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20분씩 나만의 시간을 갖자 | 일상 속 불교 건강법

매일 밤 20분씩
나만의 시간을 갖자


손경락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명제가 불교의 진리라는 것은 많이 들어 익숙할 뿐 아니라 진심으로 동의하는 말이다. 인생은 문제투성이라는 염세적인 신조 같지만 그보다 희망의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20대 중후반에 정신적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무엇을 하고 살까?”, “누구와 살지?”, “난 뭘 좋아하는 사람이지?” 이런 종류의 질문들로 몸살을 앓는 시기 말이다. 그 시기에 우연처럼 만나는 사람들의 흔적과 가르침들이 내면화되어 인생의 궤도가 수정되기도 한다. 필자도 비슷한 시기에 다들 겪는 일들을 겪었다. 당시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가 오래전 쓴 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필자가 지금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걷는데도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의 내용을 빌려 “인생은 고해”라는 진실을 살펴보려 한다.

책의 첫 문장은 담백하고 분명하다. “Life is difficult”를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인생은 고해다”로 번역했는데 적절한 것 같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생애의 시기마다 사람마다 다른 문제를 겪는다. 일에 사람에 환멸을 느낄 때도 있다. 정신적 건강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맞설 때마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배우며 연습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문제 자체보다도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려는 우리의 마음이다. 돌아보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불행하기로 결심했어!”라는 방식으로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삶이 문제의 연속이고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삶의 어려움과 고통은 사라진다. 인생은 고해라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희망과 감사의 열쇠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직원들에게 이런 고약한 질문을 자주 했다고 한다. “당신은 오늘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습니까?” 대표에게 덜컥 이런 질문을 들을 때 말문이 막히는 직원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인생에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당신은 오늘 당신의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배우고 연습했습니까?” 같은 문제를 겪더라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매일의 질문에 소박한 대답을 준비할 수 있는 이들의 삶은 크게 다를 것이다.

<저스티스 리그>라는 한 히어로물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아는 분은 희망은 자동차 키와 같다고 하셨단다. 쉽게 잃어버리지만 잘 찾아보면 언제나 주변에 있다고 하셨지.” 어떻게 앞뒤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사람의 안에, 그리고 주변에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고해라는 이 진실을 수용하고 주변에 도사리는 희망의 손을 잡는 것, 매일의 문제에 책임을 가지고 작은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 고통의 바다를 항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매일 밤 20분씩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자. 명상도 좋고 가만히 앉아서 하루를 복기하듯 돌아보며 미처 알아차림하지 못했던 기회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자. 그리고 편안한 가운데 조용한 안도와 기쁨을 생각하면서 내일이라는 또 다른 시간이 선사해줄 하루에 무엇을 연습하고 실행할지 나에게 보내는 작은 쪽지를 적어보면 어떨까. 매일매일 일상의 가르침들이 내면화되어 나에게로 가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손경락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면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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