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평온을 주는 처방전, 계율과 수행|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마음에 평온을 주는 처방전
계율과 수행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늘 어떤 대상을 쫓아 바쁘게 돌아다니는 마음
우리 마음은 늘 어떤 대상을 쫓아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이 마치 원숭이가 한 손은 이 나뭇가지를, 또 한 손은 다른 나뭇가지를 잡고 부산하게 옮겨 다니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변화는 또 어찌나 빠른지 그 비유를 들기조차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맑고 고요한 호수에 비바람이 몰아쳐 파도가 치고, 거기에 뚜껑이 열린 검은 잉크병까지 빠져 있다면 호수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현대인의 마음은, 한 손안에 들어온 스마트폰에 의해 눈떠서 잠들기 직전까지 가까운 사람들의 일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일들을 대상 삼아 더욱 ‘열심히’ 쫓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마음에는 맑고 고요한 평정보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잘난 척하는 만심(慢心)의 파도가 출렁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콤플렉스와 시기 질투의 잉크병이 마음에 퍼져 마음을 검고 탁하게 만듭니다.

마음의 파도를 가라앉히고 마음속에 빠져버린 잉크병을 꺼내는 방법,
계율과 수행
불교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번뇌의 감정들을 다스려 확고부동한 행복 상태에 머물게 하는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파도가 치지 않게 하는 방법과 이미 마음속에 빠져버린 잉크병을 어떻게 꺼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중생구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보셨습니다.

불교를 이야기할 때면 늘 엄격한 계율과 수행이 떠올라 불교를 다가가기 어려운 종교로 여기게 합니다. 하지만 계율과 수행은 마음의 평온과 해방을 위한 유일한 처방전입니다. 즉 계율은 맑고 고요한 내 마음의 호수에 비바람이 치지 않게 사전에 예방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수행이란 내리는 비바람을 멈추고 파도를 가라앉혀서 맑은 호수를 더럽히는 잉크병을 찾아서 제거할 수 있게 합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호흡이나 소리에 집중하며 살펴보는 것이 마음을 알아가는 중요한 첫걸음…
절제하는 일상도 중요
많은 이들이 접하고 있는 ‘요가(Yoga)’는 다이어트의 대명사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 말은 ‘마음을 묶어 집중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즉 수행에 해당하는 인도 말이 바로 요가입니다. 확고부동한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는 표현이 많겠지만 마음이 맑고 고요한 상태에 있음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 안의 원숭이는 늘 외부 대상을 따라 바쁘게 옮겨 다니며 마음에 비바람을 몰고 오고 파도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확고부동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원숭이의 움직임을 자제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숭이가 뛰어다니지 못하게 ‘묶고’ 내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오직 지금, 원숭이 녀석이 왜, 그리고 어디로 자꾸 뛰어다니려 하는지 집중하며 살펴보는 것이 마음을 알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그렇지 않고 저 우주를 누가 창조했는지, 그래서 구름 위에 앉아 있다는 절대적 존재자의 용모가 어떤지를 따지고 그를 위해 어떤 동물의 피를 어떤 의례에 따라 얼마만큼 바치면 행복해진다는 말은 공허하고 어리석은 가르침일 뿐입니다.

다양한 수행법이 있지만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호흡에 마음을 집중해봅니다. 숨이 들어가는구나, 숨이 나가는구나…. 아니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오직 그 소리에 집중해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처음에는 평생 나를 지배해온 원숭이가 달아나고 싶어 엄청나게 몸부림치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원숭이도 휴식을 취하게 되면서 전에 없던 평안과 행복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집중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산만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기서 계율의 중요한 역할이 나타납니다. 절제가 없는 일상은 마치 마차가 말의 발자국을 쫓아가듯, 그러한 생활 속에서는 괴로움만이 뒤따를 뿐입니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수행을 한다고 눈을 감고 앉아 있어 본들 절대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율과 수행은 마음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처방전인 것입니다.

정상교|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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