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 예방법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옛날 속담에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기와 여름 감기는 다른 것일까? 일반 감기와 여름 감기의 차이점과 예방법을 알아보자.
왜 감기에 걸릴까?
일반적으로 감기는 코와 목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상기도 감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기는 단순히 몸이 피곤하거나 추운 곳에 오래 있었다고 걸리는 병이 아니다. 원인균에 의해 걸리게 된다. 감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90% 이상이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100여 종으로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있다. 그중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코감기가 가장 흔하다. 감기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하며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감염되는 경로를 거친다.
감기의 증상은?
흔히 콧물이나 코 막힘, 두통, 미열 등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는 코감기가 있다. 인후통, 인후 건조증 또는 쉰 목소리 등이 주 증상인 목감기와 기침, 객담 등이 주로 나타나는 기침감기 등으로 분류된다. 대개는 발열이나 오한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감기는 소홀히 하면 합병증을 잘 일으킨다. 치명적인 질병도 처음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이염, 축농증(부비동염), 기관지염, 폐렴, 뇌막염 등 합병증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밖은 불볕더위·안은 쌀쌀, 과도한 냉방 ‘여름 감기’ 일으켜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호흡기에 염증이 생겨서 오는 질환이다. 그러나 여름 감기는 바이러스보다는 급격한 온도 변화 등에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냉방병이다. 실제로 바깥 기온보다 실내 온도가 5~8℃ 이상 낮은 곳에 장시간 머물면 ‘이상냉감’에 의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사람은 기온 변화에 인체가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몸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실내 온도가 낮으면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여름 감기는 열이 많이 나거나 배탈, 설사, 구토 등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감기의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과 다르다. 특히 감기에 걸리면 체온이 올라가는데, 여름 감기의 경우 더운 날씨가 체온을 올리기 때문에 체온을 정상적으로 잡기가 힘들다.
중이염, 레지오넬라로 인한 폐렴 등 2차 감염 주의
감기에 걸렸다면 일단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실제로 여름철 감기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비염이나 중이염, 천식, 레지오넬라 증 다른 질병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다. 중이염이란 고막 안의 중이 부분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 감기를 앓다가 후유증으로 발생, 갑작스럽게 귀가 아프다고 하며, 열이 발생하고, 전신 불쾌감과 함께 청력 감소를 호소하게 된다. 특히 레지오넬라(Legionella)증은 몸살감기와 비슷하지만 치료를 미뤘다가는 폐렴으로 쉽게 진행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 냉방 설비용 냉각탑 수조에 서식하고 있다가 에어컨을 가동하면 건물 전체로 퍼져 나가는 박테리아로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침투한다. 폐렴으로 진행될 경우 치사율이 39%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두통, 근육통과 함께 오한, 발열, 복통,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여름 감기 예방 수칙
1) 실내외 온도 차이가 5℃ 이상 나지 않도록 하고 소매가 긴 옷이나 담요 등을 지참해 체온을 조절한다.
2) 틈틈이 바깥 공기를 쐬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3) 소화기 증상을 동반한 여름 감기는 탈수 증상을 유발하므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차가운 음료나 빙과류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니 너무 찬 음료는 피한다.
4) 에어컨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환기에 유의해야 하고 틈틈이 바깥 공기를 쐬도록 한다.
5) 에어컨 필터는 1~2주에 한 번씩 청소해주는 것이 좋다.
6) 초기 증세에는 소금물로 입 안을 자주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천웅|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수료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임상교수, 동수원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클리닉 방문교수를 지냈고, 현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이자 강동경희대의대병원 호흡기센터 센터장 겸 호흡기내과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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