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일생과 죽음

특집 | 죽음은 윤회와 열반의 갈림길이다

붓다의 생애와 죽음 문제

안양규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부처님의 일생과 죽음
불교는 어떤 종교나 사상 철학보다도 죽음을 핵심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불교의 문제의식은 부처님의 일생에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의 출생, 유년 시절, 출가 수행, 정각, 그리고 입멸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일생에는 죽음과 그 해결이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ttha)의 생애에서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만남은 생모 마야부인의 죽음이다. 아들 싯다르타를 낳은 지 7일 만에 마야부인은 죽었다. 왕자는 친모의 부재, 즉 죽음에 대해 일찍부터 깊은 사색을 했을 것이다. 농경제에서 왕자는 직접 죽음의 문제를 목격하고 고민했다. 농부의 쟁기질에서 나온 벌레를 새가 날아와 물고 날아간다. 벌레와 새의 먹이사슬을 보여준다. 약육강식의 현장을 목격한 왕자는 생존하기 위해 죽이고 죽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죽어가는 새를 구한 이야기도 역시 왕자의 죽음과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여준다. 갑자기 화살에 맞은 새가 바로 왕자의 눈앞에 떨어져 바동거렸다. 왕자는 즉시 달려가 간호해주고, 자신의 품속에 넣어 따뜻하게 해주었다. 죽어가는 새를 보호한 것은 생명에 대한 왕자의 존중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왕자의 번민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사문유관(四門遊觀)에서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왕자는 동문 밖을 나가 동산으로 가던 중 노인을 보고, 남문 밖에서는 병자를 보고, 서문 밖에서 시신을 목격한다. 왕자는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어 소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되뇌인다. 왕자는 세상의 모습에 탄식했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왕자는 타인의 죽음을 보고 자기의 죽음을 예상하며 진정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언제든지 목숨 끊겨 죽을 수 있으므로 무의미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들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을 젊었을 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은 현재 우리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 불교는 이와 같이 붓다의 생로병사에 대한 문제의식과의 대면을 통해 시작되었고 생사의 극복을 가장 중요한 종교적 목적으로 삼았다. 사문유관 일화 중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절실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병·사(老·病·死)를 벗어나기 위한 출가
노·병·사(老·病·死)의 실상을 목격하고 번민하던 왕자는 출가한 수행자를 만나면서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붓다는 출가 목적을 노·병·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지금 차라리 병이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구하고,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근심 걱정도 없고 더러움도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구하자.” 붓다가 출가한 것은 병듦이 없고, 늙음이 없고, 죽음이 없고, 근심 걱정 번뇌가 없는 가장 안온한 행복의 삶, 즉 열반(涅槃)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 세상에 만약 늙고 병들고 죽는 이 세 가지가 없었다면 여래(如來)는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병·사에서 벗어난 열반을 추구하기 위해 왕자는 출가한 것이다.

이처럼 왕자는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찾기 위해 왕국을 버리고 출가했다. 나 자신도 결국 죽어야 하며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자각에 젊은 왕자는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출가한 것이다. 열반을 향해 출가할 때 왕자는 젊은 청년으로서 한창 나이인 29세였다. 왕자가 출가하자 부모가 울부짖고 여러 친척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왕자는 생사 해결을 위해 출가 수행했다.

불교의 최종 목표는 열반
죽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 출가를 단행한 태자는 6년의 고행 끝에 마침내 정각(正覺)을 성취하고 생사 문제의 해답을 발견한다. 붓다는 이 세상에서 정신과 육신에 대한 갈애를 끊어버리고, 오랜 세월 잠재하던 악마의 흐름을 끊어버린 것이다. 정각 직후 붓다는 옛 동료 수행자인 다섯 비구에게 노·병·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는 병이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구하여 병이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얻었고, 나는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근심 걱정도 없고 더러움도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구하여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근심 걱정도 없고 더러움도 없는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는 앎이 생기고, 소견이 생기고, 결정된 도품법이 있어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노·사(老·死)는 출생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다시 출생하지 않아야 노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노사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늙음·병·죽음은 젊었던 몸을 무너뜨린다. 건강하고 아름다울 땐 그렇게도 좋지만, 질병과 노화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어 해체되는 것이 육신이다. 일취월장하는 의학과 생명과학의 발달 덕택에 미래에 비록 몇 백 년까지 오래 산다 해도 질병, 노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마침내는 모두 죽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질병, 노화, 죽음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열반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이 없는 것을 구하려면 오직 이 열반의 길만 있을 뿐이다. 그것엔 출생도 없고 죽음도 없어 육신이 겪어야 하는 모든 고통이 없다는 것이다. 육신의 안녕이나 영생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붓다의 육신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생멸하는 육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생·로·병·사가 없는 열반이 불교의 최종 목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이 깨어 있는 불방일의 가르침
입멸하려는 붓다에게 제자가 세상에 더 머물러달라고 기원하자 붓다는 가르치고 있다. “부처님께 세상에 오래 머물도록 청하지 말지어다. 너도 보거니와 부처님들의 육신도 모두 무상한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란 죽고야 말고 목숨이 길다 해도 끝이 있다. 젊었던 나이라도 오래 못 가고 건강한 육신도 병고에 침노 당한다. 이 목숨은 죽음이 삼켜버린다. 어떤 것도 상주하지 않는다.” 붓다의 육신도 무상해 소멸하는 것이므로 무상을 철저히 자각하라는 것이다.

붓다가 사라쌍수 밑에 누워 입멸 직전 그 제자들에게 남기신 최후의 말씀은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이제 나는 너희들에게 말한다. 제행(諸行)은 소멸되게 마련이다. 방일하지 않고(appamādena) 정진하라.” 불방일(不放逸)의 원어는 appamāda 인데 부정 접두사 a와 pamāda로 이루어진 말이다. 방일(pamāda)은 어떤 자극으로 정신이 마비된 것을 가리키는 말로 특히 만취한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불방일은 마음이 깨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무엇인가를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diligent) 아니라 마음이 또렷이 각성(覺醒)한 상태(vigilance)이다.

불방일의 가르침은 결국 붓다[깨어 있는 자, 覺者]라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다. 붓다가 최후의 유언으로 불방일을 남겼다는 것은 붓다 자신도 최후 순간까지 “깨어 있음”을 의미한다. 붓다의 최후 가르침은 무상에 대해 철저한 자각과 거기서 벗어난 세계에의 추구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붓다는 생멸에 종속되어 있는 무상한 법에서 생멸을 초월한 세계를 추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무상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불방일을 제시하고 있다. 순간순간 자신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붓다가 열반에 들기 전 각종 선정을 출입한다. 제4정려에서 나온 직후 반열반에 든다. 붓다의 입멸 과정이 정각처럼 선정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붓다는 마지막 순간까지 늘 “깨어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깨어 있는 자”를 의미하는 붓다(Buddha)라는 용어가 역사적인 붓다에게 가장 맞는 호칭일 것이다. 육신이 죽는 순간에서도 의식이 혼미한 것이거나 신비로운 황홀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과 그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또렷하게 깨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의 탄생을 전하는 문헌에서도 붓다는 탄생할 때 또렷이 깨어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탄생부터 입멸까지 붓다는 온전하게 깨어 있는 사람(覺者)이었던 것이다.

● 이 글은 본인의 저서 『불교의 생사관과 죽음 교육』(pp.13~38)에 근거한다. 아울러 또 다른 저서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도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안양규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과 동국대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의 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불교의 생사관과 죽음 교육』,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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