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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마음의
영원한 망설임
『프로이트의 몸』
우리 마음은 아무리 수련을 해도 어딘가 불완전하고, 결핍투성이인 것만 같다. 마음의 불완전함을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 감정 없이 이성만이 존재했다면 우리 마음은 완전했을까. 가끔 나는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내 마음이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았을까 하고 질문해본다.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흔들리게 하고, 슬프게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최고의 위험이니까.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너무 많은 아픔을 경험하지만, 사랑 때문에 우리 안의 눈부신 힘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삶, 세계를 향한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깨달음을 향해 매일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한없이 나약해질 수도 있지만, 사랑 때문에 우리는 문화와 예술과 학문을 창조할 수 있는 힘 또한 지니게 되었다. 그 모든 죽음과 고통과 분노와 슬픔을 견디며 인간이 만든 모든 위대한 문화와 예술과 학문을 가능케 한 힘은 그럼에도 사랑이 아니었을까.
프로이트는 인간의 끝없는 불안정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이끌리는 마음을 탐구하는데 이 책은 프로이트의 업적이
바로 그 ‘규정할 수 없는 마음’의 행방을 찾아 나선
인간의 모험 그 자체에 있다고 선언한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프로이트의 몸』은 사랑, 육체적 욕망, 감정적 동요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 마음의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맞서는 저작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프로이트는 바로 인간의 그 끝없는 불안정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이끌리는 마음을 탐구한다. 멈출 수 없는 욕망, 통제되지 않는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 그것이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이드’다. 사랑도 미움도 분노도 불안도 바로 이 이드의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이 책은 프로이트의 업적이 바로 그 ‘규정할 수 없는 마음’의 행방을 찾아 나선 인간의 모험 그 자체에 있다고 선언한다. 이 책의 번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역설하는 인간 욕망의 파괴력은, ‘욕망하는 주체의 절대성’이라는 나르시시즘적 환상의 뿌리를 흔듦으로써, 자아의 우선성을 폭력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관계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추동력이 된다고. ‘욕망하는 주체, 즉 나라는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자기중심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인간의 마음에 끝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 아닐까.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정신분석의 가장 급진적인 독창성이 장애를 겪는 의식(disabled consciousness)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우리 자신, 즉 ‘의식(consciousness)’은 결코 완전하지 않고 뭔가 결핍과 장애를 겪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급진성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즉 우리의 의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의 근원적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이토록 불완전하게 만드는 최고의 아킬레스건, 즉 사랑이라는 욕망의 뿌리가 인간적 삶 속의 ‘빈틈, 간극’ 때문이라는 통찰도 멋지다. 사랑의 고통은 인간 주체를 구성하는 노력 자체를 미치도록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그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이야기하는 ‘이드’의 통제 불가능성 아닐까. 우리는 저마다 나다움, 반듯한 에고를 만들어가려고, 통제 가능한 나를 만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바로 그 에고를 끝없이 교란시키는 내 안의 충동이 바로 이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멈출 수 없는 욕망을 파괴적으로 써버리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아름답게 추구하는 길은 없을까. 그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이야기하는 ‘승화’다. 사랑과 증오 때문에 끝없이 고통과 분열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예술’과 ‘문화’라는 승화의 탈출구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비밀이며, 사랑 때문에 비로소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예술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인간의 희망이다. 아무리 힘겨운 순간에도, ‘승화’의 탈출구를 찾자. 나는 슬플 때마다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찾고, 절망에 빠질 때마다 감동적인 음악을 찾는다. 더욱 힘들 때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드라마를 어떻게든 글로 표현하려고 애쓴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승화’의 해방구다. 사랑과 고뇌 속에서 언제나 빛나는 승화의 탈출구를 찾는 것. 그것이 자칫하면 절망과 우울에 갇혀버릴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을 구하는 길이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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