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 시인은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불교 시라고 불러도 좋을 시편들을 줄곧 창작했다. 불교 사찰을 공간으로 한 시, 스님과의 인연을 담은 시, 속화되는 자신에 대한 경계로서의 시, 업설과 같은 교설을 풀어서 쓴 시, 구도의 시 등을 발표했다. 특히 문숙 시인의 시편들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시를 통해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가령 시인이 펴낸 세 번째 시집 『불이론』에는 다음의 시 「적자」가 실려 있다. “인생의 절반을 소비했다/ 날밤을 세운 날도 많았다/ 남은 거라곤/ 뉘 집 냄비 받침이나 되어 있을 시집 두세 권이 전부다/ 그동안 옆집 동갑내기 여자는/ 오 억짜리 아파트를 사서 십 억을 만들고 또/ 십 억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십 억을 만들었다/ 내가 지금 냄비 받침 같은 신세가 된 건/ 돈 없어도 배부를 것 같은 시에/ 홀딱 넘어간 탓이다” 옆집 동갑내기 여자처럼 재산을 늘려나갈 줄 모르고 시나 지어서 “냄비 받침 같은 신세”가 되었지만, 적자 인생을 살았지만, 그렇다고 부를 축적하는 일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 오히려 물욕 없이 사는 삶에 평온이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 듯하다.
시 「수종사 부처」는 수종사 절 마당에서 키우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종사 대중들은 개의 이름을 ‘무념’이라고 지었다. 이 시는 그러니까 ‘무념’이라는 이름의 개의 행동을 통해 불교의 무념(無念)과 무상(無想)의 가르침을 전파한다. 수종사의 이 개는 마치 바위처럼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고, 좋고 싫음이 없고, 그리하여 회피가 없고,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일이 없다. 마음이 텅 빈 상태로 지낸다. 구태여 속박하지 않아도 경계를 벗어나는 일도 없다. 시인은 이러한 개의 움직임을 보면서 상념을 떠나 담담한 상태를 지니고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솔직하게 생활 속 자신의 흠결을 성찰하고 그럼으로써 일신한 상태로 자신을 이끌려는 의도가 문숙 시인의 시에는 잘 엿보인다. 모든 진전된 수행이 참회에서 비롯되듯이 자신을 왜곡해서 바라보지 않고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그 면면을 숨김없이 바라볼 줄 아는 것, 이것도 수심(修心)하는 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