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르주나의 중도
마크 시더리츠·가쓰라 쇼류 지음 | 김성철·홍창성 옮김 | 불광출판사 刊 | 2026년 6월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왜 공한가, 공하다면 우리가 보고 만지고 살아가는 이 세계는 대체 무엇인가. 『나가르주나의 중도』는 ‘제2의 붓다’로 불리는 나가르주나의 『근본중송』 27품 전체를 번역하고 철학적으로 해설한 책이다. 『근본중송』에서 나가르주나는 조건과 인과에서 출발해 운동과 행위자, 욕망, 자성, 속박과 해탈, 업과 과보, 자아, 시간, 여래, 사성제와 열반, 12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실재한다고 믿어온 개념들을 하나씩 검토한다. 그 끝에서 드러나는 것은 모든 존재가 독립되고 고정된 ‘자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공은 모든 것이 없다는 허무주의가 아니다. 사물은 다른 조건에 의존해 생겨나기에 공하고, 바로 그 연기의 시선이 존재와 비존재라는 두 극단을 벗어나는 ‘중도’로 이어진다. 공·연기·중도가 어떻게 하나의 철학적 체계를 이루는지 제대로 파고들고 싶은 독자에게 묵직한 길잡이가 된다.
무영수 영원의 나무
금강 스님 지음 | 일미 성기화 그림 | 담마북스 刊 | 2026년 6월
선(禪)은 꼭 산문 깊숙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금강 스님은 『무영수 영원의 나무』에서 한국 전통 간화선의 오래된 지혜를 시의 언어로 풀어내며 참선을 오늘의 일상으로 데려온다. 책은 ‘신심명의 노래’, ‘화두의 노래’, ‘증도가의 노래’, ‘명상의 노래’ 네 갈래로 이어진다. 『신심명』이 말하는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분별을 넘어서는 마음에서 출발해 “이뭣고?”라는 화두로 본래의 나를 묻고, 『증도가』가 전하는 깨달음의 세계를 지나 호흡과 차 한 잔 속에서 고요를 발견하는 생활 명상으로 나아간다. 전통 선어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한 편 한 편을 짧고 따뜻한 시어로 풀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집과 명상 안내서의 경계에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간화선을 지금 여기의 삶과 연결한다.
아무것도 아닐 때 나는 무엇인가?
아브 네리야 지음 | 강희우 옮김 | 샨티 刊 | 2026년 6월
직업도, 이름도, 성격도, 타인의 평가도 잠시 내려놓는다면 마지막에 남는 ‘나’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뿌리에 우리가 ‘나’라고 믿고 있는 에고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에고의 핵심은 ‘분리’다. 몸과 생각을 나 자신이라고 여기면서 나와 남, 나와 세계가 서로 떨어진 개체라는 믿음이 생기고, 그 순간부터 불완전하다는 감각과 결핍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돈과 명예, 성공과 특별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도 그 결핍을 메우려는 에고의 작동으로 본다. 그래서 이 책의 목표는 더 멋지고 강한 자아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붙잡아온 정체성과 생각을 관찰해 그것이 실체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두려움을 통과해 에고 너머의 의식을 경험하는 데 있다. 비이원론적 관점을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이를 직접 체험하도록 25가지 수련법을 제시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에고의 구조와 죽음, 의식의 경험이라는 구체적 수행의 문제로 본다.
오십의 명상
최훈동 지음 | 시크릿하우스 刊 | 2026년 5월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예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텨지지 않을 때가 있다. 『오십의 명상』은 바로 그 시기를 ‘실패’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로 읽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 최훈동 역시 IMF 후폭풍 속에서 삶의 밑바닥을 경험했고, 명상을 통해 다시 삶의 토대를 세운 사람이다. 수십 년의 임상 경험과 불교·선 수행, 명상 치료 연구를 바탕으로 중년의 불안과 우울, 분노와 공허가 어디에서 오는지 살핀다. 1장에서 오십의 내면을 들여다본 뒤 명상에 대한 오해와 뇌과학적 근거를 짚고, 호흡에서 시작해 앉기·걷기·먹기·눕기까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수행으로 확장한다. 이후 에고와 자동적 반응, 의식, 만트라와 숙고 명상으로 주제를 깊게 가져간 뒤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로 마무리한다. 여기서 명상은 생각을 없애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기술이 아니다. 슬픔이면 슬픔, 화면 화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자기 마음을 따뜻하게 이해하는 것. 깨달음보다 먼저 ‘나를 잘 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오십 이후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티베트, 죽음의 수행
출팀 케상·마사키 아키라 지음 | 도경·유리 옮김 | 씨아이알(CIR) 刊 | 2026년 6월
죽기 전에 죽음을 연습한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다소 섬뜩하게 들리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티베트 불교의 거장 쫑카파가 남긴 『길상비밀집회 성취법 청정유가차제』를 번역·해설하며, 티베트 밀교에서도 가장 비밀스럽고 난해하다고 알려진 수행 세계를 펼쳐 보인다. ‘죽음의 수행’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수행자는 관상(觀想)을 통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체험하고, 중유(中有)가 된 뒤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수행한다. 본래 밀교 특유의 관정을 받은 수행자에게만 전수되던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그림과 함께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곧바로 죽음의 관상에 들어가기보다 먼저 어떤 스승을 택해야 하는지와 관정의 의미를 설명하고, 쫑카파가 정리한 49가지 수행의 전체 구조를 보여준 뒤 각 수행의 원문과 해설을 차례로 싣는다. 죽음을 위로하거나 사후세계를 상상하기보다, 죽음과 중유를 수행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 존재를 변형시키고자 했던 티베트 밀교의 정교한 수행 체계를 들여다본다.
기분을 구름처럼 후 불고
안상희 지음 | 걷는사람 刊 | 2026년 7월
상실했다고 해서 삶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잊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만으로 사라지는 슬픔도 없다.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안상희의 첫 소설집 『기분을 구름처럼 후 불고』는 다섯 단편이 서로 연결되는 연작소설이다. 실연을 겪은 루이와 고고학자 예, 그리고 석우와 가언 부부가 경주와 부여를 오가며 각자가 품어온 상실과 결핍을 마주한다. 누군가는 토우를 묻고, 누군가는 땅속 유물을 발굴하며, 누군가는 돌을 다듬고, 누군가는 아이를 돌본다. 대릉원과 미륵사지 같은 유적도 단순한 무대가 아니다. 토우와 반가사유상, 석탑과 조각 등 오래된 문화유산이 기억과 집착, 상실과 비움이라는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다. 다섯 이야기가 향하는 곳 역시 흔한 ‘상처 극복’은 아니다. 사라진 사람과 놓친 꿈, 오래 붙잡았던 감정을 지울 수는 없어도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순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숲과 문명
존 펄린 지음 |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刊 | 2026년 7월
피라미드도, 함대도, 제국도 결국 나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청동기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5,000년 동안 다섯 대륙을 누비며 문명의 흥망을 숲의 역사로 다시 쓴다. 나무는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연료이자 건축재였고, 선박과 광업, 금속 생산과 도시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 나무가 얼마나 풍부한가는 경제와 인구, 기술뿐 아니라 국내외 정치와 전쟁의 방향까지 좌우했다. 문제는 문명이 성장할수록 숲을 더 빠르게 소비했다는 것. 저자는 여러 문명이 숲과 함께 번성했다가 나무가 사라지면서 사회와 생태계가 함께 흔들리는 과정을 역사 자료와 생태학적 데이터를 통해 추적한다. 숲을 ‘보호해야 할 자연’ 정도로 바라보는 데서 더 나아가, 문명 자체를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기반으로 다시 보게 한다.
이제야 부처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준영 지음 | 김영사 刊 | 2026년 7월
마음을 비우기 전에 통장부터 살펴보라니, 우리가 알던 불교와 조금 다르다. 초기불교 연구자이자 명상 지도자인 정준영 교수는 부처를 현실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한 인물이 아니라 돈과 욕망, 관계와 생계까지 고민한 ‘현실주의자’로 다시 읽는다. 책의 뼈대는 불교의 핵심인 사성제, 즉 고·집·멸·도다. ‘고성제’에서는 돈 걱정과 부모의 노화, 이별과 상실, 불안과 분노처럼 지금 겪는 괴로움을 바라보고, ‘집성제’에서는 비교와 집착, 욕망이 어떻게 고통을 키우는지 파고든다. ‘멸성제’에서는 붙잡지 않을 때 가능한 평온을, ‘도성제’에서는 팔정도를 오늘의 생활 언어로 옮긴다. 특히 정당하게 돈을 벌고 지키는 법과 재산 관리, 직장 갈등, 부모와 자녀, 부부와 친구의 관계, 바른 생계와 노력·마음챙김·집중까지 다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결국 무소유를 재산의 유무로 단순화하지 않고, 무엇을 얼마나 움켜쥐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사성제를 대출과 연봉, 관계와 노후가 있는 2026년의 삶 한복판에 다시 놓아보는 생활 밀착형 불교 입문서다.
최애는 부처님
비구니연습생 지음 | 불광출판사 刊 | 2026년 7월
『귀멸의 칼날』에서 생로병사를 읽고, 『체인소 맨』에서 자비를 발견하며,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포스터를 보다 불화(佛畫)를 떠올린다. 『최애는 부처님』은 출가 에세이가 아니라 불화 작가이자 ‘불교 덕후’인 비구니연습생의 방구석 불교 탐구기다. 20대 초반 애니메이션과 영화, 만화에 빠져 살던 저자는 닌자가 되고 싶고 오타니와의 결혼을 꿈꾸고 제니처럼 되고 싶어 하던 평범한 덕후였다. 그러다 호기심의 레이더가 불교와 부처님을 향한다. 이후 책은 스님들의 다비는 왜 하는지, 불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절에서는 무엇을 빌어야 하는지, 스님은 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윤회와 업은 무엇인지 같은 질문으로 불교의 문턱을 낮춘다. 여기에 『주술회전』과 구상도, 『원피스』와 제3의 눈, 『나루토』와 윤회, 세조와 불교미술, 지드래곤·제니·오타니까지 끌어들인다. 전통과 서브컬처를 억지로 이어 붙이기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불교적 질문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108배는 귀찮지만 불교는 궁금한” 사람을 위한, 제대로 된 ‘불교 입덕 가이드’다.
부처의 감정수업
자현 스님 지음 | 오아시스 刊 | 2026년 8월
무조건 ‘내 탓’만 하는 것이 정말 성숙한 태도일까. 자현 스님은오히려 “이성은 껍데기일 뿐 감정이 본질”이라며 감정을 억압하는 습관부터 뒤집는다. 인간에게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오랜 진화의 결과이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수행의 핵심 역시 감정을 없애는 ‘조절’보다 제대로 쓰는 ‘사용’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화도 제대로 내는 법,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에서 빠져나오는 법, 욕망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매몰되지 않는 법, 질투·불안·인정 욕구와 번아웃, 가까운 관계의 고통을 다루는 법이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불완전한 것이 곧 완전하다’는 관점과 감정의 ‘대긍정’을 거쳐, 나를 지켜야 할 때는 당당하게 ‘네 탓’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까지 이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기중심적으로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 모순까지 인정한 뒤 그것을 삶의 에너지로 쓸 때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감정을 잘라내는 수행 대신 삶의 모순과 불합리까지 통째로 끌어안는, 자현 스님 특유의 호쾌한 불교식 감정 사용법이다.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이윤미 지음 | 메종인디아 刊 | 2026년 6월
한국 최초의 외국인 주지 스님은 어떻게 한국 산사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저는 혜달이고요, 이곳의 주지입니다. 인도에서 왔어요.” 강화도 연등국제선원에서 한 시간의 명상이 끝난 뒤 차담을 시작하며 스님이 자신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한 번쯤 얼굴을 다시 본다. 유창한 한국어와 낯익은 동아시아인의 얼굴. 그러나 혜달 스님은 정말 인도에서 왔다.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는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태어난 차크마족 소년 안띰이 국경과 언어, 계율과 수행을 건너 한국 조계종의 스님 혜달이 되고 연등국제선원 주지에 이르는 여정을 기록한다. 그 출발점에는 개인의 성장담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역사가 놓여 있다. 차크마족은 식민지배와 동파키스탄 독립전쟁, 방글라데시의 민족 탄압과 댐 건설에 따른 고향의 수몰을 겪고 인도로 망명했지만 그곳에서도 시민권 문제를 겪어온 소수민족이다. 그런 공동체에서 불교 집안의 손자로 태어난 안띰은 할아버지의 새벽 예불을 들으며 자랐고 열두 살에 출가를 결심했다.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하려 대나무 가판집을 열고, 장학생이 되어 정치학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와 조계종에 출가한다. 책은 이 ‘안띰에서 혜달까지’의 길을 통해 망명과 이주, 가족과 스승, 이판과 사판, 섬의 고립과 공동체의 연대를 함께 들여다본다. 그래서 제목의 ‘자연스럽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 삶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 내국인과 외국인, 수행과 생활 사이에 세워진 경계를 조금씩 허물며 자기 모습으로 살아갈 용기에 가깝다. 한 외국인 스님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기가 아니라, 여러 겹의 ‘다름’을 통과한 사람이 결국 세상과 어떤 마음으로 관계 맺을 것인가를 묻는 구도의 기록이다.
노화는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
요시모리 다모쓰 지음 | 이선이 옮김 | 이너북 刊 | 2026년 7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생쥐와 몸집이 비슷하지만 수명은 열 배 가까이 길고, 킬리피시는 반대로 몇 달 만에 늙어 죽는다. 같은 포유류, 같은 어류인데 왜 이렇게 노화 속도가 다를까. 오토파지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와 함께 연구실을 꾸렸던 세포생물학자 요시모리 다모쓰는, 노화를 견뎌야 할 운명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조절할 수 있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다룬다. 그 답은 DNA 포장 단백질 히스톤과 이를 조절하는 효소 서투인, 서투인의 연료인 NAD 사이의 관계에서 찾는다. 나이가 들수록 NAD가 줄면서 서투인의 힘이 약해지고, 그 틈에 세포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토파지와 만성 염증, 흉선의 노화, 수면 부족의 흔적, NMN까지 최신 연구 성과를 엮되, 세포 차원의 발견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도 짚으며 유행어처럼 소비되는 항노화 키워드들을 차분히 검증한다. 고령화 사회를 살아갈 모두에게 노화를 이해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건넨다.
스님의 맛
장보배 지음 | 모과나무 刊 | 2026년 8월
절집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 부른다. 먹는 것을 절제하는 수행 중에도 국수가 나오는 날이면 스님들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불교계 신문 『현대불교』에 연재했던 글을 엮은 이 책은 저자가 전국 24곳의 절을 찾아다니며 만난 스물네 명의 스님과 그들의 국수 한 그릇을 담았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정관 스님의 능이 배추 칼국수, 법정 스님 곁을 지켰던 덕조 스님이 끓이는 불일암 국수를 시작으로 쑥칼국수, 수박동치미 국수, 도토리묵사발, 과채두부면,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까지 스물네 가지 국수가 소개된다. 그런데 책이 정작 공들이는 것은 조리법이 아니라 국수에 얽힌 사람 이야기다. 어린 시절 부엌에서 맡았던 냄새, 출가하던 날의 풍경, 힘든 수행 끝에 겨우 넘긴 따뜻한 국물 한 모금, 스물네 명의 스님, 스물네 가지 기억이다.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도반과 신도 사이를 오가며 국수 한 그릇이 품어온 인연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찰음식이 '건강식', '비건식' 같은 수식어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각 장 끝에는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도 실려 있어, 읽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한용운의 꿈과 빛이 서린 처(處)·인(人)·서(書)
동국대학교 만해연구소 편 | 불광출판사 刊 | 2026년 8월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만해 한용운 스님의「님의 침묵」을 모르는 한국인은 드물다. 그런데 정작 이 시를 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의외로 흐릿하다. 대개 시인이자 3·1운동 민족대표, 굴복하지 않은 독립운동가 정도로 기억되지만 그 안에는 경전을 공부하고 참선한 선객, 낡은 불교를 뜯어고치려 한 개혁가, 우리말의 힘을 믿었던 문사이자 언론·출판인, 신간회와 항일 비밀결사 만당에 몸담았던 운동가, 어떤 권력에도 쉽게 타협하지 않은 자유인까지 훨씬 많은 얼굴이 겹쳐 있다. 동국대 만해연구소가 엮은 이 책은 『님의 침묵』 간행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전을 위해 기획됐지만, 전시가 끝나면 사라질 도록에 머물지 않는다. 한용운이 머물렀던 장소[處] - 백담사와 오세암, 건봉사와 금강산, 송광사·범어사·통도사를 거쳐 만년을 보낸 심우장까지 - 를 따라가고, 그의 삶에 얽힌 사람[人]을 되짚으며,『조선불교유신론』,『불교대전』,『십현담주해』,『님의 침묵』등 그가 쓰고 엮은 책[書]을 통해 사상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보여준다. 친필 이력서와 서간, 유묵, 저작 초판본과 『님의 침묵』의 여러 판본까지, 각지에 흩어져 있던 자료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매천 황현을 추모하며 남긴 유묵이나 벽초 홍명희에게 보낸 편지 같은 새로 발굴한 자료는 물론, 여러 판본으로 전해지던「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를 대조해 오류를 바로잡은 성과도 담겼다. 전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남아, 한용운을 다시 읽고 연구할 수 있게 하는 독립적인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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