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있다 / 구례 화엄사 각황전
그림 | 한생곤 돈독한 신심과 불보살의 가피력불교적 상상력은 문학적 상상력의 촉매 역할을 종종 하곤 한다. 특히 화엄 광명을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웅장한 규모와 단아한 멋을 자랑하는 구례 화엄사 각황전은 장육금신(석가모니불)을 봉안하고, 벽면에 화엄석경을 새긴 장육전(丈六殿)이 있었던 곳이다. 화엄사가 해동의 근본 도량임을 입증하기 위해, 화엄석경의 거대한 법당을 세움으로써 중생계를 연화장세계로 꽃피우기 위해 부처님의 화엄의 힘을 빌려 장육전이 건립되…
아! 적멸보궁! 그 빛과 깨달음 속으로 /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법흥사의 평화로운 오후
적멸위락(寂滅爲樂)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이토록 가까이에 이토록 찬란한 깨달음의 장소가 있다니. 법흥사 가는 길은 멀거나 험하지 않아서 좋다. 멀고 험해서 더 곡진한 깨달음을 주는 곳이 있고, 의외로 너무 쉽고 간단해서 명쾌한 깨달음을 주는 곳도 있다. 법흥사는 후자다. 법흥사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가는 길에 어떤 험난함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흥사를 다녀오면 마음이 신기하게도 해맑게 가라앉는다. 마치 엄청난 수행이라도 해본 것…
남효창 박사의 나무 이야기
인간과 손을 잡은 씨앗들 — 문명을 움직인 생명들몇몇 씨앗은 다른 모든 전략을 버렸다.
대신 하나의 거대한 존재와 동맹을 맺었다.
그 존재의 이름은 ‘인간’이다.벼 — 입맛 지배 전략벼는 인간의 식탁 중심을 차지했다. 한 번 입맛을 사로잡자, 인간은 스스로 벼를 심고, 물을 대고, 병충해를 막았다.
벼는 움직이지 않아도 지구 절반 이상에 퍼졌다.
맛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다.옥수수 — 다목적 활용 전략간식, 음료, 가축 사료, 연료까지… 옥수수는 산업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인간의…
천년사찰 숲길 걷기명상 / 고창 선운사 꽃무릇길
선운사 꽃무릇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곳은 지나던 스님은
“이제 꽃이 질 때가 된 것 같어”라고
말풍선을 터트렸지만
꽃무릇을 찍는 사진작가들은
흐드러진 꽃의 향연을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피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지는 모습도 아름답지요.”
이미 진 꽃과 피어 있는 꽃들을 찍던
사진작가의 철학 섞인
말 한마디가 법거량처럼 들린다. 고창 선운사에 피는 꽃을 생각하면 으레 동백꽃을 연상한다.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선운사의 동백꽃은 당대의 걸출한 시인의 시와 더불어 세상 …
그 절에 가면 불교를 만날 수 있다 / 화성 용주사
화성 용주사의 불교미술을 통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모님의 은혜를 느껴보고자 한다.
화성 용주사를 전국 사찰 중 ‘효의 본찰(本刹)’이라고 말하는 것은 살아 계신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돌아가신 부모에게는 극락왕생을 천 년 동안 기원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고려 광종(光宗, 925~975) 갈양사 시절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수륙도량을 열어 모든 생명들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조선 정조(正祖, 1752~1800) 때엔 용주사로 이름을 바꾸어 사도세자(思悼世子, 1735~1762)의 재궁(…
문화재의 시선으로 보는 절집 이야기 / 의성 수정사 대광전 석조 아미타 삼존여래좌
막바지 여름비가 내려 계곡물이 불었다. 아마도 추석이 되면 금성산 아래 사하촌은 풍년의 노래를 부르리라. 나는 이 시기가 되면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아무도 본 적은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본 그 사람.
한반도 최고(最古) 화산 – 죽음을 생명으로 만든 ‘금성산’ 여기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내가 들어앉은 금성산은 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으로 불린다. 금성산은 화산활동을 멈춘 사화산(死火山)이다. 하지만 죽은 화산에 기품이 넘치는 것은 수만 년 수많…
공간이 마음을 움직인다
건봉사는 건봉산 건봉사가 아니라 금강산 건봉사다. 건봉산은 금강산 줄기 끝이니 금강산 건봉사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다.
건봉산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이 건봉사를 좌우로 가른다. 물길을 오른쪽에 끼고 오르면 불이문(不二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5호)이 나온다. 조선 4대 사찰 중 하나일 정도로 거찰이었던 건봉사이지만 한국전쟁 때 모든 건물이 파괴되어 정문이라 볼 수 있는 불이문만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이 문은 1920년에 건립한 네 개의 석주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워 지은 독특한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현판은…
천년사찰 숲길 걷기명상|서울 경국사 쌍보리수길
일주문을 지나 절에 도착한
첫 길목에는 수백 년 묵은
보리수가 나그네를 반긴다.
‘서울 경국사 쌍보리수길’이라
이름 붙인 연유도 여기에 있다.예전 주지스님은 이 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로 108염주를 만들어
신도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극락보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며 기원해 본다.
‘항상 내 이웃을 부처님처럼 대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자.
내 주변에서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
서울 도심 숲속에 자리한 기억이 머무는 절, 경국사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
남효창 박사의 나무 이야기
바람, 물, 동물 - 이동을 발명한 생명들씨앗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걷지도, 뛰지도 못한다. 대신 그들은 지구가 가진 모든 ‘이동 수단’을 발명했다.바람, 물, 동물 — 이 세 가지는 씨앗이 선택한, 가장 오래된 교통망이다.바람을 타다민들레는 하늘을 아는 씨앗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관모는 공기 저항을 최대한 늘려 멀리, 오래 떠 있게 한다. 단풍나무 씨앗은 회전하며 착지한다. 작은 프로펠러 같은 날개는 속도를 늦추고, 착지 각도를 조절한다. 이 설계는 새도, 곤충도 흉내 내기 어려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