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문제, 자아의 문제 『맛지마니까야』 제1권 중에서 - 『뽓타빠다 경』| 다시 읽는 경전

『맛지마니까야』 제1권 중에서 - 『뽓타빠다 경』

인식의 문제, 자아의 문제


먼저 인식이 생기고 그다음에 지혜가 생긴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먼저 인식이 생기고 그다음에 지혜가 생깁니까, 아니면 먼저 지혜가 생기고 그다음에 인식이 생깁니까, 아니면 인식과 지혜가 전도 후도 없이 [동시에] 생깁니까?”

“뽓타빠다여, 인식이 먼저 생기고 그다음에 지혜가 생긴다. 그러나 인식이 생기면 지혜도 반드시 생긴다. 그는 이와 같이 꿰뚫어 안다. ‘참으로 이것에 조건 지워져서 나의 지혜는 생긴다’라고. 뽓타빠다여, [조건 지워져서 생긴다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인식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지혜가 생긴다. 그러나 인식이 생기면 지혜도 반드시 생긴다’라고 알아야 한다.”

인식은 자아인가
“세존이시여, 그러면 인식이 인간의 자아입니까, 아니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른 것입니까?”

“뽓타빠다여, 그런데 그대는 무엇을 두고 자아라고 이해하고 있는가?”

“세존이시여, 거칠고 물질로 되었고 네 가지 근본 물질[四大]로 이루어졌고 덩어리로 된 음식을 먹고사는 것을 저는 자아라고 이해합니다.”

“뽓타빠다여, 그대가 거칠고 물질로 되었고 네 가지 근본 물질로 이루어졌고 덩어리로 된 음식을 먹고사는 것을 자아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참으로 그대에게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것이다. 뽓타빠다여, 그런 방식에 의한다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나니, 거칠고 물질로 되었고 네 가지 근본 물질로 이루어졌고 덩어리로 된 음식을 먹고사는 자아가 머물러 있는데도 이 사람에게는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생기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소멸하기 때문이다. 뽓뽓타빠다여, 그러므로 이런 방식으로는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르게 되고 만다’고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수족이 다 갖추어지고 감각기능이 결여되지 않은 것을 자아라고 이해합니다.”

“뽓타빠다여, 그대가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수족이 다 갖추어지고 감각기능[根]이 결여되지 않은 것을 자아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참으로 그대에게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것이다. 뽓타빠다여, 그런 방식에 의한다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나니,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모든 수족이 다 갖추어지고 감각기능[根]이 결여되지 않은 자아가 머물러 있는데도 이 사람에게는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생기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소멸하기 때문이다. 뽓타빠다여, 그러므로 이런 방식으로는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르게 되고 만다’고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저는 물질이 아니며[無色] 인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자아라고 이해합니다.”

“뽓타빠다여, 그대가 물질이 아니며 인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자아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참으로 그대에게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것이다. 뽓타빠다여, 그런 방식에 의한다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나니, 물질이 아니며 인식으로 이루어진 자아가 머물러 있는데도 이 사람에게는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생기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이 소멸하기 때문이다. 뽓타빠다여, 그러므로 이런 방식으로는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르게 되고 만다’고 알아야 한다.”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저는 인식이 인간의 자아인지, 아니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른 것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까?”

“뽓타빠다여, 그대와 같이 견해가 다르고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다른 [가르침을] 좋아하고 다른 수행을 추구하고 다른 스승을 따르는 자는 참으로 인식이 인간의 자아인지, 아니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른 것인지를 알기 어렵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와 같이 견해가 다르고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다른 [가르침을] 좋아하고 다른 수행을 추구하고 다른 스승을 따르는 자는 참으로 인식이 인간의 자아인지, 아니면 인식과 자아는 서로 다른 것인지를 알기 어렵다고 하신다면, 세존이시여,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세존이시여, 그러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세상은 끝이 있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세상은 끝이 있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세상은 끝이 없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세상은 끝이 없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생명과 몸은 같은 것이라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생명과 몸은 같은 것이라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생명과 몸은 다른 것이라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생명과 몸은 다른 것이라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여래는 죽은 뒤에도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여래는 죽은 뒤에도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이런 견해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뽓타빠다여, ‘여래는 죽은 뒤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는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쓸모가 없다’라는 것을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無記].”

“세존이시여, 그러면 왜 세존께서는 이것을 설명하지 않으십니까?”

“뽓타빠다여, 이것은 참으로 이익을 주지 못하고, [출세간]법에 바탕한 것이 아니며, 청정범행의 시작에도 미치지 못하고, [속된 것들을] 역겨워함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욕망이 빛바램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소멸로 인도하지 못하고, 고요함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최상의 지혜로 인도하지 못하고,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열반으로 인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세존께서는 무엇을 설명하십니까?”

“뽓타빠다여,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나는 설명한다. ‘이것은 괴로움의 일어남이다’라고 나는 설명한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나는 설명한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닦음이다’라고 나는 설명한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왜 세존께서는 이것을 설명하십니까?”

“뽓타빠다여, 이것은 참으로 이익을 주고, 청정범행의 시작이며, 전적으로 [속된 것들을] 역겨워함으로 인도하고, 욕망이 빛바램으로 인도하고, 소멸로 인도하고, 고요함으로 인도하고, 최상의 지혜로 인도하고,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열반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설명한다.”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선서시여. 세존이시여, 이제 세존께서 [가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셨다.


• 이 글은 『맛지마니까야』 제1권(대림 스님 옮김, 초기불전연구원 刊, 2012년)에서 발췌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