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닦는 마음|2024년 캠페인 "우리 함께해요!"

지구를 닦는 마음
- 플로깅으로 세상 보는 눈을 바꾸고, 세상과도 연결한다

황승용
(사)지구닦는사람들 대표


◦ 600명 넘는 ‘닦원’들 매일 전국에서 쓰레기 주우며
‘나를 둘러싼 자연과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 실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거북이 코에 빨대가 낀 영상을 보고 느꼈던 불편함. 그리고 그 거북이를 구하기 위해 쓰레기를 줍는 여덟 살 어린이를 보고 느낀 부끄러움. 이 두 가지 감정은 나를 하루아침에 쓰레기를 줍는 사람으로 바꾸었고, 지금도 ‘지구를 닦는 삶’을 사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동네 쓰레기 줍기부터 마라톤을 뛰면서도 쓰레기를 줍는 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시민들이 있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에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고, 4년이 지난 지금은 600명이 넘게 모인 국내에서 가장 큰 환경 관련 오픈 채팅방이 되었다. 나는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법인을 설립했고, 출근하면 회사원으로 퇴근하면 법인 대표로 3년째 이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의 이름은 와이퍼스로 닦는 사람(WIPER)과 지구(EARTH)의 합성어이며, 지구 닦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지구를 닦는다는 말이 생소할 수 있어 부연설명을 하자면 ‘나를 둘러싼 자연과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을 의미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을 넘어 그 쓰레기는 왜 여기에 버려져 있는지를 고민하고,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줍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대표인 나-닦는 사람의 장(將)으로 줄여서 닦장이라고 부른다-와 구성원인 ‘닦원’들로 구성된다. 매일같이 전국에서 자신의 지구로운 실천을 인증하면, 서로가 응원하고 칭찬하며 따뜻한 분위기로 운영되고 있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도 빗물받이 덮개까지 들어내고 쓰레기를 줍는 닦원분들을 보면 대표인 나 역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 플로깅은 세상 바라보는 눈 바꾸고 환경 위해 함께할
‘사람들’의 인식 개선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시민 활동
쓰레기를 주우면 정말 세상이 깨끗하게 변할지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5년 넘게 쓰레기를 주운 사람으로서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다. 담배꽁초를 예로 들자면, 1년에 우리 단체가 10~20만 개비를 줍는다고 쳐도 매일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이 1,246만 개비이다. (환경부의 추산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논리로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테이크아웃 컵 역시 매년 83억 개가 버려진다.

그렇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장마철에 하수도가 역류하게 만들고, 필터에 포함된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우리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5%밖에 재활용이 안 되는 테이크아웃 컵 역시 빨대가 꽂힌 채로 고슴도치마냥 여기저기 버려진다. 그렇게 모인 컵은 소각도 불가해 포화 상태인 매립지를 채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플로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쓴 책 『지구 닦는 황 대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기에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을 줍는 사람에게 각인시키고, 줍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며, 쓰레기를 만들고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이를 용인하는 정부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플로깅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어도, 플로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환경을 위해 함께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시민 활동이다. 또한 코로나와 스마트폰 등으로 단절과 고립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활동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런 숨은 장점이 많기에 플로깅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주객이 전도된 플로깅 행사가 아닌, 산책길에 봉투와 집게 하나를 챙겨 내가 사랑하는 장소를 내가 챙기는 시민 문화가 되길 바란다. 그런 시민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나와 닦원들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플로깅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 이왕이면 그 과정이 지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하고 연대하면서 함께했으면 좋겠다.


황승용|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경영 복수)를 졸업했다. 현재 파라다이스 워커힐지점 총무팀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2019년부터 개인 환경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와이퍼스(WIPERTH) 모임을 결성했다. 현재 사단법인 ‘지구닦는사람들’ 대표로 있다. 저서에 『지구 닦는 황 대리』가 있다.

와이퍼스 홈페이지: https://www.wiperth.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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