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없는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금강경』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현진 역해, 불광출판사 刊, 2021 |
『금강반야바라밀경』 혹은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이라고도 하는 『금강경』은 2세기 무렵 인도에서 성립된 ‘공(空)’ 사상의 기초가 되는 반야 경전이다. 반야는 대승불교에서 만물의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 모든 망상과 분별에서 벗어나 존재의 참모습을 깨달음으로써 성불에 이르게 되는 마음 작용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반야 경전인 『금강경』은 집착 없는 깨달음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금강경』은 분량이 적절하고 읽기도 쉽지만 대승불교의 진수를 드러내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알려진 대표적인 불교 경전이다. 물론 『금강경』은 대승과 소승이라는 관념이 대립하기 이전에 형성된 경전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금강경』은 삼국시대 초기에 전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 중기 지눌 스님이 불교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경을 읽게 하면서부터 널리 읽히게 되었다.
『금강경』은 불교에서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인문학, 철학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한국에서 널리 읽힌 『금강경』은 주로 한문본 『금강경』이었다. 한문본 『금강경』은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산스끄리뜨 원본 『금강경』이 한자를 경유해 한국어로 이중 번역된 텍스트이다. 이중의 번역은 꼼꼼한 번역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누락되거나 오역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문으로 번역되면서 중국적 사고와 문화가 추가 되었다. 한문본이 갖고 있는 문제, 원전인 산스끄리뜨 『금강경』을 한국어로 직접 번역해 제시하려는 관심의 결과물이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이다.
8년간 인도에서 산스끄리뜨를 수학한 현진 스님은 산스끄리뜨 원본 『금강경』과 한문본 『금강경』을 비교한 뒤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를 출간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한문본 『금강경』이 널리 읽힌 이유는 한자문화권, 불교 전래 당시 함께 전해진 한문본 『금강경』 등의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산스끄리뜨 고대 사본 『금강경』이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 사본 산스끄리뜨 『금강경』은 동투르키스탄(1900년), 길기트(1931년), 바미얀(1990년대)에서 나온 세 가지이다. 이 세 본을 한데 모아 역해한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는 한국어로 『금강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원전에 보다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산스끄리뜨 원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만 싣고 있지 않으며 대표적인 한문본 『금강경』인 구라마집 스님본과 현장 스님본을 함께 수록하고 있어 『금강경』 해석의 역사도 일부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는 산스끄리뜨 원전이 한국어로 번역된 맥락에 대해서도 풍부한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bodhisattva’의 경우 “보살(菩薩)은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준말로, 보리살타는 bodhisattva의 소리옮김”이라고 제시하는 등 『금강경』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고 있다.
4월의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의 저자인 현진 스님을 초청해 불자들의 필독서인 『금강경』에 깃든 의미와 그 속에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선우|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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