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봄이 오는 길목에서


문혜관



가야 할 때를 알아
동백이 툭 하고
지는 걸 보면
눈물 나올 일이다


와야 할 때를 알고
골 바위틈에 춘란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모습
눈물 나올 일이다


한이불에 한솥밥 먹다 떠난 도반
지금은 어느 산 어느 골에
좌정에 들었을까 떠올리면
눈물 나올 일이다


세상 사는 일이 모두
정(情)인 것을
그 정 버리려니
눈물 나올 일이다

 1976년 약관의 세랍에 출가한 혜관 스님은 1989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줄곧 시선일여(詩禪一如)의 시심을 선보여왔다. 현재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을 맡고 있다. 나는 스님의 시편들에 대해 “(스님의 시편들은) 수식이 적고 담박하다. 맑은 물 같다. 겨울나무 같다. 오직 직심(直心)이 있다. 세상의 문장들이 화려한 의상 입기를 좋아하지만 스님의 문장은 법의(法衣) 한 벌만을 입는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스님은 불자 시인들을 모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봉축 낭송회’를 열어왔고, 문학잡지 『불교문예』를 중심으로 신예 불자 시인들을 배출해 문학을 통한 불교 포교와 불교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서울 홍은동에 불교문학포교원을열어 도심 포교를 펼침은 물론 근년에는 파주 휴전선 인근에 ‘통일불교문학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에는 낙화와 개화가 있다. 동백은 지고, 춘란은 개화를 준비한다. 가고 옴을, 소멸과 신생을 함께 바라본다. 혹은 한 생명 안에 있는 생멸을 주목한다. 인사(人事)는 어떠한가. 만남과 이별이 있다. 함께 용맹정진하던 도반과는 헤어졌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혜관 스님은 모든 생명들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생겨남과 사라짐, 상봉과 별리,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회피할 수 없음을 절감한다.

 혜관 스님은 시 「꽃」에서 이렇게 읊었다.

“늘 웃는 꽃이게 하소서/ 고뇌와 방황을안으로 접고/ 기도하는 꽃이게 하소서// 

배신과 질투와 시기보다는/ 향기를 내뿜는 꽃이게 하소서// 

임의 가슴에/ 순수와 낭만이 흐르게 하소서// 

임의 곁뿐 아니라/ 가난한 집 뜨락에서도/ 활짝 웃는 꽃이게 하소서”

라고 노래했다. 이 시에서의‘꽃’은 곧 수행자로서의 혜관 스님의 초상이며, 스님의 시(詩) 그 자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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