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얼굴 | 마음으로 듣는 불교 시 한 편


박금성 시인은 스님이다. 서산 서광사 주지로 계시는 도신 스님이다. 스님은 찬불가를 부르는 스님으로도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8세에 예산 수덕사에 입산한 이후 2020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웃는 연습』이라는 제목의 신작 시집을 펴냈다. 문학평론가 홍용희는 스님의 시 세계에 대해 부재하는 존재를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그것을 초극하려는 언어라고 설명했는데, 이러한 특질은 시 「우물 얼굴」에서도 중요한 시적 동인(動因)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어지러운 넝쿨에 덮인 우물이 하나 있다. 넝쿨은 퍼져나가 우물의 입구를 감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우물 속에서는 파열음 같은 것이 들리는 듯하다. 이 파열음은 고통의 세계에서 생겨난 것으로 이해된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올릴 때 누군가의 ‘얼굴’이 얼핏 보인다. 이 얼굴이 누구인지, 현존하는 이의 얼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차고 푸른 우물물처럼 맑고 깨끗한 얼굴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이 얼굴은 조용하고 잠잠한 상태보다는 분란하고 소란하고 번민이 많은 때에 더 또렷해지고 그리하여 더욱더 그리워하게 된다. 그 얼굴은 순일(純一)한 이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 “우물 얼굴”은 시적 화자의 마음속에 늘 살아 있다. 이 얼굴은 아마도 사랑의 얼굴이요, 자애의 얼굴이요, 평화와 순수의 얼굴이 아닐까 한다.

문태준
시인,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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