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감정 다스리기 - 내 감정과 잘 지내는 법


명상을 통한 감정 다스리기
다양한 감정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방법

신진욱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명상은 감정을 명확하게 자각하게 도와준다
처음 명상을 배우는 사람들은 감정을 모두 없애려고 노력한다. 그리고는 명상으로 인해 우리의 감정이 무미건조한 무채색 감정으로 변해서 다양한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명상은 우리가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자신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더욱 명확하게 자각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사전에서는 감정을 ‘육체적 고통을 경험할 때 느끼는 빨라진 심장 박동, 거친 호흡, 울음 또는 떨림과 유사하게 흥분하거나 당황하거나 불안할 때 경험하는 증폭된 정신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감정에는 이런 거칠고 불편한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감정도 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감정 에너지는 마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전자 회로가 언제나 ‘켜져’ 있는 상태와도 같다. 이 에너지는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무덤덤하거나 상관없이 모든 감정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 우리는 이 미세한 감정 에너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로 살아간다. 물론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강렬해지면 알아차릴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에너지는 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전압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무엇인가가 우리를 자극할 때 감정이 급격히 증폭한다.

감정과 잘 관계 맺기
이제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함께 살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명상이 다양한 감정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우리가 그 감정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따라 그 감정에 오래 붙잡혀 있을 수도 있고, 더 빨리 쉽게 내려놓을 수도 있게 된다. 명상을 통해 감정과 잘 관계 맺는 방식을 배운다면 우리는 감정이 고통이 아니라 대단한 지혜를 담고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다.

감정을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몸의 감각적 경험,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의 움직임 그리고 생각과 감정의 흐름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을 통해 현재의 순간에 자신을 온전히 맡겨 보자. 의식이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다시 의식을 제자리로 데려다 놓아보자.

이러한 수행을 통해 알아차림이 조금씩 확대되면,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하던 감정에 대해서도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가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하여 명료하게 알아차릴수록 깨어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짧은 찰나에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또한 얼마나 강렬한지를 느껴보자. 때때로 어떤 감정이 끈질기게 찾아오고 어떤 감정이 비교적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지를 더욱 정확하게 알아차려 보자. 이때 명상 중에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특정 감정에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멈추고, 감정 그 자체의 본질적 측면에 애정 어린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개방적인 태도로 임해보자. 그렇지 않으면 ‘좋은’ 감정은 열심히 쫓아다니고 ‘나쁜’ 감정은 없애려 드는 자아의 오래된 습관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감정은 또한 우리가 주변 환경, 상황과 사람들을 인식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는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은 우리와 세상 사이에 놓인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감정이라는 오염된 필터로 인해 우리는 주변 세상에서 일어나는 실제 모습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 이는 한때 느꼈던 과거의 감정과 그 감정에 대해 습관적으로 기우는 마음의 경향성 때문이다.

명상은 삶을 창의적인 에너지흐름으로 이끌어간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감정 에너지는 창의적인 힘과 지성의 무한한 원천이다. 감정은 신체 내 에너지와 소통하여 마음과 몸 안에 깃든 괴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 감정 그 자체보다는 그 감정에 반응하는 우리의 방식이 문제를 일으킨다. 삶을 경험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감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이 확대되면 단순히 감정을 ‘좋음’과 ‘나쁨’으로 양분하는 단편적인 자세를 초월하여 감정을 통해 창의적인 에너지 흐름으로 삶을 이끌어 나아가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학교 선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MSC Trained Teacher,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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