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를 도울 수 있는 가장 바른길을 찾다|나의 불교 이야기

많은 이를 도울 수 있는
가장 바른길을 찾다

도욱 스님
철학박사, 제14회 원효학술상 학생 부문 수상자


불교와 나의 첫 만남
나는 세 살에 두 스님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한 사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도착한 그곳이 낯설었는지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 순간 또 다른 스님께서 스스로 나의 엄마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곳은 ‘나의 집’이 되었고, 그 스님은 ‘나의 엄마’가 되었다.

나의 집은 특별했다. 나의 집에서는 매일 부처님을 뵐 수 있었고, 가끔 가지고 있던 인형과 함께 예불을 올릴 수 있었다. 스님들께서는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부족함 없이 나를 돌봐주셨다. 그리고 나의 집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어린이 오계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고, 어린이 법회, 여름 불교 학교 등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부처님을 만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으며, 스님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접한 불교는 성장하면서도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바른 언어를 쓰고, 최대한 친구들과 다투지 않으려고 했다. 이 말과 행동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늘 생각하려고 한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나의 친구들에게 나의 집과 엄마, 그리고 내 상황이 특별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후 나만 다른 상황이 아님을 알고 나서부터 동기들과 무언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고, 좀 편안함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불교를 공부하는 것이 참 좋았다.

대학교에서 처음 전문적으로 불교를 학문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음챙김 인지행동치료(MBCT)’라는 것이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상담학’이나 ‘사회복지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불교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MBCT’라는 프로그램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적으로 널리 전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나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프로그램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생각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고 바른길은 출가(出家)였다.

나의 집, 나의 엄마에서 우리 절, 우리 스님으로
내가 출가를 결심하고 나서부터 ‘나의 집’은 ‘우리 절’이 되었고, ‘나의 엄마’는 나의 은사 스님이신 ‘우리 스님’으로 그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은사 스님께 출가의 마음을 전하면서 불교 공부는 출가한 후 앞으로 지속할 수 있으니, 우선 사회복지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했으며,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해 출가했다.

출가하고 행자 생활을 거쳐 운문사 승가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절집에서 23년 동안 생활해 좀 편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나는 승가대학 4년 동안 『서장(書狀)』에서 “설은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고 강조한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익숙해 편안해진 것을 경계하고, 처음 출가한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대학생 때 일으켰던 생각을 이루기 위한 준비의 연속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불교교학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불교교학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에 입학한 이유는 대학생 때 막연히 불교학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교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프로그램화하는 것이 바른길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수행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연구하는 불교 학자
역시나 불교를 공부할수록 내가 알지 못한 것도 많았고, 깊이 들어갈수록 계속 들여다봐야 했다. 그러다 인연이 된 문아 원측의 『무량의경소』는 처음 접했을 때 많이 어려운 논서였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볼수록 ‘왜 아직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연구를 통해서 최대한 『무량의경소』의 함의를 드러내보고 싶었다.

이후 오직 논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처가 서울에 있었지만, 대부분 본사에서 『무량의경소』로 박사 논문을 썼다.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있었고 순간 나태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본사에서 기도도 하고 절 일을 도우면서 생각이 전환되기도 하고 나태해진 마음 또한 다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부족하지만 큰 장애 없이 박사 논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원측 스님께서 경전을 궁구하는 태도와 경전의 수행법을 풀이한 내용을 서술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이 불교를 수행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논문으로 원효학술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 출가 수행자로서 자리와 이타행을 게으름 없이 실천하고 불교 학자로서 붓다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진하고 싶다.

도욱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불교학과를 졸업했다(불교학/사회복지 학 전공). 중앙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를 거쳐(사회사업 전공),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박사 학 위를 받았다(불교교학 전공). 현재 연천군 본원사에 주석하며 공부와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청소년의 지역사회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이 건강수준과 건강행동에 미치는 영향」, 「문아 원측의 『무량 의경소(無量義經疏)』」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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