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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싱어·스자오후이 지음, 정환희 옮김, 운주사 刊 |
현대 사회가 당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불교와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천착한 책
『피터 싱어, 불교와 만나다』는 현대 사회가 당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불교와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천착하고 있는 책이다. 윤리철학자이자 공리주의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와 비구니이자 대만 사회참여 불교의 대표이며 종교문화학자인 스자오후이(Shih Chao-Hwei)가 윤리적 실천에 대한 고민을 대화 형식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 책은 고통의 근원에 대해 천착하고, 어떻게 그것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윤리적 대화를 그 주제로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두 세계(불교와 공리주의)의 만남이기도 하다.
책의 서두에서 피터 싱어는 스스로를 공리주의자라고 칭하며 공리주의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불교 윤리가 어느 정도까지 공리주의적인가”라는 자신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자오후이와의 대화에서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시된다. 그는 “공리주의를 창시한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의 슬로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때문에 생긴 흔한 오해”라고 지적한 뒤, “공리주의는 사실 가능한 최대한의 이익(greatest possible benefit)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며, 이는 소수가 많은 이익을 얻되 다수는 약간의 손실을 본다면 소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때때로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이익을 누릴 존재들의 수’뿐 아니라 ‘이익의 전반적 강도(overall intensity)’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군요?”라는 스자오후이의 확인으로 명료해진다. 책의 서두에서 주고받는 공리주의에 대한 그와 그녀의 대화는 이 책 전반의 기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좋은 대의를 위한 윤리적 대화와 그것을 통한 실천적 행동에 대한 고민을 기저에 두고 있다. 스자오후이가 이해하는 불교에 대한 관점을 피터 싱어가 요약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윤회에 대한 믿음과 같이 검증할 수 없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불교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혼자 깨달음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수많은 고통과 불의가 존재하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는 시각이라고 그녀의 불교에 대한 관점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이는 서로 다른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두 대상이 공통된 목표로 철학적 토론을 진행할 수 있게 한다.
한편 피터 싱어가 주창하는 냉철한 이성으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방법을 찾자라는 ‘효율적 이타주의’, 소수자와 동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불교적 자비와 비교 가능한 실천적 윤리 모델로 이 책에서 의미화된다. 스자오후이는 “그에게 효율적 이타주의는 서류에 머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삶에서 실질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평하고, “제게 그는 고대 불교의 대승 경전에서 튀어나와 이 세상에 우아하게 내려온 보살과도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대의를 위한 작업에 천착한 둘의 공동 작업에 대해 스자오후이는 “긍정적 집착(擇善固執)”이라는 용어로 피터 싱어에게 설명한다. 그녀는 불교에서 ‘집착’은 “숙련된 방법을 사용해 적용하면 실제로 유익할 수 있는 정신 상태”라고 정의하며, “긍정적인 집착으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특별한 용어”가 있다고 제시한다. 대의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집착이 선행되어야 하며 “수행자들은 선한 목적에 대한 집착을 숙련한 후 지혜를 발휘해 ‘긍정적 집착’을 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수행의 여러 단계를 압축적으로 설파한다.
11월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이 책의 역자인 정환희 교수를 초청해 피터 싱어 교수의 내면을 관통하는 생명 사상, 불교가 고통에 응답하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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