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대반열반경』 |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대반열반경』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무불(無佛) 시대, 무엇에 의지해 수행할 것인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이하 『열반경』이라 약칭)은 『디가니까야(Dīgha Nikāya)』 속 열여섯 번째 경전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2년간 설하신 법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죽음을 준비하시는 동안 어떤 법문을 설하셨을까? 많은 불자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유훈(遺訓)은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일 것이다. 이는 시기상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약 3개월 전의 가르침으로,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 의지처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는 제자 아난다에게 수행의 지침을 주신 내용이다.

“아난다여, 그대들에게 ‘스승의 가르침은 이제 끝나버렸다. 이제 스승은 계시지 않는다’라는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난다여, 그러나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 아난다여, 내가 가고 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律)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45년간 길 위에서 수많은 출가자와 재가자 그리고 외도를 만나 설법하셨다. 다양한 상황의 질문에 대해 진리로서 답변하셨고, 승가의 화합과 존속을 위한 설법으로 율까지 완성되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주신 지침은 경(經)과 율에 관한 법이 곧 스승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으니, 스승의 인격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경과 율을 스승으로 삼아 수행을 완성하면 된다는 조언을 한 것이다. 이는 아난다뿐 아니라 무불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제자에게 주어진 수행의 나침반이다. 


마음챙김(sati)을 기반으로 한 정진

‘자등명법등명’이라는 나침반은 열반을 향해 안내한다. 『열반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열반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마음챙김 수행을 자주 강조하신다. 심지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가르침에도 불방일(不放逸)에 대해 당부하셨다.

“비구들이여, 참으로 이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인 법이다. 방일하지 말고(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진이 필수이다. 올바른 정진[정정진(正精進)]이란 지혜[正]와 마음챙김[念]의 결합인 정념(正念)을 기반으로 한 정진이다. 부처님께서 생전에 가장 자주 말씀하신 가르침은 바로 정념인데, 마지막까지 강조하셨다. ‘방일하다’라는 것은 마음챙김이 부재한 상태로 얼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노력하더라도 효율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력이 배신하는 이유는 바로 정념의 부재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온 삶을 걸고 수행하는 제자들이 열반에 이르기를 바라셨다. 그렇기에 ‘경과 율에 의지하라’는 나침반과 함께 ‘열반에 이르기 전까지 방일하지 말 것’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르침은 재가 불자들에게 해당하지 않을까? 아니다. 열반이 아닌 세속적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이 두 가지는 필수이다. 재가 불자들을 위한 경과 율을 나침반으로 삼고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노력한다면 사업, 관계, 건강, 학업 등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성취하는 핵심 비결은 이 두 가지이다. 


분쟁을 종식하는 화합의 원리

『열반경』은 분쟁에 대한 이슈로 시작한다. 부왕을 죽이고 마가다국(Magadha)의 왕이 된 아자타샤트루(Ajātaśatru) 왕은 밧지족과 전쟁을 선포한다. 하지만 그는 부처님께서 밧지족을 아끼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하 왓사카라 바라문을 부처님께 보내 이런 말을 전하도록 한다. 

“세존이시여, 마가다의 왕 아자타샤트루는 왓지를 공격하려 합니다. 그는 이처럼  말했습니다. ‘밧지가 이처럼 크게 번창하고 이처럼 큰 위력을 가졌지만 나는 왓지를 멸망시킬 것이고, 밧지를 파멸시킬 것이고, 밧지가 참극당하게 하고야 말 것이다’라고.”

부처님께서 이 말을 전해 듣고 나신 후 밧지족이 번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쇠퇴할 수 없는 이유 일곱 가지를 말씀해주신다. 이는 간접적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국가와 단체가 번영을 누리는 비결을 알려주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해주신 일곱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정기적으로 모이고 자주 모이는 것

② 화합해 모이고, 화합해 해산하고, 화합해 밧지의 업무를 보는 것

③ 공인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고, 공인한 것은 깨뜨리지 않으며, 공인되어 내려온 오래된 법들을 준수하는 것

④ 연장자들은 존경하고 존중하고 숭상하고 예배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

⑤ 남의 집안의 아내와 남의 집안의 딸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함께 살지 않는 것

⑥ 탑 묘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숭상하고 예배하며 공양 올리는 것

⑦ 아라한들을 법답게 살피고 감싸고 보호해서 아직 오지 않은 아라한들은 그들의 영토에 오게 하고, 이미 그들의 영토에 온 아라한들은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화합하길 바라셨다. 승단은 화합할 때 존속할 수 있고 나아가 번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생전에 밧지족을 참으로 아끼셨다고 한다. 그들은 도덕적이었고 민주적이었으며 조상과 어른, 그리고 수행자를 존중할 줄 알았다. 다양한 선한 조건들을 갖추어 화합하며 살아갔고 이를 바탕으로 번영을 이루었다. 밧지족은 재가자와 출가자를 막론한 화합을 이룬 삶의 롤 모델이었다.

사부대중은 수행자에게 집과 같다. 화합이 잘되는 집에서 머무를 때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반면 분쟁으로 인해 화합이 깨진 집은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열반경』은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을 담고 있고, 그 내용은 화합과 자등명법등명 그리고 불방일이 핵심이다. 이 세 가지 핵심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과 율을 스승으로 의지해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정진을 실천하라. 사부대중들은 다 함께 화합해 열반에 도달하라!’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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