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 공양 식사법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남궁 선
철학 박사, 마음편안요양병원 원장
인간이란 생물 종은 다른 생물과 너무나 다른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다른 생물 종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높은 위치에 설정해놓고 있다.
인간에게는 자연을 인간의 의도에 맞게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을 과학이라고 하고 문명 생활이라고 한다. 문명은 자연 활용의 결과이다.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질량 기준으로 따져 전체 생물의 1만 분의 1도 안 되는 단일 생물 종 인류가 육상 기초 생산량의 4분의 1가량을 사용하거나 감소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너무 지나친 양이다. 자연의 이용이 학대 수준으로 과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인류는 자연을 학대하고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열차에 무임승차한 생물 종이다. 항상 자연에 빚을 지고 살면서 은혜를 모른다면 너무 뻔뻔스러운 것 아닌가. 그러다가 지구에서 영원히 퇴출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기상이변과 미세 먼지, 환경오염 문제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다.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과보이다.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슬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살아간다면 인간은 이 세상 생물 종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물 종’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유정물이건 무정물이건 인간이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릴 만큼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다. 모두 불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모든 존재는 다 45억 년 우주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인간의 오만이 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
우리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다른 생명체도 소중하다. 내 손으로 직접 목숨을 빼앗는 것만 살생이 아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눈 밖에서 벌어지는 살생에 모두 다 가담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불살생계가 계율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불살생계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불살생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불자는 불교의 가치관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 불자의 의무 사항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생명을 지킬 수 있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일회용품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을 피하고 넘어가는 날이 하루도 없다. 편리를 추구하는 습성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다른 생명체야 고통을 받든 말든 인간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인간 중심의 윤리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젠 윤리가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해야 한다. 생태 윤리로 인간의 도덕성이 평가되어야 한다. 인품이 아니라 생태품이 인간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지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즐기는 사람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과소비가 문명의 척도가 되어서는 지구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일회용품 사용을 절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만 바꾸면 된다. 생명체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생각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톱에 베어져 나가는 나무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감수(感受) 능력 부족 때문이다. 나무와 인간은 감각 체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잘려 나가는 나무의 고통을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나무도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 치고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없다.
나무가 톱질을 당하면서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게 되고 종이 한 장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손수건을 항상 가지고 다니게 된다. 일회용 나무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외출할 때는 텀블러를 휴대하게 된다.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생활 도구를 갖춘 생태 가방이 필수 휴대품이 되어야 한다. 우선 편하다고 지구의 건강을 갉아먹는 제품들을 생활필수품으로 착각하지 말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뿌듯한 만족감으로 행복을 찾아보자.
일회용품 사용은 아니지만 한 번만 쓰고 새것으로 바꾸어 쓰기에 아까운 것이 있다. 뷔페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을 때마다 매번 새 접시를 사용하지 말고 먹던 접시를 다시 사용해보자. 자신이 먹던 접시가 왜 더러운가. 물잔 대신 다 비운 밥그릇에 물을 부어 먹어 세제도 물도 아껴보자. 발우 공양 식사법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체불가의 대안이 되는 식사법이다.
남궁 선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불교생태학 전공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불교환경연대 회원이며 마음편안요양병원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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