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이
우리 몸의 면역을 좌우한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가정의학과 건강검진센터 소장
장과 면역
우리 몸은 눈, 코, 입처럼 점막이 노출된 몇몇 부위를 제외하고는 피부가 주요 방어막이 된다. 장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장상피다. 장에는 음식물 등으로 인해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고, 소화 효소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장상피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끈끈한 점액층이 장상피를 한 번 더 보호하고 있다.
점액층의 윗부분에 주로 장내 세균이 있고, 장상피와 가까운 쪽에는 균이 거의 없는 상태를 유지해 건강한 장에서는 장상피를 보호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이나 장내 세균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인체 면역 세포의 70%가 장에 있다. 장-관련 림프조직(GALT, Gut-Associated Lymphoid Tissue)이라고 하고, 그 안에 수지상 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있다. 나뭇가지처럼 여러 가닥으로 뻗어서 나뭇가지 모양이라는 뜻으로 수지상(樹枝狀) 세포라고 한다. 이 세포가 상피 아래에서 점액층까지 팔을 뻗어 장 안에 있는 물질들을 감지한다. 그리고 면역반응을 일으킬지, 그냥 넘어갈지 결정한다.
장에 있는 면역 세포들은 섬세한 학습을 통해 적과 친구를 나누고, 잘 학습이 된 면역 시스템은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면역을 유지한다. 과도한 경우라면 염증성 장질환 같은 질병을, 부족한 경우라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을 초래할 수 있다.
점액층 보호막
점액은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 술은 점액층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장 건강에 유해하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물체를 액체에 분산시키는 유화제, 대표적으로 폴리소르베이트-80이 있다. 이런 유화제의 이름은 편의점 간식 원재료명을 꼼꼼히 읽은 적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으로, 빙과류, 아이스크림, 유제품, 오이피클 등에 들어가는 약방의 감초 같은 물질이다. 이런 유화제도 점액층을 약화시킨다. 말토덱스트린, 아세설팜이 들어 있는 사카린, 잔류 농약들도 점액층을 파괴한다. 점액층의 파괴는 장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과도한 면역반응을 초래하게 된다. 여러 종류의 음식 항원들이 유입되어 많은 음식에 대해 항체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은 음식 알레르기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김기덕
현재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 소장으로 있으면서, 대한생활습관병학회 수석학술이사, 대한비만건강학회 학술이사, 대전광역시의사회 학술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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