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와 지오 스님의 수행 이야기|슬기로운 수행 생활

행복한 삶과 수행의 성취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음 자세, 보리심

- 티베트 불교와 지오 스님의 수행 이야기

함영 작가

세르콩 린포체의 산중 법문 시간

보리심과 공성의 지혜로서 깨어나는 다람살라의 아침
상상한다. 가슴 가운데 흰색의 달 원반이 있는 것을. 이것은 대자대비한 어머니의 마음이자, 일체중생의 행복과 해탈을 위해 깨달음을 얻겠다는 보리심이며, 그러한 결심의 상징이다. 다시 상상한다. 달 원반 위로 지혜의 상징인 금강저가 나타나는 것을. 일체가 본래 연기하기에 자성이 없이 공한 것이며 ‘나’라고 할 만한 주체가 어디에도 없음을 아는 지혜! 금강저는 곧 그러한 지혜이다. 수행의 양 날개와 같은 이 두 요소를 떠올리며 진언한다. “옴 살바 요가찌따 우빠따야미.”

이것은 근래에 달라이 라마가 법문에서 자주 강조하며 제자들에게 전수한 ‘보리심 관상법’으로 지오 스님이 매일 빼놓지 않고 챙겨서 하는 수행이다. 인도 다람살라의 사라 대학(Sara College)에서 티베트어 과정을 마친 후 논리학 과정 1학년에 재학 중인 스님은, 논리학반의 일과가 시작되기 전 보리심 관상법을 비롯한 간단한 의식과 기도로 개인적인 수행을 한다.

논리학반의 일정은 아침 6시 반, 예불과 식사로 시작된다. 7시 45분부터는 1시간가량 교재를 암기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이른바 ‘최라’라고 하는 논쟁을 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30분간 도반들과 차 한잔 나누며 담소의 시간을 갖고, 10시 반부터 강의를 들은 후 점심을 먹는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진 다시 논쟁 수업이다. 이후 휴식 시간을 갖고 식사와 예불을 한 다음 밤 9시 반까지 저녁 수업이 이어진다. 논리학반의 모든 일과가 끝나면 스님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수행을 한 후 잠자리에 든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반복되는 이 같은 과정을 3년간 이수해야 달라이 라마가 주석한 남걀 사원의 승가 대학(IBD, 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에서 현교와 밀교를 공부할 수 있는데 총 16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람살라에서 공부하는 몇 가지 방법 중 가장 표준이 되는 정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 친견하는 지오 스님

자비심을 기르는 것은 나와 모두의 행복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
지오 스님은 1999년 출가한 이래 통도사 등 여러 선원에서 일곱 차례의 안거를 마쳤고,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고, 성남 봉국사 불교대학에서는 오랫동안 강사로 지내기도 했다. 그런 스님이 다람살라에서 20년간의 멀고도 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책 한 권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산 태종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요사채를 청소하던 중 우연히 초펠 스님이 쓰신 『깨달음으로 가는 올바른 순서』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어요. 보리도차제를 요약해놓은 소책자였는데, 일과를 마치고 저녁때마다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죠. 특히 보리심 관련 부분에선 충격을 받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책이 초펠 스님이 태종사 큰스님께 인사드리러 와서 주고 가신 거였고, 그 스님이 계신 티베트 절이 태종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곧바로 찾아가고 싶었는데 행자 때라 가지 못하고 1년 정도 지나 사미계를 수지한 후에 찾아뵙고 보리도차제 등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그런 스님에게 대학교의 지도교수인 김성철 교수는 다람살라에서 공부할 것을 일찍이 권했지만, 당시 참선에 더 관심이 많았던 스님은 석사를 마친 후 선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안거 수행을 할수록 뭔가 체계적인 기반이 필요함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캐나다 출신의 티베트 불교 학자이자 법사인 글렌 라마(Glenn Lama)를 알게 되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정식으로 티베트 불교에 입문해 공부의 방향을 잡은 스님은, 좀 더 티베트 승가 전통에 따른 현교와 밀교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2022년 다람살라행을 택했다.

태극권 지도 중인 지오 스님

“공부든 수행이든 체계적인 기반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항상 느낍니다. 한국에서 수행할 때는 가장 높은 곳만 바라보며 수행했다면 이곳에선 가장 기본적인 것, 예를 들면 예불, 공양, 사람의 몸을 받기 어려움에 대한 사유 등 마치 초등학생이 덧셈과 뺄셈부터 배우는 것처럼 하나하나 몸으로 체득해가며 조금씩 단계를 올라가기 때문에 수행과 공부가 매우 충실해져가는 것을 나날이 느끼고 있어요. 그러면서 가장 궁극적인 심오한 단계까지도 누구나 도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마치 매우 능숙한 지도 제작 장인이 만들어놓은 지도를 보며 길을 수월하게 찾아가는 것 같은 안정성이 있죠. 사실 이러한 체계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는 인도 불교의 특징이기도 한데, 매우 논리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성취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어요.”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보여주는 논쟁 수업 중인 지오 스님

특히 보리도차제로 대표되는 티베트 불교의 수행 체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보리심’이다. 달라이 라마도 늘 강조하는 것이 자비심을 기반으로 한 보리심이다. 보리심은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수행자의 높은 성취를 위해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마음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조금씩 보리심 수행을 할수록 확실히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말씀이 옳다는 확신이 들어요.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지혜를 개발하는 것도 중국 불교와는 확실히 다른, 티베트 불교(인도 불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러 기초적인 수행을 기반으로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지혜를 확립하는 것이 티베트 불교(인도 불교)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론을 학습할 때도 논쟁의 형식으로 하기에 불교의 바른 견해를 확실히 체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상으로 온갖 다양한 견해들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엔 더구나 경론을 근거로 바른 견해를 확립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사유와 논쟁을 거쳐 궁극적으로 공성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문수보살의 지혜를 닦는 수행이 됩니다.”


차근차근 깨달음의 길로 이끈 책 한 권과 스승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행이나 명상과 관련된 정보 또한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명상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각종 명상 기법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개는 명상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기분전환할 수 있는 정도의 차원인데 그 나름대로 효과는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스님이나 전문가가 깊이 있는 수준의 명상 기법을 올리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초보자가 무턱대고 따라 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자격을 갖춘 스승의 지도 없이 깊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또한 단편적인 명상 기법만 따라 하는 것으로 진정한 성취를 이루긴 어려워요. 결국엔 정식으로 불교를 공부하면서 수행해야 안전하게 바른길로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종교를 떠나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수행 요소가 있는데, 바로 ‘자비심’입니다. 그래서 초기 불교의 ‘자비관’이나 대승불교의 ‘통렌’ 등 보리심 관련 수행은 종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어요. 이기심을 극복하고 이타심을 키워가는 이러한 수행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반드시 필요한 수행이죠.”

20대 초반 책을 통해 만난 크리슈나무르티, 라마나 마하리쉬, 라즈니쉬 등 인도의 성자들은 평범한 한 청년을 인도와 수행의 세계로 이끌었다. 30대 초반 절에서 만난 한 스님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출가를 결심하게 할 만큼 청년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직장 여름휴가 때 위빠사나 수행을 배우러 절에 갔다가 도성 큰스님을 친견하게 되었어요. 며칠 동안 절에 머물며 수행을 배웠는데 제게 출가를 권유하셨죠. 당시 저는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더구나 가톨릭 집안이라 출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출가하면 다른 걱정할 것 없이 수행만 열심히 할 수 있다’라는 큰스님 말씀에 바로 그 자리에서 출가하게 되었죠.”


그렇게 은사가 되어주신 도성 큰스님과 보리도차제를 통해 티베트 불교와 처음 인연 맺게 해준 초펠 스님, 중관학을 통해 대승불교에 눈뜰 수 있게 해준 김성철 교수님, 티베트 불교의 정식 입문과 지도를 해준 글렌 라마, 그리고 현재 입보리행론을 지도해주고 개인적으로도 조언을 아끼시지 않는, 달라이 라마의 스승 중 환생자의 한 분인 세르콩 린포체(Serkong Rinpoche) 등 돌이켜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시절 인연으로 만나 깨달음의 길을 밝혀주고 이끌어준 스승들이 있었다.


지오 스님의 이러한 여정이 차근차근 단계를 밝아 깨달음의 길로 가는 보리도차제와 다름 아니다. 이제 스님은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또 다른 스승들과의 인연 속에서 보리심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그 길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함영
글짓기를 전생의 업, 내지는 고행으로 생각하는 글쟁이다. 『빅이슈 코리아』 편집장을 지냈으며 글짓기와 출판 기획으로 곰탕을 끓여 꽃을 꽂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밥맛이 극락이구나』, 『인연으로 밥을 짓다』, 『노란 문 공양간이 열리면』, 『스승들이 납시어 어른스크림을 사드리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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