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시 생각하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여행을 다시 생각하다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날씨가 이상하다

기후변화는 1970년대에 이미 경고가 나왔지만 보통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그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기후변화는 심각해지고 있었고 수많은 피해를 낳고 있었다. 인도 첸나이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힌두 밸리에서 식수를 실어다 날라야 했고, 히말라야에서는 빙하가 녹아 눈사태와 쓰나미가 일어났다. 호주는 비가 오지 않아 산불을 8개월이나 끄지 못했다. 이런 일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삶 전반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여행도 그 범주였는데, 막대한 양의 기름을 쓰면서 성층권을 날아다니며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을 내뿜는 비행기는 주요 변화 대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격리 기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처음의 위기감이 무디어지더니, 이제는 잊어버린 것 같다. 오미크론 확산세에도 국내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격리가 해제되자 우리나라에서만 해외여행 예약이 93.7% 증가할 만큼 사람들은 여행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 그동안 나가지 못했던 해외를 가기 위해 다시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비행기 여행을 부끄러워한다는 ‘플뤼그스캄’이라는 말까지 만들었지만 어느새 그 목소리는 흩어지고 하늘은 다시 비행기로 채워지게 생겼다. 우리의 기후변화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구와 격리된 여행

기후 위기 시대, 우리의 여행은 어떠해야 하는가 생각해본다. 사람마다 여행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가장 많이 접하는 여행의 모습은 자동차를 타고 국내를 여행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제주나 해외로 가는 여행이다. 자원봉사 여행, 캠페인 여행 등 다양한 ‘가치 여행’이 있지만, 우리가 주로 생각하는 여행은 먹고, 쉬고, 놀고 구경하기 위한 휴식 여행 혹은 일을 하기 위한 비즈니스 여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은 지구의 상황과는 거리감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 있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보다는 시간과 비용을 따졌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친환경적인 숙소인지를 따지기보다는 가성비나 분위기 좋은 숙소를 잡는다. 또 탄소 중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로컬 푸드나 유기농을 찾기보다는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빈번하지 않은 여행에서 여행객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사고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지구 상황과 격리된 여행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여행을 다시 생각하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고, 누구나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어온다. 인류사에서 여행은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것은 물론 영감을 주는 행위였다. “여행은 편견, 아집, 편협함을 죽이는 행위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여행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모두가 다르듯 얻어오는 것도 모두 달랐다. 칭기즈칸은 정복 여행을 떠나며 수많은 이들을 죽게 했고,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설파하는 여행을 떠나며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여행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우리의 생각은 여행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그 여행을 지구와 얼마나 연결해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평소 내가 지구를 생각하는 모습이 여행에서도 투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여행에서 머무르는 곳, 먹는 것, 이동 수단 등 어떤 것이 더 지구에 도움이 되는지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는 현명한 존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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