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벗하기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독일의 의료보험 체계에는 온천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에 들어가 온천을 하면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직접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모델이다. 우리나라의 치유원에도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온전한 삶에 대해 천인상응(天人相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이 주는 지혜를 인간이 닮아가면서 자연 치유력, 요즘으로 말하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도심에 사는 사람에게 자연환경이 제공되는 시골에서 단 3일만 보내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안정되는 알파 뇌파가 나타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감소하며, 면역력의 지표인 NK세포는 증가한다. 이른바 성인병의 지수인 혈압과 당 수치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자연이 주는 건강과 삶의 지혜를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나기만 하면 자연으로 떠나고 있다. 산림 속에서 걸으면서 신체적 건강을 확보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자문자답하면서 고민과 갈등을 해결하고 때로는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자연과 만나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아쉽지만, 무엇을 했나를 집으로 돌아와 생각하면, 자연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정작 자연 속에서 도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도 한다. 실상 자연휴양림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장소는 자연이지만, 도심의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차로 통나무집의 정문까지 가서 짐을 내린 후 바로 바비큐 준비를 한다. 도심의 대형 할인점에서 사 온 음식 재료로 푸짐한 밥상을 차린다. 화려하게 준비된 식단에 과식하게 된다. 자연에서의 음주는 취하는 것을 줄여주어 도리어 도시에서보다도 과음하게 된다. 과식과 과음은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 다음 날 아침까지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달래주면서 충분한 휴식이라는 결과로 늦잠을 자게 된다. 그리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짐을 챙긴다.
그렇다면 자연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일단은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휴양림이나 산림 치유원에는 숲에서 보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므로 준비된 프로그램을 따라 하기만 해도 된다.
● 시간이 확보되면 그만큼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먼저 자연과 리듬을 맞춰본다. 우선 아침 기상 시간을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기상한 뒤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숨결을 느껴본다.
● 그다음으로는 자연을 느껴본다. 자연과 나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활용해야 한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와 맛, 그리고 손의 촉감으로 자연과 만나는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름드리나무를 감싸 안아본다.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있다.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을 땅으로 내리고, 또 땅에서 받은 기운을 하늘로 올리고 있다. 나무를 감싸 안고 이 기운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 느끼는 작업이 끝나면 자연과 대화를 시도해본다. 이른바 교감을 하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마음을 두어 자연과 교류하는 것이다. 숲에서 발바닥으로 땅을 밟고 다른 감각으로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바로 자연과의 대화고 교감이다.
● 그리고 이제 시간이 남으면 소박한 식사를 한다. 가벼운 식사로 자신이 몸과 정신에 무거운 짐을 안기지 않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자연인의 하루. 도시인들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자. 자연과 벗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에너지와 기(氣)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자.
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기획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한국명상학회 회장, 한방신경정신과학회, 신심스트레스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