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기보다 마음을 알아차리다
『불교정신치료』는 불교의 인간과 마음에 대한 이해를 현대 정신치료에 연결하여, 고통이 생겨나는 조건을 알아차리고, 괴로움과 정신적인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저작이다. ‘불교정신치료’는 불교 교리를 정신치료에 단순히 적용하는 것을 넘어선다. 고통에 대한 이론적 설명보다 괴로움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하고, 이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전환을 통해 치유를 도모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알아차림’이며, 초기불교의 인간 이해를 그 토대로 한다.
초기불교의 통찰에 기반하여 ‘불교정신치료’라는 독자적인 치료 체계를 제시하는 이 책은 치료의 출발점을 ‘마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보다 ‘마음이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둔다. 괴로움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생겨나고 반복되는지를 먼저 관찰한다. 그러므로 이 책이 강조하는 ‘알아차림’은 이러한 관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병리화, 동일시, 정체성의 고착에서 벗어나 ‘관계적 공간’ 속에서 괴로움을 다루는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불교정신치료의 핵심 원리를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설명’, ‘지혜로써 살아가는 길’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제시한다.
불교정신치료의 원리는 이러한 ‘알아차림’을 구체적인 치료 과정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이 책은 불교정신치료가 “해석보다 관찰을, 설명보다 조건의 자각을, 방향 설정보다 알아차림을 중시한다”고 밝힌다. 즉 불교정신치료는 불교에서 비롯된 마음의 구조에 대한 관찰, 반응하지 않는 주의, 고통을 발생시키는 조건에 대한 이해를 실천적 핵심 기제로 삼고 이를 임상에 적용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치료’란 환자에게 특정한 해석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앞서, 자신에게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정확히 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초기불교 수행에서 마음 치유의 길을 찾다
초기불교는 이러한 불교정신치료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토대이다. 이 책은 “초기불교의 수행인 마음챙김, 사념처(satipaṭṭhāna), 사마타(samatha), 위빠사나(vipassanā), 팔정도(magga)와 같은 실천적 훈련들이 현대 정신치료의 핵심 물음, 즉 ‘어떻게 마음이 치유되는가?’와 만나면서 불교정신치료의 이론적 토대가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초기불교의 수행 체계는 인간의 마음을 관찰하고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을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추상적인 철학이나 믿어야 할 종교적 교리에 머무르지 않고, 관찰과 수행을 통해 치유를 모색하는 통합적 실천의 방법으로 전환된다. 불교정신치료에서 초기불교가 중요한 것은 인간의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의 신념이나 가치체계를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종교기반 정신치료(religion-based psychotherapy)와 달리, 불교정신치료는 종교적 믿음이나 신앙생활이 치료에 중요한 자원이 아니다. 수행 가능한 마음 상태와 조건 관찰의 태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 불교가 발견한 마음의 작동 원리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정신치료’는 환자가 반드시 불교 신자이거나 종교적 확신을 치료의 전제로 요구하지 않는다.
9월 <화요열린강좌>에서는 『불교정신치료』의 저자인 전현수 박사를 초청해 불교정신치료의 개념, 원리, 실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이를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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