 루더스(Eileen Luders) 박사의 연구에서 드러났다. 두뇌는 변화하고 성장하고 깨닫는 체계이기 때문에 짧은 순간의 집중과 마음을 가다듬는 작은 행위라도 깨달음을 향한 변화를 일으킬 힘을 지니고 있다.


 

석봉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경과학 박사 후 과정을 거쳐 현재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버니아 대학교(Alvernia University)에서 니액 연구 교수(Neag Professor of Philosophy)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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