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 아껴서 똥 되기 전에 잘 버리자

캠페인 ‘단순하게 살자(미니멀 라이프)’

아껴서
똥 되기 전에
잘 버리기

김하나
프리랜서 PD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불과 10, 20년까지만 해도, 내가 체감했던 ‘아끼면 똥 된다’의 의미는, ‘아끼지 말고 마음껏 써라’의 의미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 똥이 그 시대엔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느낀 저 표현의 의미는 위와 같았다. 아마도 예전에 유행했던 말로 대신하자면 ‘욜로’ 열풍과 가까웠을까? ‘있는 나의 모든 것을 아끼지 말고, 다 쓰고, 다 누려라! 가지고 있어 봐야 썩기만 하니 아깝다!’ 대략 그런 의미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면 요즘 같은 시대에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은 무엇일까? 요즘의 ‘아끼면 똥 된다’는 ‘가지고 있는 것은 썩히지 말고 그 의미를 살려줘라’는 뜻으로 많이 다가온다.

아끼면 똥 된다의 ‘똥’이란?
미니멀 라이프 ‘주의자’로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군중심리에 휩쓸린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때론, 내가 원하지 않아도 여러 군데서 선물이 들어오거나 사은품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정리 정돈을 하다 보면, 구석에 처박아뒀던 무언가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더는 쓸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 또 버리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물건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된다. 처음에 새것이었던 것도, 필연적으로 나중에는 ‘헌것’이 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똥을 치우자’
그렇게 만든 나의 ‘똥’에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장품이요, 하나는 의약품이다. 둘 다 내 몸을 좋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이롭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선도(?)가 중요해 나중에 똥이 되기 아주 좋은 것들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 시대에 존재하는 현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로 인한 질병 한두 가지쯤 달고 살아가고 있다. 어느 순간 집 안엔 다양한 약봉지들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하루는 마음을 먹고 이 약들을 치워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보니 약은 약별로 분류해 약국이나 보건소에 갖다 줘야 한다고 했다. 남아도는 약들을 처리한 후 집 안에 굴러다니는 약봉투들, 제때 약을 먹어서 해치우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원망,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았던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 등등이 섞이면서 이 작업을 하는 것도 꽤 귀찮게 느껴졌다.

‘미니멀 라이프’에서 잘 버린다는 것
결국 이런 작업은 또다시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미니멀 라이프’와 ‘잘 버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잘 버린다는 건, 환경에도 제대로 도움을 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인 것과도 같다. 그리고 아껴서 똥 되는 것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전에 조금씩 의미를 부여해, 혹은 효율적인 사용을 통해, 똥을 최대한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쓸모없는 똥이 될 만한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 즉 ‘미니멀 라이프’로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나에게 ‘의미 없는 몸짓’이 아닌, ‘꽃’이 되는 것들만 남기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잘 버린다는 건, 재활용 분리배출을 잘 버린다는 것도 있지만, 마구잡이로 버리지 않고 나에게 의미를 주다가, 더 이상 주지 않는 것들을 최소화해서 버리는 것, 즉 아껴서 똥이 된 것들이 아니라, “나에게 아름다운 의미를 만들어준 것들의 마지막 안녕” 같은 느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하나
프리랜서 PD. JTBC <대행사> 제작 총괄, (주)히든시퀀스 드라마 기획팀장, JTBC <설강화> 제작PD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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