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잘 살려면 힘을 빼야 한다|캠페인 ‘‘마음챙김하면서 걷자’’

걸을 때만이라도
힘을 빼고
마음을 챙겨보자

은종
작가, 명상가, 퍼포먼스 코치


◦ 잘 살려면 힘이 들지만 제대로 잘 살려면 힘을 빼야 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 떠내려가듯 숨 가쁘게 살아서 어떤 삶에 이르고자 하는 걸까?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보고, 듣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에 빠져 있다. 방금 마음 상한 일을 비롯해 지난날의 후회와 원망, 미래의 걱정과 계획, 손익 계산. 수많은 생각들로 분주하다. 다들 잘 살려고 그러겠지만 도무지 삶에 여백이 없다.

무엇이든 잘해보려면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최고의 실력 발휘는 힘을 빼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잘 살려면 힘이 들지만 제대로 잘 살려면 힘을 빼야 한다.

최고의 연주자는 평소 연습 때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열심히 연습하지만, 실전에 임해서는 힘을 뺄 줄 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염려, 그 모든 걸 내려놓고 힘을 빼는 거다. 그래야 몸과 마음, 연주자와 청중의 경계가 사라지고 오직 하나의 몸짓과 음악에 몰입되어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적인 연주와 감상이 가능해진다.

◦ 마음챙김이 일상으로 녹아들면 삶의 질적 변화가 따라온다
마음을 챙기는 것도 그렇다. 처음에는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작동되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책도 보고, 물어도 보고, 자료를 찾아보며 마음을 알아가는 애씀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마음을 챙길 때와 놓아버릴 때의 차이가 보인다. 마음을 챙겼을 때에는 마음이 온전하고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지만 잃어버렸을 때에는 자각 없이 그저 익숙한 방식을 따르거나, 욕심에 끌려 빠져들거나 쓸데없는 잡념이나 감정 소모에 전념하고 있는 거다. 마음을 챙겨야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지금 여기에 주어진 삶을 온전히 경험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주도권을 잃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생각과 감정에 끌려 고통을 자초하며 살게 된다. 마음챙김이 일상으로 녹아들면 삶의 질적 변화가 따라온다. 내면의 충만감은 물론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대인관계가 원활해진다. 불필요한 잡념과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고 심지어 잠도 잘 온다. 원하는 삶이 그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 마음을 챙긴다는 건 부여잡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한 가치, 기준, 고집을 내려놓는 일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적 동요와 심적 고통은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욕심이나 습관, 타성이나 게으름에 빼앗기고 휘둘려서 초래된다. 코로나에 걸려 실컷 아프고 나서 ‘몸의 통증은 불가항력적이지만 마음의 통증은 대부분 자초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프거나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은 대부분 마음이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내 욕심이나 기대,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집착에 뺏긴 거다. 그런 통증이 시작되는 순간이 바로 마음을 챙겨야 하는 순간이다.

마음을 챙긴다는 건 또다시 무언가를 부여잡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익숙한 가치, 기준, 고집을 내려놓는 일이다.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자신에게 과하게 몰입되어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활짝 열면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실상과 직면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실상과 적실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힘이 들어서 ‘하는 생각’은 자기 경험과 감정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일상의 분주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걸을 때만이라도 마음을 챙겨보자. 몸에 힘을 빼고 휴대폰이나 산만한 생각에 정신을 뺏기지 말고 지금 여기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여는 거다. 그렇게 마음이 이완되고 고요해지면 그 마음의 여백을 통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타인을 향한 사랑이 샘솟기도 하고, 묵은 고민의 해결책이 생겨나기도 한다. 빠른 것이 늦은 것이고, 늦은 것이 빠른 것이다. 쉴 새 없이 급류에 휩쓸리듯 마음을 잃어버리고서는 우리의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 하루 중에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일상의 걷는 순간만이라도 마음을 챙겨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눈앞에 펼쳐지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직면하며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스스로 경험해보자.

은종
일곱 살에 명상을 처음 접한 이후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30년 이상 명상적 삶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외에 「샌프란시스코 조동선 연구」,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선수행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중앙일보』에 <오피니언 칼럼 마음산책>을 연재한 바 있다. 현재 기업인, 직장인, 해외 교민, 초등학생을 위한 요가&명상 그룹 지도, 명상 코칭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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