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리더십 5
붓다 리더십의 현대적 의의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학부 교수
부처님은 약 2,700여 년 전 중도(中道)의 수행 방법을 통해 성도를 이루신 이후 45년간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스스로 법륜을 굴리셨다. 이 과정에서 아라한과를 증득한 수천 명의 직제자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많은 불자들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한 불교 교단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동서양을 넘어서 지구촌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처님은 전무후무한 리더십을 발휘하셨고, 그러한 붓다 리더십은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리더십 이론은 리더의 개인적 특성을 중시하는 자질론, 리더의 행동 유형을 분석하는 행동 이론, 상황에 적합한 리더를 판단하는 상황 이론, 그리고 획기적 변화를 유도하는 변혁적 이론 등으로 발전했다. 현재 학계에서의 리더십 연구 경향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경청과 공감 그리고 집사와 같은 역할을 강조하는 봉사 리더십, 스스로 자신을 참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실현하는 셀프 리더십, 타인의 근기에 개인차가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적 자세를 보이는 윤리적 리더십,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더불어 타인의 감성이나 욕구를 잘 배려하는 감성 리더십, 강력한 지도력으로 대중을 통합하고 이끌어가는 카리스마적 리더십,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의식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촉진하는 변혁적 리더십 등과 같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 훈련 과정을 통해 추종자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슈퍼 리더십과 멘토링이나 코칭과 같이 리더십과 유사한 개념들도 제시되고 있다.
부처님이 발휘한 리더십의 양태를 분석해보면 현대적 리더십 이론들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부처님이 보여준 리더십과 가장 근접한 현대 리더십 이론은 슈퍼 리더십(Super Leadership)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삼독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켜 성불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슈퍼 리더십을 발휘했다. 추종자의 역량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은 근기를 파악하는 것이고, 때로는 멘토가 되기도 하고, 코칭을 통해 수행자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부처님은 많은 성문 제자들이 아라한의 경지를 체득하고 불교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모든 사부대중이 각자의 신분에서 모범과 척도가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들을 발굴했고, 제일가는 특성을 지닌 십대 제자들을 언급함으로써 귀감이 되도록 했다. 사리불을 지혜제일이라 하고, 목건련을 신통제일이라 한 것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가르침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아라한과를 체득한 제자들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설한 것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가 슈퍼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은 카리스마, 개별적 배려, 감화력, 지적 자극, 그리고 쇄신과 변화 추구 등의 요소들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체득한 성도의 지혜에서 발휘된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로 현재까지 누구도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처님은 대체불가의 카리스마적 특징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무상정등정각에 도달하신 이후에 부처님은 설법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했고, 귀의하도록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는 카리스마적 법력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부처님은 개별적 배려(individual consideration)의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개별적 배려는 근기에 부합하는 대기설법(對機說法),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응병여약(應病與藥)의 가르침 등으로 나타났다. 부처님은 신분, 연령,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해 설법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함으로써 각자가 대자유와 대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부처님의 감화력(inspiration)은 설법을 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고, 신구의 삼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서원(誓願)을 세우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님의 전법 교화 활동은 스스로 법륜(法輪)을 굴릴 수 있는 복덕과 지혜를 갖추도록 촉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감화력은 위의를 갖추고, 직접 실천하며, 매일 걸어서 탁발하고 직접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저절로 형성된 것이다. 부처님께 감화를 받은 사람들은 삼보에 귀의하고 불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신행 활동에 참여했다.
부처님의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은 스스로 지혜를 체득하도록 촉진하는 방법으로 구현되었다. 지혜를 체득하는 방법으로 부처님이 제시한 가르침은 사성제(四聖諦)를 삼전(三轉)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삼전십이행(三轉十二行)이라고 하는데, 고집멸도 사성제를 시전(示轉), 권전(勸轉), 증전(證轉)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말한다. 시전은 “이것이 고집멸도 사성제다”라고 나타내 보이는 것이고, 권전은 “괴로움을 알고, 그 원인을 끊고, 괴로움을 소멸시키고, 도를 닦아야 한다”라고 권하는 것이며, 증전은 “스스로 고집멸도 사성제를 증득하는 것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깨닫도록 밝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사성제의 이치를 깨우치고 배운 데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라한의 경지를 체득하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을 지혜의 길로 이끌기 위한 부처님의 설법은 매우 강력한 지적 자극제가 되었고, 서로가 이익이 되고, 향상의 길로 나아가고, 조건에 제약받지 않는 열반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부처님이 보여준 지적 자극의 변혁적 리더십은 동서고금을 초월해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밝은 지혜, 즉 명지(明智)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처님의 리더십은 불자들로 하여금 현재의 삶 속에서 직면한 굴레를 벗어버리고 변화와 쇄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을 바꾸라는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삼보에 귀의한 불자들은 탐진치(貪瞋癡) 삼독심을 버리고 교만과 의심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즉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우친 사람들은 변화하는 삶, 즉 화생(化生)으로 다시 태어나는 환희심을 갖게 된다. 즉 중생심을 버리고 보살행을 실천하고, 지혜를 체득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부처님은 중생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욕심에 끄달린 삶을 버리고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분노의 마음을 내려놓고 용서하고 배려하는 삶으로, 그리고 무지에서 벗어나 인과법의 지혜를 체득한 삶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하심(下心)을 통해서 교만심을 잠재우고,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는 확신으로 의심의 늪을 건너도록 이끌어주었다.
현대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처님의 리더십은 조직적 리더십이다. 부처님은 스스로 교단이나 종단을 만든 바가 없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수행자들은 설법을 통해 대중을 교화하고, 삼보에 귀의케 했으며, 그 감화를 입은 불자들은 사찰을 기진(寄進)하고, 불교의 사부대중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러한 불교 공동체는 오계와 십선계, 보살계 등을 실천하고, 출가자를 중심으로 하는 승가 공동체는 율장 정신을 바탕으로 그 시대에 부합하는 행위 규범을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다.
부처님의 리더십은 윤리적 규범을 중요시하는 불교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조직화된 리더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리더십은 사찰, 불교 단체, 종단, 교단 등으로 확산되는 자발적 결사체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이렇게 형성된 조직화된 리더십은 부처님의 전법 교화 정신이 세세생생 많은 사람들에게 이어지는 공덕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처님의 리더십은 개별 조직의 차원을 뛰어넘어 온 세상이 불국정토로 변할 수 있는 촉진제이면서 동시에 모범적 사례를 만드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보에 귀의하고, 보살행의 실천을 서원한 불자들은 모두가 공존공영할 수 있는 불국정토 구현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처님의 리더십은 종교를 초월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 리더십은 다양한 경전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자극을 주고, 지혜로 나아가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지계 리더십은 사회를 윤리 도덕이 중시되는 규범적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부처님의 수행 리더십은 우울, 분노, 불안 등 여러 가지 정신적 갈등과 혼란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정신적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체득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처님의 설득 리더십은 설법을 통해서 현대인을 어떻게 설득하고 감화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현대 사회는 특정한 지도자의 지도력에만 의존하는 사회가 아니다. 구성원 각자가 바람직한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활력을 갖춘 추종자가 될 때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리더십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자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리더십은 수기성불(授記成佛) 사상으로 구체화되었고, 누구나 사회적 고통을 완화하는 보살형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며, 전통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절인연이 도래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인터넷에 기반한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고 있다. 더욱이 기존의 가치관과 사상에 안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때에 부처님이 보여준 리더십은 향후에도 많은 수행자들을 통해서 한량없는 사람들을 이익과 향상과 행복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김응철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행정학 박사). 현재 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문화 치유 명상 프로그램을 보급하기 위해 사단법인 ‘동명’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10분 치유명상』, 『부처님 직제자들의 수행과 포교 이야기』, 『둥근 깨달음 천수경』, 『재가불자가 되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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