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과연 있을까, 윤회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윤회
그는 수많은 전생의 갖가지 삶을 기억한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윤회에 대한 믿음은 불교 신앙에서 필수 불가결한 전제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다시 태어남은 살아생전에 지은 업의 힘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중생(윤회하는 존재)은 미혹에 빠져 끊임없이 업을 짓기 때문에 죽고 태어나는 윤회의 과정은 계속된다. 부처님은 윤회라는 미망의 세계를 벗어난 분이고, 불자(佛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수행하는 이유는 종국에는 윤회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윤회에 대한 믿음은 불교 신앙에서 필수 불가결한 전제가 된다.

불교 역사상 시대마다 윤회에 관한 논쟁은 있었다
이처럼 윤회는 모든 불교인의 신념에 깔린 사상이다. 그런데도 진실로 윤회에 관한 확신을 얻기는 쉽지 않다. 다시 태어남은 살아생전에 체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믿음이 강한 불자일지라도 윤회를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불교 역사상 시대마다 윤회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현시대에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윤회에 관한 교설은 방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와 불교 지도자가 있다. 윤회는 부처님 당시에 이미 인도에 널리 퍼진 믿음이었기 때문에 부처님은 단지 그러한 믿음을 이용해서 불교적 수행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수행자가 갖는 윤회에 관한 믿음의 수준은 수행의 깊이에 달려 있다
그러나 초기 경전을 보면 윤회가 가르침의 수단이라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범망경』에서 다시 태어남을 부정하는 사람은 잘못된 견해에 빠져 있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목은 윤회에 대한 의심을 깨뜨려준다. 이 경에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수행자가 갖는 윤회에 관한 믿음의 수준은 수행의 깊이에 달려 있다. 『사문과경』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그는 이와 같이 마음이 삼매에 들고, 청정하고, 깨끗하고, 흠이 없고, 오염원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활발발(活潑發)[활발발은 『청정도론』에서는 ‘신통의 기초가 되는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디가니까야 1』(각묵 스님 옮김) 참고]은 안정되고,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로 마음을 향하게 하고 기울이게 한다. 그는 수많은 전생의 갖가지 삶을 기억한다.”

불교의 윤회를 경험적인 사실로 뒷받침하려는 시도 계속되고 있다
대개 윤회에 관한 논의를 할 때, 개인마다 자신의 견해에 따라 윤회를 정의해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윤회 사상은 문화적이라서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지역에서는 윤회가 보편적인 믿음이지만, 환생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드문 서양에서는 불교인일지라도 윤회 또는 다시 태어남을 믿기 어려워한다.

그래서인지 불교의 윤회를 경험적인 사실로 뒷받침하려는 시도가 서양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윤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가 스티븐슨(Ian Stevenson, 1918~2007) 박사인데, 그는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을 40년이 넘도록 연구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서 일부의 사례는 환생을 시사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며 환생에 대한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 중의 하나는 담마루완(Dhammaruwan)이라는 스리랑카 아이의 이야기이다. 담마루완은 두 살 때 스스로 명상에 들어가서 염불을 시작하곤 했다. 담마루완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아기의 염불하는 모습을 보게 된 세네비라트네 부부가 그것을 녹음했고, 녹음된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경전 학자인 아날라요 스님(Bhikkhu Analayo, 1962~)에 의해 연구되었다. 녹음된 담마루완의 염불은 팔리어 경전이었고 현대의 스리랑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다른 시대의 방식으로 암송하는 것이었다. 불교 경전에 관해 전혀 교육받지 않은 두 살짜리 아기가 어떻게 장문의 불교 경전을 암송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전생의 기억 말고는 없다. 이처럼 전생 연구는 세상에 관해 전혀 경험이 없는 백지상태의 아이들이 어떤 특별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고, 그 기억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연구자가 확인하면서 ‘전생에 관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논리적 귀결에 다다른다. 스티븐슨 박사와 함께 일했던 터커(Jim B. Tucker, 1960~ ) 박사는 그의 연구를 물려받았다. 스티븐슨 박사가 아시아의 사례를 모았던 반면, 터커 박사는 미국의 아동들로부터 전생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의 진술이 환생의 증거로서 얼마나 효력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검사 도구도 만들었다. 터커 박사와 몇몇 연구자들은 꾸준히 윤회와 환생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이와 함께 환생이라는 현상의 특징에 대한 가설도 정교화되고 있다.

업력과 윤회를 물리학 이론 통해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지도
일부의 불자는 윤회에 관한 관심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윤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학술적 연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하지만 불교 사상은 언제나 주변 학문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식한다면, 다시 태어남이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불교 사상의 전환적 혁신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현대의 심리학과 물리학에서 이룬 괄목할 만한 발전은 과거 불교가 겪었던 (세계관과 인식론에 대한) 설명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돕고 있다. 터커 박사가 주장하듯이 업력과 윤회를 양자역학과 같은 물리학의 이론을 통해 더욱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지도 모른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