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테일러의 『보통의 깨달음』 | 책 읽기 세상 읽기

깨달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보통의 깨달음』



내가 ‘마음챙김’이나 ‘깨달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은 ‘아, 난 그런 것에 관심 없어’라는 의견을 과도하게 표현할 때가 있다. 내가 ‘그쪽’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뭔가 영적인 쪽, 일상을 초월한 쪽, 세속과는 관계없는 쪽으로. 그러면 조금 외로워진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깨달음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영적인 동네’로 넘어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영적인 상태 자체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의 더 나은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 영적인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뭔가 특별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마음챙김은 전문 수련가들의 몫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보통의 깨달음’이라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깨달음은 인간을 모든 면에서 더욱 눈부신 존재로 만들어준다.

내면에서는 ‘머릿속 수다’가 줄어들어 마음이 고요해지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기에,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와 공감의 감정이 풍부해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온갖 나쁜 상황에 대한 불안도 잦아든다


깨달음은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도, ‘난 그냥 보통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영적 지도자들도 실수를 하고,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 깨달음은 완성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깨달음의 과정 위에 있고, 한 번 이상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조금 더 높은 ‘깨달음의 산등성이’ 위에 자리 잡은 것뿐이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세계라는 거대한 산을 넘고 있으며, 인생이라는 위대한 등반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것이다.

산후 우울증을 겪던 마리타는 남편의 분노가 폭발한 순간에 급작스러운 깨어남 현상을 경험했으며, 킴벌리도 모친 사망 후 급작스럽게 깨어났다고 한다. 서커스단에서 3년간 지극히 말을 돌보다가 깨달음을 얻은 러셀,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본의 아니게 금욕 생활을 하다가 단계적으로 깨어난 셰릴. 이 모든 이야기가 일상 속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깨달음의 단계로 진입한 경우다. 월트 휘트먼이나 D.H.로렌스 같은 작가들은 깨달음을 이루고 창조성을 발현한 예술가들의 사례다. 저자는 ‘깨달음(enlightenment)’이라는 말보다는 ‘깨어남(awakening)’이라는 용어가 마음의 각성에 더 어울린다고 이야기한다. 초창기의 인류는 주변 세상과 그 신성함을 생생하게 경험했고, 자연 및 우주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약 6,000년 전 인간의 에고가 점차 커져 ‘개인’으로서의 자기상을 확립하게 되면서, 인간은 자신을 자연, 공동체, 심지어 제 몸으로부터 분리시켜왔다. 바로 이런 분리된 감정이 야만, 폭력, 억압, 갈등, 전쟁을 불러왔다. ‘나’라는 존재를 타인, 공동체, 자연, 나아가 이 우주와 분리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의 시작이다. 깨달음은 전혀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태초에 알고 있었던 나-너-우리-우주의 연결 고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깨달음은 인간을 모든 면에서 더욱 눈부신 존재로 만들어준다. 내면에서는 ‘머릿속 수다’(온갖 마음속의 주절거림, 딴생각, 잡생각)가 줄어들어 마음이 고요해지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기에,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와 공감의 감정이 풍부해진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온갖 나쁜 상황에 대한 불안도 잦아든다. 깨달음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놀라운 잠재력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깨달음 이후에 훌륭한 작품을 쏟아낸 예술가들이 수없이 많고, 깨달음의 경계를 넘어선 뒤 더 크고 깊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마디로 깨달음은 개인으로서의 인간뿐 아니라 세계의 일부로서의 인간을 더욱 확장시키는 일이며, 개인과 세계의 끊어진 연결 고리를 회복시켜주는 마음의 교량역할을 한다. 저자는 선언한다. “깨어남은 인류의 진화적 도약이다”라고. 이 책의 원제가 도약(leap)인 이유는 깨달음이 인류 전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감을 저자가 믿기 때문이다. 에고(사회적 자아)와 셀프(내면의 자기)가 분리됨으로써 끝없는 나르시시즘과 극심한 우울감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이 책은 깨달음 혹은 깨어남이라는 눈부신 정신적 진화의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월간정여-울똑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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