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를 말하다
대원불교학술총서 『윤회』
윤희조 『윤회』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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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잭슨 지음, 윤희조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
윤회란 무엇인가
붓다는 그날 밤 깨달음을 얻는다. 9시경에 자신의 전체윤회를 본다. 그리고 12시경에 타인의 마음과 전체윤회를 본다. 그리고 3시경에 번뇌가 다하게 된다. 붓다의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붓다의 깨달음을 보아야 한다. 붓다는 괴로움의 소멸, 즉 생로병사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기에 생로병사의 원인을 알아야 했고, 그 원인이 윤회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이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괴로움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붓다는 자신의 전체윤회를 보게 된다. 이제 붓다는 더 이상 자신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없게 된다. 지금 괴로움의 원인을 알게 된다. 이러한 괴로움은 어떤 원인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알게 된다. 괴로움 전체의 원인은 내가 태어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윤회를 끊는 것이 괴로움을 끊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붓다의 오도송은 윤회를 끊었다는 것이다. “서까래를 부수었고, 기둥은 무너졌고, 집 짓는 자를 알아버렸고, 범행은 완성되었기에 더 이상 몸을 받지 않는다” 이는 자신이 윤회를 끊었다는 것이다. 이 윤회의 과정은 연기의 과정이다. 삼세양중인과로 윤회를 볼 때, 십이연기 한 텀은 한 생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기가 다음 생, 다음 생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깨달은 이후 21일 동안 붓다는 윤회를 연기로 설명한 것이다. 붓다의 원래적 의미에서 연기는 윤회를 설명하는 것이다. 윤회는 끊는 것이 곧 연기, 즉 무명연기를 끊는 것이다. 이처럼 붓다의 깨달음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는 윤회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윤회는 붓다의 깨달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윤회는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반면,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에게 윤회는 삶의 괴로움의 근본 원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윤회의 유무는 그 주어가 중요하다. 주어에 따라서 윤회의 유무는 구분된다. 그러므로 윤회를 부정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둘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에 따라서 깨달음의 내용이 달라진다. 붓다의 문제의식은 괴로움의 소멸이었기에, 깨달음, 즉 문제 해결은 괴로움의 소멸로 나아가게 된다. 괴로움의 소멸은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윤회의 소멸로 나아간다. 윤회는 단지 인도 사상이라고도 할 수 없다. 붓다도 자신의 윤회, 타인의 윤회를 보았기 때문이다.
윤회 전폭적으로 다룬 책으로는 최초
본서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윤회적 사고에 대한 탐구이다. 전 세계 문화권에 걸쳐서 공통적인 진리라는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은 불교에서의 윤회에 대한 탐구이다. 불교에서 보여주는 윤회가 발생하는 이유, 윤회가 발생하는 방식, 윤회가 발생하는 장소, 윤회로 인해서 나아가게 되는 장소를 보여준다. 그리고 초기 불교에서의 윤회, 인도 대승불교의 윤회, 인도 밀교의 윤회, 티베트 불교와 중국 불교에서의 윤회 나아가서는 인도 논리학에서의 윤회까지도 다루고 있다. 불교학파 전반에 걸친 윤회에 대한 견해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전폭적으로 윤회를 다루고 있는 서적으로 본서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기에 윤회에 관심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윤회는 단순하게 내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영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억의 여부가 핵심이 아니다. 붓다는 보았지만 나는 아직 못 보았다는 현실이 중요한 것이다.
세 번째 부분은 현대에서의 윤회와 관련된 논쟁이다. 대표적인 불교학자 두 명, 서먼과 배철러가 주고받은 윤회 논쟁을 제시하고 있다. 후자는 윤리적인 삶을 위해서 윤회가 필요하다면 굳이 상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윤회가 단순하게 윤리적인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붓다가 윤리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윤회를 본 것은 아니다. 이는 붓다의 문제의식이 아니고 부수적인 효과이다. 괴로움의 소멸을 위해서 본 것이다.
저자는 윤회에 대한 입장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문자주의, 신전통주의, 근대주의, 세속주의로 구분한다.
저자 자신은 근대주의의 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하면서 불가지론적 입장을 취한다. 윤회가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함으로 인해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자신은 이기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객관성의 환상에서 벗어나 불교가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 생각을 왜 하지 않는가’라는 문장에서 저자의 주장의 핵심이 드러나고 있다.
윤회에 대한 다양한 개별적 증거가 존재한다.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아이, 전생 치료사 등 수많은 윤회 관련 이야기가 조금만 찾아보면 넘쳐난다. 이러한 개별 증거가 많다고 해서 윤회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귀납법이 진리를 담보하지 못한다. 단지 진리로 나아갈 뿐이다. 그렇다고 연역법이 진리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연역적 진리도 반박 가능성에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반박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것 자체가 윤회론이 과학적 이론으로 제시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윤회가 없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증명할 증거가 나오면 윤회론은 언제든 페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열린 가능성으로 인해서 윤회라는 하나의 이론은 진리의 가능성을 가진 이론이 된다. 반박되기 이전에 윤회론은 개별적 사례 또는 다양한 논증으로 인해서 진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회는 현재까지 반박되지도 않고 입증되지도 않은 열린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윤회를 현대의 과학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불교 교리도 상세히 소개
본서는 한 사람의 불교학자가 50여 년에 걸쳐서 사고하고 탐구한 주제에 대한 결정체이다. 많은 내용과 함축을 포함하고 있다. 윤회뿐만 아니라 불교 교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볼 수 있는 서적이다. 불교논리학을 전공한 저자이기에 윤회를 가능하면 논리적으로 다루고자 한 것도 본서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호교론적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과학적 관점에서 윤회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본서에 대한 신뢰를 더하고 있다.
붓다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윤회를 발견한 것이고, 이를 제거함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붓다는 자신의 품은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서 해결을 한 것이다. 우리들 또한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제풀이 과정에서 수많은 발견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품고 있다면 본서의 일독을 권한다. 붓다의 문제풀이 방식이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윤희조|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동 대학 불교와심리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불교심리학연구』, 『불교심리학사전』, 『불교의 언어관』 등의 역저서와 불교 상담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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