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끝만큼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를 만든다
주경 스님 대한불교조계종중앙종회 의장
고교 시절 사찰 법회와의 인연이 출가로 이어지다 전에 없었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돌아온다는 기약 없는 출가의 인사를 드리는 아들의 모습이 못마땅해 등을 돌리는 아버님과 눈물이 어리는 어머니의 얼굴을 뒤로하고 걸어가는 마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무척이나 많고 호기심이 넘쳐나는 것이 본성이었는지 한글을 배우고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때부터 몇 년간 국어사전이 손에서 떠난 적이 없었고, 눈에 띄는 대로 온갖 책들을 읽었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
『법구경』 「어리석은 이의 품」의 가르침
현명한 장로(長老)와 어리석은 늙은이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나는 과연 현명한 장로인가, 아니면 단지 나이만 든 어리석은 연장자인가 언제부터인가 권위에 찌든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말인 ‘꼰대’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세대 차이를 반영하는 단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비록 생물학적 나이가 젊어도 그런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젊꼰(젊은 꼰대)’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들은 매우 강력한 신념을 공유하는데 그것은 바로 늘 남들은 잘못된 판단과 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는 …
나의 염불 수행기
윤종훈 디지털대원아카데미 학생
아내의 임신 계기로 관세음보살 염불 기도 시작 염불(念佛) 수행이란, 불보살님의 명호를 지성껏 불러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수행이다. 마치 배고픈 갓난아이가 자꾸 칭얼거려 어머니의 젖을 빨게 되듯이. 그래서 어쩌면 이 수행은 자연스럽고 본래적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간절함만 있다면….
결혼한 지 한 해가 가까워오는 어느 날 저녁,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직장에서 퇴근을 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아내의 수심에 찬 얼굴을 보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선수행으로서의 염불선
이덕진 한국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
자력 불교인 선종과 타력 불교인 정토종이 탄생한 이유 인도 불교와는 달리 국가 불교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중국 불교는 불교 황금시대인 수·당대 이후 활발한 불교 활동이 차차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다만 선종과 정토종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기왕의 불교가 지나치게 이론 중심인 데다 가진 자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승 교학 경전인 『화엄경』이나 『법화경』 등은 글을 읽을 수 없었던 기층 민중에게는 그 교리에 접근하기도 그 교리를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서울 강남에서 하늘이 가장 높고 깊은 곳 서울 봉은사 명상길
글/사진 은적 작가
도심 절집의 자비심, 보살심이 느껴지는 ‘봉은사 명상길’ 1552년(조선 명종 7) 8월, 봉은사 앞 벌판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승과(僧科)에 응시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958년(고려 광종 9) 과거제와 함께 시행되었으나 조선 시대에 들어 폐지된 승과가 다시 열린 것입니다. 그 광경이 실로 장엄했던 모양입니다. 하나의 지명으로 역사에 새겨질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름이 바로 ‘승과평(僧科坪)’입니다. 그 벌판은 지금 빌딩 숲으로 바뀌었…
윤회를 말하다
대원불교학술총서 『윤회』
윤희조 『윤회』 번역자
윤회란 무엇인가 붓다는 그날 밤 깨달음을 얻는다. 9시경에 자신의 전체윤회를 본다. 그리고 12시경에 타인의 마음과 전체윤회를 본다. 그리고 3시경에 번뇌가 다하게 된다. 붓다의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붓다의 깨달음을 보아야 한다. 붓다는 괴로움의 소멸, 즉 생로병사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기에 생로병사의 원인을 알아야 했고, 그 원인이 윤회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이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괴로움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붓다는 자신의 전체윤회를 보게 …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 제2권
선재동자 선지식 만남과 「보현행원품」 - 덕운 비구
<선재동자> 묘봉산에 올라서 그 산의 정상에 동서남북과 사유 상하로 관찰하고 찾으면서 덕운 비구를 친견하고자 갈망하였다. 칠일을 지나서 저 비구가 다른 산의 정상에서 서서히 경행하는 것을 보고 난 다음, 찾아가서 그의 발에 정례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그의 앞에 머물러서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성자이시여! 제가 이미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알지 못하겠습니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도를 배우…
염불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종류가 있나
원영상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염불만큼 민주적인 신앙과 수행은 없을 것 염불만큼 민주적인 신앙과 수행은 없을 것이다. 국가와 인종, 시간과 장소, 사회적 지위 계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입과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외게 되면 이생에서의 깨달음은 물론 사후에도 왕생극락하는 공덕을 쌓을 수 있다. 실제로 동아시아의 불교권은 조사들의 거봉 같은 가르침 아래 수많은 계곡과 골짜기에서는 민중의 염불을 동반하는 정토사상이 토대가 되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매일매일 삶의 환경이 극적으로…
눈길에서
그림/글 이호신 화가
눈, 그 흰 여백의 길을 걸어보라 지구촌에 내린 첫눈은 언제였을까?
그 태초를 떠올리면 하늘과 땅의 만남이 새삼스레 거룩해진다. 까마득한 그날 광야의 어둠 속 달빛 아래 초인이 눈길을 걸어오는 꿈을 꾸어도 본다. 그 눈을 맞았을 새떼들의 나래 짓과 환희의 세상을.
내 삶에도 첫눈 같은 일이 있었다면 아주 어릴 적 흰 도화지를 마주한 한 소년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후 어느 눈 내린 날 시절 인연에 감읍하며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당신을 만난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텅 빈 내 영혼의 백지 위로 걸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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