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콜리어의 『나는 왜 생각을 멈출 수 없을까?』 | 책 읽기 세상 읽기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나는 왜 생각을 멈출 수 없을까?』

낸시 콜리어 지음, 정지현 올김, 현암사 刊, 2022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억누르는 것은 좋은 것일까. 예컨대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주입해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라는 상념을 지우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나는 나를 혐오한다’라는 생각을 무조건 ‘나를 사랑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으로 지울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생각 말살하기’야말로 마음챙김의 방해물임을 간파한다. 머릿속에서 딱따구리가 끊임없이 나무를 쪼아대듯 우리를 공격하는 잡생각들과 상념들. 마치 심장박동처럼, 살아 있는 한 꿈속에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우리들은 뭔가 ‘생각이라는 이름의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주입해 어두운 생각들을 몰아내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온갖 잡생각보다 더 나쁜 것은 생각 자체를 조종하려는 억압과 통제니까.

생각을 억누르는 또 다른 생각보다는 ‘나와 생각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깨달음’, 즉 나는 생각의 장(場)이지 생각 자체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 잡생각과의 투쟁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다. 나는 생각이 일어나는 장소이지 생각 자체와 동일하지 않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생각과의 불화에서 해방되는 첫걸음이다. 화가 난다고 해서 화를 숨기려고만 하거나, 화를 풀 엉뚱한 대상을 찾는 희생양 찾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생각과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보라고 권한다. 날뛰는 생각에 관심을 주지 말고 잠시 한 발짝 물러서서 ‘알아차림’ 연습을 하는 것.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아.”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다른 사람들이 문제야!”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나를 괴롭히는 생각보다 더 커다란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생각만 하느라 정작 놓치고 있는 삶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 그를 위해 저자는 ‘마음 굶기기 연습’을 제안한다. “개선 계획, 숙제, 목록, 해야 할 일 등 마음이 바쁘게 몰두하는 것들을 내어주지 않음으로써 전략적으로 마음을 굶기는 연습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온갖 계획과 스케줄로부터 잠시나마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것.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마음은 익숙한 방식으로 자꾸만 잡생각을 토해내겠지만, 그럼에도 생각에 ‘먹잇감’을 주지 않는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놓아주기. 내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최선을 다해 가만히 보고 있기. 그러다 보면 ‘생각에 대한 생각, 또 그 생각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라는 연쇄반응의 습관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마음챙김 비결은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진 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실수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더하는 것, 실수를 회상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것, 결국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내가 못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비약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암살자’가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실수를 기회로 삼고, 실수는 실수일 뿐임을 인정하고, 실수의 챕터를 끝내고 인생의 다음 장으로 향하는 과감함이야말로 생각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실수는 꼭 마음의 암살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 실수는 단순히 실수이고 궁극적으로 교훈이 될 수 있다. 부족하다고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챙김 비결 중 또 하나는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기다. 우리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대부분의 재앙은 실제로 짐작과 똑같은 모습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예컨대 여행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비행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집에서 죽는 것보다 확률이 적을 정도다. “우리가 상상하는 재앙은 실제로 닥칠 재앙과 절대로 똑같지 않다.” “어쨌든 준비는 헛수고에 불과하다. 우리는 항상 실제와 다른 상황을 준비하게 되니까.” 재난에 대한 과도한 시뮬레이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과도한 연쇄반응으로 자신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무작정 걷기’나 ‘차 마시기’처럼 구체적으로 긴장을 이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생각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것들과 소중한 것들’을 생각함으로써 점점 어둠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우리 자신을 구할 수는 있다. 생각에 마치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과도한 의미 부여’라든지 ‘자기혐오적인 습관’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도록.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풍요롭고 소중한 존재이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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