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편안함을 위한 명상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이 가운데 생(生)과 노(老), 그리고 사(死)는 시간의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하고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병(病)만큼은 극복의 대상이고 예방의 주제다.
진료하면서 고통과 증상, 그리고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다시 그러한 고통과 증상,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료 상담을 나누게 된다. 환자에게 제시되는 스스로의 노력, 바로 명상이다.
명상(Meditation)은 의학(Medicine)과 같은 어원에서 시작되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명상과 의학 모두 질병의 치유라는 목적이 있다.
병원 현장에서 명상의 목적은 질병의 치유를 위해 개인이 스스로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명상을 실행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충분하게 안정된 상태에서 자신의 고유의 리듬을 확보해 자생력을 가진 인간이 되는 것이다.
두한족열(頭寒足熱), 한의학에서 제시하는 신체의 최적의 상태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균형과 조화, 그리고 역동성을 담보로 하는 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찬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면서 지속적인 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처럼 찬 기운이 밑에 있으면 점점 아래는 차지고, 따뜻한 기운이 위에만 있게 되면 위는 더 더워지게 되면 결국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은 분리되어 병으로 이행하게 된다. 두한족열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몸의 현상인 동시에 스스로 만들어낼 수도 있는 상태다.
신체의 최적 상태 : 두한족열(頭寒足熱), 상체는 시원하고 하체는 따뜻하다.
한열이 순환되어 조화를 이룬다. 한열이 한편으로 치우치게 된다.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경험해보자.
“아침부터 걷기 운동을 부지런히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루에 계획했던 운동을 충분히 하고 이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아침에 100이라는 에너지로 시작했지만, 운동을 마치고 나니 30이 겨우 남았다. 휴식을 취하려고 누워서 심호흡한다. 아침나절 열심히 걸으면서 운동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운동한 이후 찾아오는 피로가 휴식을 통해 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발이 따뜻해지고, 머리는 시원해진다. 에너지가 30에서 시작해 점차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고, 30분이 지나면서 다시금 100까지 도달함을 느낄 수 있다. 아주 빠른 시간에 에너지가 회복되고 다시금 건강한 자신의 몸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작정하고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보자. 5분의 시간만 있다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리고 자주 활용해본다.
<5분 명상법>
● 눈을 감습니다. 천천히 눈을 감음으로써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을 줄이고 주의를 자신에게 돌립니다.
● 호흡에 집중합니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함으로써 이완의 상태를 만들고, 규칙적인 호흡으로 자신을 원래의 리듬으로 돌려놓습니다. 고유의 리듬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 편안한 자세를 취합니다. 의도적으로 어떤 자세가 나에게 편안한지 확인하고 몸이 충분히 이완되도록 합니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심지어 서 있는 경우라고 해도 몸의 어느 부위가 안정되게 지면에 안착되어 있음을 확인합니다.
● 이완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을 관찰합니다. 손은 몸의 변화를 확인하기에 좋은 부위입니다. 손바닥이 따뜻해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흡과 심장의 리듬이 규칙적이고 편안한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몸에서 나타나고 있는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인 두한족열을 확인합니다. 신체의 최적의 상태를 관찰하고, 또 의도적으로 만들어봅니다.
● 하루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해 보람과 감사를 느끼고, 충분한 이완의 상태에서 휴식을 통해 에너지가 충전되고 자신의 몸 상태가 다시금 건강해지는 것을 확인합니다.
●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관찰합니다. 충분한 이완 상태에서 나타나는 몸의 변화, 평화롭고 안정된 상태에서의 마음의 변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을 확인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진 최적의 상태가 됨을 확인하며 시간을 두고 지금의 상태를 느끼고, 기억에 담습니다.
● 심호흡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몸 여기저기를 조금씩 움직여서 각성한 후 눈을 가볍게 뜹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작정하고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최적의 상태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찬찬히 관찰함으로써 최적의 상태를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익숙하게 하고, 또 기억되게 한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언제라도 불러내어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스스로를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작업. 바로 명상을 하는 것이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한국명상학회 회장,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신심스트레스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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