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M. 플레밍의 『나 자신을 알라』 | 정여울 작가의 '책 읽기 세상 읽기'

누가 봐도 뛰어난 사람들,
메타인지의 대가들

『나 자신을 알라』


스티븐 M. 플레밍 지음, 배명복 옮김, 바다출판사 2022

누가 봐도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좀처럼 인간관계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인성까지 좋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자기 인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자기 객관화가 잘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뛰어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려 한다. 하지만 자기 인식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장점을 과도하게 어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결점까지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인식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결점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과 뛰어남, 자신의 결점과 강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 게다가 ‘내가 언제든 틀릴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너른 마음까지 갖춘 사람들은,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그들은 실수를 할 때조차도 금방 사과하고, 그 사과가 진심이었기에 상처받은 내 마음도 언젠가는 풀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사람의 작은 실수와 진심 어린 사과 때문에 더 따스한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바로 그 자기 인식 능력이야말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메타인지’의 핵심이다. 메타인지란 앎에 대한 앎이며, 자신을 바라볼 줄 아는 자신이며,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간의 두뇌 현상 전반이다. 21세기 첨단 뇌과학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바로 이 메타인지는 바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인간의 앎을 다루기에 더더욱 흥미진진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나아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극복하고 끝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메타인지의 긍정적 효과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소크라테스는 메타인지라는 개념어 자체가 없던 시대에 메타인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문장이 바로 그 메타인지의 핵심적 힘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안다고 믿지만,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겨짚어 ‘오버’하기도 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무력하게 포기하기도 한다. 때로는 환경을 탓하며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재능을 탓하며 포기하기도 하는 것은 바로 메타인지의 부족 때문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즉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내가 못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우러나온다.

다행히 인류는 아직 메타인지의 ‘초기 단계’에 있다. 아무리 사물인터넷이 활개를 쳐도, AI가 인간과 체스나 바둑을 두어 통쾌하게 이겨도, 그것은 아직 메타인지의 초기 단계다. 메타인지는 그만큼 무궁무진한 발견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메타인지, 즉 인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개척 분야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현재의 메타인지가 고정값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얼마든지 경험과 노력을 통해 그 틀이 바뀔 수 있다. 뇌가 다 자라고 나면 뇌의 회로망은 어느 정도 고정불변이라는 통념이 오랫동안 인류의 메타인지 발달을 방해했다. 이제 인류는 비로소 성인이 된 후에도 경험과 훈련을 통해 뇌 구조를 바꿀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들은 뒤쪽 해마가 일반인보다 큰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런던의 뒷골목을 숙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뇌의 해마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난히 기량이 뛰어난 음악가들의 청각피질 내 회색질 부피는 보통 사람들보다 크다고 한다. 끝없는 연습이 뇌 구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뇌의 회로망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메타인지 감수성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배움’과 ‘훈련’이다. 끝없는 연습과 훈련과 공부야말로 최고의 메타인지 촉진 훈련이다. 끝없이 실패해도,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우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그것은 ‘나 자신을 안다’는 믿음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메타인지는 곧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통해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다. 우리의 불완전한 뇌는 아름답다. 끝없이 변화할 수 있기에. 끝없이 새로운 앎과 실천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에.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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