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선어록 / 진각어록
“텅 비고 깊고 요긴한 도는 고금에 걸쳐 집착이 없는 종지요, 밝고 맑은 허공은 부처와 조사가 속박을 벗어난 길이니 어디서 그 이상 깊고 미묘함을 구할 것인가? 지금 바로 자신의 정신을 일깨울 일이며 의식에서 별도로 찾아서는 안 된다. 바로 눈앞에 있을 뿐인데 스스로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미륵의 궁전 안에 있으면서 도솔천에 나기를 바라고, 장안의 함원전 안에서 다시 장안을 찾으며, 맑디맑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스스로 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1) 밝디밝은 태양 아래서 눈먼 자가 보지 못한다.’고 한다.2) 쉬어라! 쉬어! 목구멍에 피가 나도록 울어도 소용없는 짓이니 입을 다물고 남은 봄을 보내는 것만 못하노라.3)” 주장자를 높이 세웠다.
上堂云,“虛玄要道, 是古今無着之宗, 烜赫靈空, 乃佛祖出身之路, 何處更求玄妙? 卽今定省精神, 不須意下別搜求, 只在目前自蹉過. 所謂,‘慈氏宮中, 願生兜率;咸元殿裏, 更覓長安. 淸淸水裏, 游魚自迷;赫赫日中, 盲者不見.’休! 休! 啼得血流無用處, 不如緘口過殘春.”卓拄杖.
1) 협산선회(夾山善會)의 말이다. “‘도란 어떤 것입니까?’ ‘태양이 눈에 가득하고 만리 하늘에는 구름 한 점 걸려 있지 않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맑디맑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스스로 물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근본이란 어떤 것입니까?’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잃지 마라.’”(『景德傳燈錄』 권15 「夾山善會傳」 大51 p.324a26. 僧問, ‘如何是道?’ 師曰, ‘太陽溢目, 萬里不掛片雲.’ 曰, ‘如何得會?’ 師曰, ‘淸淨之水, 游魚自迷.’ 問, ‘如何是本?’ 師曰, ‘飮水不迷源.’)
2) 도는 가장 가까운 곳에 어떤 장애도 없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뜻을 전하는 법문이다. 전체적으로 가장 유사한 취지가 『金剛經五家解說誼』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만일 색신(色身)을 떠나서 별도로 변함없는 몸인 법신(法身)을 찾는다면 미륵의 궁전 안에 있으면서 도솔천에 나기를 바라고, 장안의 함원전 안에서 다시 장안을 찾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야보(冶父)는 ‘바로 지금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라고 반문한 것이다. 변함없는 몸인 법신을 보고자 하면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는 곳에서 간파해야만 한다. 이러한 일상적 작용을 떠나서 별도로 변함없는 몸인 법신을 찾는 것은 바로 귀신의 굴 안에서 살림살이(망상분별)를 하는 짓이다. 그런 까닭에 ‘졸지 마라’라고 한 것이다. …… 맑디맑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스스로 물을 보지 못하고, 밝디밝은 태양 아래에서도 눈먼 자는 대상을 보지 못한다. 항상 그 속에서 살며 경행하거나 앉거나 눕지만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어 그곳을 벗어나 헛되이 찾는 것이다. 몸이 바다 속에 있는데 어찌 애써 물을 찾을 것이며, 날마다 산 고개를 지나면서 어찌 산을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金剛經五家解說誼』 권상 韓7 p.37b22. 若也離却色身, 別求常身法身, 慈氏宮中, 願生兜率, 含元殿裏, 更覓長安. 所以道, 卽今行住坐臥, 是甚麽相? 要見常身法身, 直須向行住坐臥處覰破, 始得. 離却日用, 別求常身法身, 便是鬼窟裏作活計. 所以道, 休瞌睡. …… 淸淸水中, 遊魚自迷, 赫赫日中, 盲者不睹. 常在於其中, 經行及坐臥, 而人自迷, 向外空尋. 身在海中, 何勞覓水, 日行山嶺, 豈用尋山!)
3) 두견새가 목에서 피가 나도록 봄이 왔노라고 울어도 듣는 사람들이 그 소식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말.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도 그 내용을 모르는 것을 한탄하는 말. 바로 여기, 눈앞에 찾는 것이 있다고 가리켜 주어도 그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는 뜻으로 이 상당법문의 요지를 함축하는 구절이다.
진각어록
진각혜심(眞覺慧諶 1178~1234)의 어록이다. 원제목은 『조계진각국사어록(曹溪眞覺國師語錄)』이며, 『진각국사어록』이라고도 한다. 저본은 1526년(조선 중종21, 가정5) 3월의 유판본(留板本)이며, 2년 뒤인 1528년(가정7)에 간행된, 전남 순천(順天) 대광산(大光山) 용문사(龍門寺)의 유간본(留刊本)도 있는데 앞부분의 반 정도가 결락되어 남아 있지 않다. 이 두 판본 모두 고려대학교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한불전6 pp.1a~47c에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진각이 입적한 지 약 292년 뒤에 출간된 것이며, 그 이전의 판본은 현존하지 않는다. 또 다른 판본으로는 1940년 보제사(普濟社)에서 간행한 활자본이 있다. 상당(上堂)・시중(示衆)・소참(小參)・실중대기(室中對機)・수대(垂代)・하화(下火)・법어(法語)・조계진각국사서답(曹溪眞覺國師書答)・보유(補遺)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제사 판본은 목판본과 비교하여 내용상 크게 다르지는 않으며, 다만 편집 순서와 소제목 명칭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이다.
* 이 글은 『정선선어록』 (역주 김영욱, 엮은 곳 대한불교조계종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2009년)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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