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가 사라진 자리, 그 흐름은 어디로 가는가 - 세계와 인식을 바라보는 철학, 그리고 사후(死後)의 미학

[사후세계, 죽음 이후를 묻다 - 종교와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것]



죽음 이후는 어떻게 되나?

죽음은 무엇이며, 죽음 이후는 어떻게 되나? 이것은 인류의 주요 관심사로서1), 문화권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답을 삼고 있지만, 오늘에도 여전히 명확히 밝혀졌다고 하기 어렵다.

지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죽음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기 어려운 까닭에는, 이 문제가 시간·공간·존재에 대한 세계관 • 생명관 그리고 인식론적 근본 문제들과 직결된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 외에도, 이 영역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관습과 통념 그리고 생명 연구에 대한 각종 제약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각종의 생명관 및 사후세계관

일반인들은 대체로 시간•공간•물질 등 세계가 인간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인간은 그 틀 안에서 출생으로 출현하여 사망으로 소멸하는 유한한 존재라고 여긴다. 동시에 사후에도 자신의 흔적이 남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거나, 영혼의 형태로 생명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기대를 품는다. 유물론자들의 시각 역시 생명을 물질의 복합적 결합으로 보고 사후 영혼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한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역사상의 주요 문명과 신앙•사상 체계들은 생명의 발생(근원)과 죽음(사후)에 대해 저마다 독자적인 세계관과 생명관을 구축해 왔다.

인류 보편적 현상이었던 샤머니즘(Shamanism)2)에서는 우주를 천상·지상·지하의 3층 세계로 바라보며, 생명을 만물에 깃든 영혼(Animism) 및 신령과의 교감 속에 존재하는 가변적 체계로 보았다. 인간의 탄생은 영혼이 육체에 정착하는 과정이며, 죽음은 영혼이 육신이라는 그릇을 벗어나 이승에서 저승(영계)으로 이동하는 대전환으로 이해했다. 특히 샤머니즘은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이승의 후손이나 생존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기에, 샤먼3)(무속인)이라는 중개자를 통해 한을 풀고 영혼을 위로하여 안전하게 저승으로 인도하는 씻김굿이나 진오기굿 등의 의례를 발전시켰다. 사자의 혼이나 시체가 위력을 가진 것으로 보아 빌기도 하였다. 저승은 이승과 완전히 분리된 다른 세계가 아니라, 이승의 삶이 연장되거나 유사한 형태로 이어지는 세계로서 저승에서도 조상들은 이승과 비슷한 생활을 이어나간다고 믿었고, 샤만은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에 미련을 두거나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저승에 안착하도록 돕는 '망자 인도자(Psychopomp)' 역할을 수행하며, 올바른 장례와 의례를 거쳐 저승에 무사히 정착한 영혼은 '조상신'이나 수호령이 되어 후손들에게 복을 주고 집안을 지켜준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저승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영혼은 후손의 몸을 통해 다시 태어나거나, 자연(동물, 식물 등)의 일부로 다시 환생하여 우주적 순환 고리에 참여한다고도 보았다.

이집트 문명에서는 생명의 출현에 관하여 창조신(아툼/라)이 원초의 혼돈(눈) 속에서 우주와 질서(마아트)를 부여하고, 인간을 흙이나 신의 눈물로 창조하여 생명력(카)을 불어넣었다고 보았고, 죽음과 사후세계에 관하여는 영혼(카와 바)은 사후에도 지속되므로 시신을 미이라로 보존해야 영혼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오시리스의 심판에서 생전의 정의로움을 평가받은 뒤 영원한 낙원(아루)에 이르거나, 영원히 소멸된다고 보았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가 선한 의지로 세상과 최초의 인간(가요마르트)을 창조했으나, 악신 아리만의 침입으로 세상에 시련과 죽음이 들어왔으며, 사망 후 사흘간 체류하다 '친바트 다리'를 건너는데, 생전의 선악에 따라 다리가 넓어져 천국으로 가거나 칼날처럼 좁아져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보았다. 향후 구원자가 나타나 악을 멸하고 시신이 부활하여 완벽한 세계에서 영생한다는 내세관을 확립했다.

그리스에서는 카오스(혼돈)에서 가이아(대지) 등이 출현하고, 프로메테우스가 흙과 물로 인간을 반죽한 뒤 아테나가 숨을 불어넣어 생명이 시작되었고, 사망 시 영혼(프시케)이 육체를 떠나 지하세계(하데스)로 이동한다고 보았다. 대부분의 영혼은 기억을 잃은 무기력한 그림자(隱映) 상태로 남으며, 죄인은 타르타로스에서 형벌을 받고 극소수의 영웅과 의인은 엘리시온에서 복을 누린다고 보았다.

북구의 노르드 신앙에서는 안개와 불꽃이 만난 태초의 공간에서 거인 이미르가 태어나고, 신들(오딘 형제)이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에 숨과 의식을 넣어 최초의 인간 남녀(아스크와 엠블라)를 만들었고, 죽음에서는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한 용사는 오딘의 발할라나 프레이야의 폴크바앙으로 가 신들의 마지막 전쟁(라그나로크)을 대비하고, 병사(病死)나 노사(老死)한 일반인은 헬하임으로 간다고 믿었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아브라함계 신앙에서는 우주와 만물은 절대자(神)가 무(無)에서 창조하였고, 인간의 생명은 특별히 탄생 시에 신이 직접 흙으로 창조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개별적으로 창조하고, 일생을 주재하며, 신이 생명을 거두어 가면, 생전의 행적에 따라 영(spirit)이 천국이나 지옥에 잠정적으로 머물다가 종말 때 최후의 심판을 거쳐 육신을 입은 상태로 부활하거나 영원한 소멸(또는 永罰)에 처해진다고 본다.

동양의 음양사상(陰陽思想)에서는 우주의 근본 상태인 무극(無極) 내지 태극(太極)에서 발현된 음(陰)과 양(陽)이라는 두 상대적·보완적 기운의 역동적 상호작용 속에서 생명이 태동한다고 본다. 생명은 양기(신령/정신)와 음기(형체/육신)가 일시적으로 조화롭게 결합한 상태이며, 죽음은 이 음양의 균형이 해체되어 각자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이다. 이에 따라 사후 정신적 에너지는 양(陽)의 성질을 띠어 하늘로 올라가 혼(魂)이 되고, 육체적 에너지는 음(陰)의 성질을 띠어 땅으로 돌아가 백(魄)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사후 세계를 초자연적 장소라기보다 우주적 기(氣)의 대순환 과정으로 이해했다.

유교에서는 우주의 근본 이기(理氣)가 응합하여 생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며, 부모의 정혈을 받아 신체가 형성되는 혈연적 연속성을 핵심으로 삼았고, 죽음은 혼(魂, 정신)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魄, 육체)은 땅으로 돌아가는 기(氣)의 흩어짐으로 보았다. 부계 혈통의 계승과 제사를 통한 문화적 승계를 중시하고, 조상의 영(靈)이나 풍수적 지기가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도 본다.

도교에서는 천지의 근원인 '도(道)'에서 생성된 원기(元氣)가 모여 생명이 이루어지고, 기(氣)의 분산이 곧 죽음이지만, 양생술과 내단 수련 등을 통해 기를 정화하고 신선(神仙)이 된 사람은 그 영과 육이 선계(仙界)에서 영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힌두교에서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브라만'에서 현상계가 발현되며, 개별 생명체는 불변의 본질인 '아트만'이 깃들어 탄생하며, 육체의 죽음은 옷을 갈아입는 것에 불과하고, 업(Karma)에 따라 계속해서 윤회(Saṃsāra)한다고 본다. 수많은 윤회를 거쳐 집착을 벗어나 해탈(Mokṣa)에 이르면, 개별 아트만이 우주의 근본인 브라만과 하나로 합일된다.

이러한 각종 견해에 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은 매우 특별하고 상세하다. 부처님께서는 생명의 본질과 죽음에서 윤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요해하여 생사를 넘어서셨다고 선언하셨고, 우주의 성립으로부터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 직접 체험하고 기억하여 설명한다고도 하셨으며4), 부처님의 수 없는 전생과 주요 일들의 역사를 말씀하셨고5), 제자들에게 성불의 수기도 주셨다6).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께서는 4문유관에서 느끼신 생노병사의 인생고를 해결할 목적으로 출가하셔서, 6년가량 극한의 고행을 하시다가, BC 589년 12월 7일7) 아침 네란자라 강에서 목욕하신 후 수자타가 공양한 우유죽을 드시어 기운을 차리고서는 붇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드셨다. 밤새도록 마왕 파순의 유혹과 공격을 물리치시면서, 초저녁에는 전생의 일을 아는 지혜를 얻으시고, 한밤중에는 중생이 업에 따라 나고 죽는 이치를 깨달으셨으며, 8일 새벽별이 밝게 빛나는 순간, 모든 번뇌가 끊어지고 우주의 실상인 연기법과 사성제를 완전히 깨달아 '부처(Buddha)'가 되셨다.8)

이후 대각의 선열에 들어 계시는 동안 깨달으신 연기와 사성제의 법이 너무나 깊고 오묘하여, 탐욕과 분노에 눈먼 중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이라 보시고, 침묵하려 하셨는데, 범천(Brahmā)이 나타나, “세상에는 번뇌가 적어 법을 들으면 깨달을 수 있는 자들도 있으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 법을 설해 주십시오.”라고 세 번이나 간곡히 청하였기에 대자비심을 내어 설법하기로 결심하시고9), 49일째에 두 상인의 공양을 받으신 후 전법행(傳法行)을 시작하셨다. 10여 일 동안 250㎞ 가량을 걸어서 2월 8일경 녹야원에 이르셨고, 교진여 등 5인에게 12연기 등 4성제를 설하여 처음으로 깨우치게 하셨으므로, 생사와 윤회의 실상과 이치는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 부분이다.

12연기의 순역관(順逆観)은 초기경전의 핵심 부분이다.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입(六入)•촉(触)•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10)가 각각 전자를 원인으로 해서 일어나고, 또한 전자가 소멸하면 후자도 소멸되므로, 노사 등 인생고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무명을 타파하여 해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설일체유부는 12연기를 3세양중(三世兩重)의 인과로 해설하였다. 무명과 행은 전생(前生), 식(識) 이하 유(有)까지는 현생(現生), 생과 노사는 내생(來生)에 배대하여, 전·현·내생 전체를 관통하는 인과의 원리를 밝힌 것이라 보았다. 특히 식·명색·육입의 단계는 잉태와 태생(胎生)의 과정으로서, 사망자의 식(識)은 업에 따라, 욕계의 지옥•아귀•수라•축생•인간•천상의 6도(道)11), 그리고 색계의 18천12), 무색계의 4천13) 중으로 윤회하게 된다고 한다.

사망과 윤회에 대하여는 후대에 중음경14), 포태경15), 유가사지론16), 성유식론17), 티베트 사자의 서18) 등으로 식(識)이 전생(轉生)하는 과정이 매우 자세히 설명되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무아•윤회•식의 전생 그리고 업의 상속 부분을 보면 아래와 같다.

브라만교에서는 현상계의 몸과 마음은 허상(마야, Māyā)이지만 그 깊은 내면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참된 자아인 '아트만(Ātman)'이 존재한다고 보며, 아브라함 계통의 신앙에서도 신이 창조한 영혼은 불멸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변하지 않는 참된 자아’가 존재한다는 관념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번뇌와 집착을 만드는 근본 원인(무명, 無明)이라고 본다. 몸과 마음은 오직 다섯 가지 요소, 즉 ‘오온(색·수·상·행·식)’이 조건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연기적 현상일 뿐이며, 그 어디에도 고정된 '나'는 없다(무아, 無我)는 것이다.『미린다왕문경(Milindapañhā)』에서 나가세나(Nāgasena, 나선) 스님은 미린다(Milinda, 메난드로스 1세) 왕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촛불의 비유'로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왕이 ”불교에서는 영원한 자아가 없다고 하면서 어떻게 전생의 내가 다음 생으로 윤회한다고 합니까? 옮겨가는 주체(영혼)가 없는데 어떻게 삶이 연속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나가세나 스님은 밤새 타오르는 촛불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은 취지로 답하였다. ”초저녁에 켜놓은 촛불은 밤중이나 새벽의 촛불과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닙니다. 초저녁에 불을 태우던 심지와 기름은 이미 다해서 사라졌고 새벽의 불꽃은 새로 공급된 땔감을 태우고 있으므로, 새벽의 불꽃은 초저녁의 불꽃과 동일한 실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초저녁의 불꽃이 인연(원인)이 되어 새벽까지 연속하여 이어졌으므로,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불꽃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촛불이 탈 때 고정된 불덩어리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심지·기름·산소라는 조건(연기, 緣起)에 의해 불꽃의 흐름이 끊임없이 인과로 이어질 뿐입니다.“19) 이 대답에 표현된 바와 같이 생명이나 자아 역시 변하지 않는 영혼(아트만)이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다. 전생의 업(Karma)이라는 에너지가 원인이 되어 다음 생의 새로운 오온(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연속적인 흐름(Continuity)’이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는 강물이나 촛불처럼 순간순간 변하며 이어지는 ‘현상적 과정’일 뿐이므로 고정된 자아는 없다(무아). 그러나 전생의 업과 인과관계는 끊이지 않고 다음 생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자아와 생명을 "영혼이 옮겨간다"는 상견(常見)이나 "죽으면 완전히 소멸한다"는 단견(斷見)으로 보지 않고 '연기적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가르치신 중도(中道)이다. 성유식론에는 "만약 6식(눈·귀·코·혀·몸·의식)이 임종할 때 끊어진다면, 다음 생으로 넘어갈 때 윤회의 주체가 되는 심식(心識)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그렇기 때문에 6식 뒤에 항상 끊어짐 없이 근본이 되는 제8 아뢰야식(집지식)이 존재하여, 임종 후에도 업을 짊어지고 중음과 입태의 과정으로 연결되는 것이다."라고 해설되어 있다.

또한 업이 존속하여 업보를 야기하는 구조에 관하여는 의상대사 법성게에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결별성(九世十世相入卽 仍不雜亂隔別成)’으로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제한적 인식 구조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인데, 시방삼세의 삼라만상과 찰진심념은 그대로 영속하며, 서로 작용하면서도 각각은 별도로 엄밀히 성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적 생명관과 세계관은 오늘날 뇌과학과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그 타당성이 점차 증명되고 있다. 뇌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교체되고 있고, 뇌의 신경망(Synapse) 역시 경험과 학습에 따라 계속 재조직되고 변경되고 있으며, 우리가 느껴오는 ‘고정된 자아의식' 역시 뇌가 만들어낸 환각(Illusion)이라는 것이 과학적 사실로 드러났다.20) 생존 중에도 곤충이나 개구리는 뇌의 주요부분을 포함하여 크게 변화하고21), 보통 사람의 몸과 마음 상태도 수시로 변하여 전후가 계속 달라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고정된 자아가 영속한다고 믿는 것은 미신성 고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공의 구조나 정보에 관하여도, 현대 양자역학·홀로그램 우주론·홀론(Hologram/Holon) 이론에서는 "전체가 부분 안에 들어있되, 각 부분은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는다"고 보고, 또한 "우주의 정보는 소멸하지 않으며 다른 정보와 마구 섞여 사라지지 않는다"는 ’정보 보존 법칙(Information Conservation)‘을 확립하였는데, 이것은 위 불교의 시공관 등에 친화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앞에서 본 각종 종교나 문화에서 전승으로 전해지고 있는 사망과 사후세계에 대한 자료들에 비할 때, 매우 자세할 뿐만 아니라 그 근거가 모두 부처님께서 친히 연기의 이치를 직관하고 수행으로 증득(證得)하신 지혜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그 가르침 중에는 육체라는 물질적 요소 외에 정신적 작용(오온)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점, 특히 당시 인도 사상계와 업(Karma)•윤회(Saṃsāra)•해탈(Mokṣa) 등의 개념을 공유하는 점 등 다른 문화와 유사하거나 공통되는 면도 있어 보이지만, 생명의 본질에 대해 단멸론(단견)이나 영혼불멸론(상견)을 모두 지양하고 중도(中道)를 취하는 점, 영생이 아니라 생사와 윤회를 벗어난 해탈을 구하는 점22)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죽음과 윤회에 관하여 부처님께서는 상세한 내용을 강조하여 말씀하셨는데도 오랫동안 이를 진실이 아닌, 완고한 중생을 수행시키기 위한 ‘방편’ 정도로 치부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생(前生)연구•사망전의 의식의 회복 현상•임사 체험자들의 공통된 경험•사망사실에 대한 연동적 인식 등에 대한 임상 연구와 관찰 사례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고23), 유식학(唯識學)의 취지에 부합하는 현상계 인식론도 발전함에 따라24), 부처님의 가르침은 점차 비과학이 아닌 '과학 너머의 초월적 지혜(초과학)'로 재인식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에서 검토한 것은 죽음 자체와 사후에 사자(死者)에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특정인의 죽음은 육신의 소멸에 그치지 않고 남겨진 유산과 사회적 역할, 유물론적 인과의 파동으로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육신은 자연으로 되돌아가지만, 장기 이식 등으로 물질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25). 국가사회적 영향이나 종족적 영향도 남는다26). 전쟁이나 싸움에서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고, 남겨진 재산이나 명리를 상속받는 일로 다수인이 얽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최종적인 지침은 8정도와 6바라밀이며, 죽음에 관한 지식은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종교를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등 실생활의 필요를 위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는 견해도 적지 않지만27), 부처님의 가르침은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 없다. 위『현겁경』에는 “생사(生死)에도 의지하지 않고 열반을 얻지도 않는 것이 바로 해탈(解脫)이니, 눈[雪] 같은 정애(情愛)를 쓸어버리고 진제(眞諦)를 세워서 얼굴이 늘 화락하여 성난 빛을 버리고 먼저 찾아가되 어른•아이•젊은이 할 것 없이 누구든지 다 공경하며, 마음으로 항상 묻고 칭찬하여 은혜로운 뜻을 품어서 괴롭히고 해치는 일이 없으며, 말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고요하고 삼가[惔怕]하는 행동을 찬탄하며, 대중들과 함께 있거나 떨어져 있거나 간에 있는 곳마다 화합해서 원수든지 벗이든지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여 미워하고 사랑함이 없느니라.”라고 행할 바를 명시하고 있다. 대승의 정수인『능엄경』의 비유처럼, 우리는 각자가 별개의 파도(개별 식)라 믿으며 부서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파도의 본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바다이다28). 죽음이란 파도가 부서져 완전한 암전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요, 형태 그대로 다른 차원으로 날아가는 것도 아니다. 출렁이던 소용돌이가 멈추고 본래 거대한 바다(여래장) 자체였음을 회복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사후를 준비하는 가장 지혜로운 자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간적 호기심이 아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대 위에서 맑은 기운을 남기고, 밀도 높은 선업(善業)의 패턴을 심층 의식에 새겨 넣는 일이다. 그것이 8정도와 6바라밀의 수행이며, 바다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국가사회의 제도는 죽음과 전생(轉生)에 관한 실상에 맞추어 복덕이 되도록, 결혼•출산과 성질서, 장례와 제례에 관한 문화, 살인과 낙태에 관한 규제방법 등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1) 생명의 유지와 보존은 생명체의 기본 속성이어서, 산 것은 죽음을 회피하고 삶을 계속하려 하므로, 죽음과 사후상황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을 넘어 공포에 이르는 경향이다.

2) 바람•비•동물•산•강 등 대자연이나 질병•가뭄•죽음 등 예상 밖의 사건의 이면에 '인간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존재(정령)'가 있다고 해석하여, 천상·지하의 정령이나 조상신과 소통하여 병을 고치고 공동체의 안녕을 비는 문화로서, 애니미즘(Animism, 만물유령설)이라고도 한다. 꿈속에서 이미 죽은 이나 멀리 있는 사람을 만나는 체험, 혹은 살아있는 사람과 시신의 결정적 차이(영혼의 유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혼의 존재와 저승, 정령과의 소통이라는 관념이 모든 대륙에서 발생했다. 시베리아와 동아시아의 무속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과 아마존 원주민, 아프리카 원주민의 조상 정령 및 자연신 숭배, 오세아니아와 호주의 원주민, 고대 유럽의 켈트족(드루이드)•게르만족•스칸디나비아 인의 숲과 자연의 정령 및 조상신 소통도 이와 같다. 동물이나 나무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인류는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채집했고, 가뭄•전염병•전쟁 등 대재앙 앞에서 정령과 소통하여 해결책(제사, 이동 등)을 제시함으로써 공동체의 공포를 누르고 집단적 단결을 도모했다. 후대에 기독교•이슬람교•불교•유교 등 제도권 종교가 발생하면서, 점차 민간신앙 형태로 축소되거나 고등 종교 내부의 신비주의 기도의 형태로 흡수·변용되었고, 미신으로 탄압되기도 하였다.

3) '샤머니즘'의 뿌리가 된 단어 '샤만(Shaman)'은 에벤키족(Evenks)의 언어 '샤만(Šaman)'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영계(靈界)와 소통하고 트랜스(변형 의식) 상태에 들어가 신령이나 조상신을 접신하여 병을 고치거나 의례를 주재하는 주술-종교적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아는 사람', '흥분/격동하는 사람' 또는 '정령과 소통하는 사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만은 1581년 시작된 모스크바 공국 예르마크 티모페예비치(Yermak Timofeyevich)의 코사크 기병대 시베리아 원정에서 발견되었고, 아바쿰 사제(Avvakum Petrov)의 1660년대 기록, 니콜라스 위첸(Nicolaes Witsen)의 『북동 타르타리아(Noord en Oost Tartaryen)』(1692년), 이데스(Evert Ysbrants Ides)의 시베리아 여행기(1698년) 등으로 서구에 소개되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불교 승려를 뜻하는 '샤라마나(Śramaṇa, 沙門)'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퉁구스어로 유입되었다는 학설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에벤키족은 시베리아 서쪽 예니세이강에서부터 동쪽 오호츠크해 연안에 이르는 타이가(침엽수림)와 툰드라 지대 전역, 내외몽골·만주 등지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현재의 인구는 합계 약 7만 명이라고 한다. 샤머니즘 형태는 남북아메리카 인디언, 아프리카 원주민, 유럽에도 퍼져있고, 한국의 무당도 같다. 그러나 에벤키족이 1만 명도 되지 않는 원정대의 화포에 정복됨으로써 샤먼은 권위를 잃었다.

4) 예컨대, 대림 옮김, 『앙굿따라 니까야 1』, 초기불전연구원, 579~580면 (불순물 제거하는 자 경)에는 "부처님께서는 우주가 생성되어 소멸하는 과정 전부를 다 보신다"는 취지가 명기되어 있고, 〔김윤수 역주(2019), 『증일아함경Ⅳ』, 운주사, 제48 십불선품 318면〕에는 아난이 부처님께 "여래께서는 밝게 통찰하셔서 살피시지 못하시는 일이 없습니다. 미래•과거•현재의 3세를 모두 다 밝게 아시고 과거의 모든 붓다들의 성명•명호•따르던 제자 보살들의 많고 적음을 모두 다 아시며 1겁이나 100겁 혹은 무수겁을 다 관찰해 아시고 또한 국왕•대신•백성들의 성과 이름도 능히 분별해 아시며 지금 현재 여러 나라들도 밝게 아시니 아득히 먼 미래에 이를 미륵 아라한 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의 따르는 제자들•붓다 경계의 풍요로움•얼마 동안이나 계속될지 등의 변화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여쭈어 미륵불 출현시 상황의 말씀을 들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5) 부처님 전생(前生) 이야기는 자타카〔Jātaka, 본생경(本生經) 또는 본생담(本生譚)〕로서, 선혜보살과 청련화 이야기•원숭이왕 이야기 등 많은 내용이 있고, 아잔타 석굴 등에도 일부 새겨져 있으며, 금강경에도 '인욕선인 할절신체'로 예시되어 있다. 과거사의 한 예로 부처님께서는 국가와 통치자가 발생한 과정에 관하여 "중생들이 모여서 '여보시오, 사악한 법들이 중생들에게 생겼습니다. 참으로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비난이 알려지게 되었고, 거짓말이 알려지게 되었고, 처벌이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우리는 화를 내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화를 내고, 비난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비난하고, 추방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추방을 하도록 한 중생을 뽑아야 합니다. 대신에 우리는 그에게 쌀의 몫을 배분해 줍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 중생들은 그들 가운데서 더 출중하고, 더 잘 생기고, 더 믿음직하고, 더 위력이 있는 그런 중생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오십시오, 존자여. 화를 내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화를 내고, 비난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비난하고, 추방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추방하십시오. 대신에 우리는 당신에게 쌀의 몫을 배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 최초의 왕으로 '마하삼마따(Mahāsammata)'를 선출하였다"라고 설명하셨다.[각묵 역(2006), 「세기경」, 『디가 니까야』 27권, 초기불전연구원, 172~173면].

6) 서진 월지삼장(月氏三藏) 축법호(竺法護) 한역•이진영 번역 『현겁경(賢劫經)』 또는 『현겁정의경(賢劫定意經)』 제7권 21. 천불흥립품(千佛興立品)에는 과거불 구류손(拘留孫)•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가섭(迦葉) 여래 다음으로, 석가모니 능인(能仁) 그 다음에 자씨(慈氏)여래(즉 미륵불), 그 다음에 사자(師子)여래 이하 혜업(慧業)여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처님의 출현과 제도가 설명되어 있는데, 자씨 여래에 대하여는 "묘의(妙意)라는 성에 태어나는데, 그 부처님의 광명은 40리를 비추며, 아버지는 범지 출신으로서 이름이 범평(梵平)•어머니의 자는 범경(梵經)•아들은 덕력(德力)•시자는 해씨(海氏)•지혜의 상수(上首) 제자는 혜광(慧光)•신족 제자의 이름은 견정진(堅精進)이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 세간에 계실 때엔 사람의 수명이 84,000세이고, 경전을 설함에 따라 한 번 모임에 96억 비구•두 번 모임에 94억•세 번 모임에 92억 비구가 다 아라한을 이루며, 사리를 모아 큰 절을 건립하고 바른 법이 8만 세를 존속하리라."등으로 되어 있다. 수명 84,000세를 근거로 미륵불이 오는 때는 56억 7천만 년 후로 계산되고 있다. 미륵하생경•〔김윤수 역주(2019), 『증일아함경Ⅳ』, 운주사, 제48 십불선품 326~327면〕•〔현장 한역•변기 찬록•이미령 번역, 『대당서역기』 9권(ABC, K1065 v32, p.441a01)〕등에는 가섭존자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미륵불 출현시 석가부처님 가사를 전해드리라는 명을 받고, 마가다국 계족산 바위로 들어가 멸진정에 들어 있다고 한다. 계족산은 비하르 주 가야(Gaya)시 동북방 30㎞ Gurpa Hill로서 해발 300m 가량 바위산으로 추정된다. 대가섭 외에 꾼다다나•빈두로•라훌라 3 비구도 열반에 들지 말도록 지시받았다. 또한 『법화경』 제8 '오백제자수기품'에는 부루나 존자와 교진여 등 500 제자가 모두 무량겁 후에 '보명(普明)여래'라는 같은 명호로 성불할 것으로 수기(授記: 부처님께서 장차 성불함을 예언하고 보증함)되어 있다.

7) 조계종의 공식 견해. BC 528년•BC 445년 등 다른 견해가 있고, 남방 불교에서는 출생·성도·열반 모두가 웨사카(Vesak) 보름(대체로 양력 5월)이라고 본다.

8) 초저녁에 마군(魔軍)을 강복받고 스스로 증득하는 지혜를 얻어, 과거 무량한 생(生) 동안의 일들을 모조리 기억해 내셨다. (어느 생에 이름이 무엇이었고,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겪었는지를 빠짐없이 다 아셨다; 전생의 일을 아는 宿命明), 한밤중에 청정한 천안(天眼)을 얻으시어 모든 중생이 여기서 죽어 저기서 태어나며, 자신들이 지은 업(業)에 따라 선취(善趣)와 악취(惡趣)로 가며 과보를 받는 이치를 있는 그대로 다 보셨다(업에 따른 생사의 이치를 보는 天眼明). 새벽별(明星)이 솟아오를 때, 정적 속에서 대오각성(大悟覺性)하시어 12인연(연기법)을 역관(逆觀)·순관(順觀)하시고… 지혜가 생겨나 모든 번뇌가 다한 해탈을 얻으셨다. '이것은 괴로움이다(苦),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集),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滅), 이것은 괴로움을 없애는 길이다(道)'라는 사성제(四聖諦)를 완전히 깨달으셨다(누진명 漏盡明). [김윤수 역주(2019), 『장아함경Ⅰ』, 운주사, 제1 대본경], [대림스님 옮김(2012), 『맛지마 니까야1』, 초기불전연구원, 사자후의 긴 경, 395~397면].

9) 김윤수 역주(2019), 『증일아함경Ⅰ』, 운주사, 제19 권청품 435~437면; 대림스님 옮김(2012), 『맛지마 니까야1』, 초기불전연구원, 성스러운 구함 경, 629~634면

10) 무명(無明):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과 '나'라는 실체가 없음을 알지 못하는 진리에 대한 무지, 행(行): 어리석음에 기반한 의지적 행위, 식(識): 행위에 의해 형성된 분별하는 인식 또는 의식, 명색(名色): 입태시의 정신적(名) 요소와 물질적(色) 요소, 즉 육체와 마음의 결합, 육입(六入): 눈•귀•코•혀•몸과 의(意)라는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의 생성, 촉(触): 감각 기관이 외부 대상과 접촉함, 수(受): 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 애(愛): 느낌에 따라 갈망과 욕망이 일어남, 취(取): 욕망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 유(有): 집착의 결과로 형성된 존재의 상태, 생(生): 출생, 노사(老死): 태어났기에 필연적으로 겪는 늙음•죽음•슬픔•고통.

11) 초기경전에는 대체로 (아)수라를 제외한 5도로 되어 있다.〔대림스님 옮김(2012), 『맛지마 니까야1』, 초기불전연구원, 성스러운 구함 경, 629~634면〕. 욕계의 하늘은 땅에 의지해 있는 지거(地居)천인 수미산 중턱의 사왕(四王)천과 수미산 정상의 도리(忉利)천 그리고 수미산 위 허공에 존재하는 공거(空居)천인 야마(夜摩)천•도솔(兜率)천•화락(化樂)천•타화자제(他化自在)천의 6가지이다. 부처님께서는 도리천에 가셔서 불모 마야부인을 제도하셨고, 미륵보살이 도솔천에, 마왕 파순(Pāpīyas)이 타화자재천에 거하고 있다 한다.

12) 감각적 욕망은 사라졌으나, 형상•빛•색의 미세한 물질이 남아있는 색계(色界)에는 범천(梵天)의 세계인 초선천(初禪天)에 범중(梵衆)천•범보(梵輔)천•대범(大梵)천, 빛의 세계인 제2선천(二禪天)에 소광(少光)천•무량광(無量光)천•광음(光音)천, 정적과 희락의 세계인 제3선천(三禪天)에 소정(少淨)천•무량정(無量淨)천•변정(遍淨)천, 평정(捨)과 청정의 세계인 제4선천(四禪天)에 무운(無雲)천•복생(福生)천•광과(廣果)천•무상(無相)천•무번(無煩)천•무열(無熱)천•선견(善見)천•선현(善現)천•색구경(色究竟)천=아가니타천의 18개 하늘이 있다 한다.

13) 형상•물질•공간적 위치가 없는 무색계(無色界)에는 공무변처(空無邊處)천• 식무변처(識無邊處)천•무소유처(無所有處)천•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천의 4개의 하늘이 있다 한다.

14) 요진 양주사문 축불념(竺佛念) 한역•심삼진 번역, 『중음경(中陰經)』 1,2권(ABC, K0414)에는 부처님께서 온 법계 일체 중음(中陰)의 양상과 이를 제도하는 법문이 실려있다.

15) 서진(西晋) 월지국(月氏國) 삼장 축법호(竺法護) 한역•송성수 번역, 『불설포태경(佛說胞胎經)』에는 부처님께서 난타와 비구들에게 중음신이 입태하는 과정과, 입태후 매 7일을 단위로 하여 38번째 7일까지 변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시고, 이것이 모두 고(苦)이며, 출생후 100년, 1,200달을 살면서 겪게되는 404가지 질병도 설명하시면서, 범행을 통한 해탈로 인도하셨다.

16) 미륵보살(彌勒菩薩) 지음•삼장법사 현장(玄奘) 한역•강명희 번역,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제1권』 1. 본지품에는 5식신상응지(識身相應地)•의지(意地)•유심유사지(有尋有伺地)•무심유사지(無尋唯伺地)•무심무사지(無尋無伺地)•삼마희다지(三摩呬多地)•비삼마희다지(非三摩呬多地)•유심지(有心地)•무심지(無心地) 등 17개 지(地)를 '유가사지(瑜伽師地)'라고 정의하고, '5식신상응지'와 '의지' 부분에서 내분유정(內分有情)의 사(死)와 전생(轉生)을 세밀히 밝히고 있다. 사에서는 여섯 가지 사(死)와 여덟 가지 문(門)으로 분설하고, 생(生)에 관하여는 (1) 중유(中有)에 관한 22개 문(門) (2) 생유(生有)에 관한 2 문(門) (3) 본유(本有)에 관한 2 문(門) 총 26개 문으로 상설하고 있다.

17) 호법(護法) 등 지음•현장(玄奘) 한역•김묘주 번역, 『성유식론(成唯識論)』은 유식(唯識)에 관한 본질적 의문과 해설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후 전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 감각기관이 형성되기 전이나, 심정지 등 신체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감각기관을 통하지 아니한 인식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생명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대 과학에서도 공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18) 〚파드마삼바바 지음 카지 다와삼둡 영역•에번스 윈츠 편집•류시화 번역(2000), 『티벳 死者의 書』, 정신세계사〛에는 사자의 중음신이 미혹하여 입태•전생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해설하고, 해탈하는 방도가 기재되어 있다.

19) 김경수 역(1992), 『미린다 팡하(현대불교신서 3)』, 동국대역경원. 참조.

20)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연구〔Carhart-Harris et al.(2012), "Neural correlates of the psychedelic state as determined by fMRI studies", PNAS.〕; Daniel Dennett, 『Consciousness Explained』 (1991); Thomas Metzinger, 『Being No One: The Self-Model Theory of Subjectivity』 (2003) 및 『The Ego Tunnel』 (2009) 등.

21) 나비•파리•벌 등 완전변태 곤충은 변태시 번데기(Pupa) 단계에서 유충 시기의 몸과 신경세포 중 상당수가 파괴되고, '간세포(Neuroblasts)'로부터 성충 전용 신경망이 새로 구성된다. 특히 뇌의 정보 처리 기관인 버섯체(Mushroom bodies)와 중앙 체계(Central complex)의 구조가 완전히 탈바꿈하여, 유충의 기어 다니는 행동 양식에서 성충의 날아다니고 구애하는 복잡한 행동 양식으로 신경망이 개조된다.〔Truman,J.W.(1990), "Metamorphosis of the central nervous system of Drosophila", Journal of Neurobiology.〕. 개구리가 올챙이에서 변신할 때도 갑상선 호르몬(Thyroid Hormone)의 자극으로 뇌 구조가 크게 바뀌는데, 물속에서 측면에 눈이 있던 올챙이가 육상에서 정면을 보며 입체시(Stereo vision)를 갖게 됨에 따라, 몸의 변화 뿐만 아니라 시각 중추(Optic tectum) 및 양안 시각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가 새로 생성·연결되고 아가미 호흡을 담당하던 뇌간(Brainstem)의 회로가 폐호흡 및 점프 운동을 위한 척수 신경망과의 연결 체계로 개편된다.

22) 브라만교의 해탈은 '우주적 실재(브라흐만)와의 완전한 합일'이자 참된 자아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때 해탈의 상태는 무한한 존재(Sat)·무한한 의식(Cit)·무한한 지복(Ānanda)으로 서술되며, 곧 '우주적 자아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아브라함 계열의 신앙 역시 불멸의 영혼이 신과 영원한 복락을 누린다는 점에서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불교의 열반(Nirvāṇa)은 어원 그대로 '불어 꺼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어떠한 신성한 존재와의 합일이 아니라, 괴로움을 일으키는 탐욕(貪)·성냄(瞋)·어리석음(癡)이라는 삼독(三毒)의 불길이 완전히 꺼진 상태를 가리킨다. 존재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으므로 더 이상 윤회의 땔감(업)이 공급되지 않아, 괴로움의 재발이 완전히 그친 것이다. 불교는 오히려 영생과 지복에 대한 갈망(갈애, 渴愛) 자체가 고통의 근원이라고 본다. 따라서 불교가 추구하는 해탈은 '영원한 생명'이나 '신성과의 합일'이 아니라, 무명(어리석음)과 집착이 사라짐으로써 경험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궁극적인 평정(寂靜)과 자유라는 점에서 다른 종교들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23)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의 전생 리딩(Reading)은 직관적 진술에 그쳐 대중적 가십 정도로 취급된 점이 있었지만, 이후 전개된 연구들은 엄격한 임상적 데이터와 학술적 격식을 갖추며 발전해 왔다. 버지니아 의대 지각연구소(DOPS)를 설립한 스티븐슨(Ian Stevenson) 교수가 3,000건 이상의 사례를 검증해 발표한 『Twenty Cases Suggestive of Reincarnation』(1966)과 『Reincarnation and Biology』(1997), 그 후계자인 짐 터커(Jim B. Tucker) 교수의 『Life Before Life』(2005) 및 『Return to Life』(2013)는 체계적인 사료 검증을 거친 대표적 실증 연구로 꼽힌다. 마이클 뉴턴(Michael Newton)의 『영혼들의 여행』(1994), 브라이언 와이스(Brian Weiss)의 『전생체험』(1988)과 같은 최면 임상 저작들,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교 DOPS가 Journal of Scientific Exploration, Journal of Near-Death Studies 등의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게재해 온 동료 평가 논문(Peer-reviewed Papers)과 데이터베이스는 아동의 전생 기억•임사체험•사망 직전 의식 회복 현상 등을 단순한 신비주의가 아닌 유의미한 학술적 탐구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24) 현상계가 주관의 인식 작용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식학의 '유식무경(唯識無境)' 관점은, 관찰자의 개입과 인식이 물리적 실재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현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 및 참여 우주론(John Wheeler), 그리고 인지과학의 '자유 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 Karl Friston)' 및 생물학적 자가생성(Autopoiesis, Humberto Maturana & Francisco Varela) 이론과 깊은 구조적 동질성을 보여준다. 참고: Francisco Varela, Evan Thompson, Eleanor Rosch, 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MIT Press, 1991); Bernardo Kastrup, Analytic Idealism in a Nutshell (2022).

25) 육신을 구성하는 고체•액체•기체의 각 물질 뿐만 아니라 체온을 비롯한 에너지도 모두 자연계로 돌아 간다. 그러나 그러한 육신도 장기이식 외에도 증거물, 인체와 생명에 관한 주요 연구자료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생전의 행적에 관한 정보는 문서•기록물 등 물질 자료나 사람의 기억을 통하여 전승되어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죽음으로 모든 것이 소멸한다는 견해는 유물론적으로도 오류이다.

26) 공동체의 선후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연결되기 마련이다. 조선 초엽의 한글 창제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결정적 자산으로 역할하고 있고, 이순신 장군의 "맹산초목지 서해어룡동(盟山草木知 誓海魚龍動)" 시는 장병의 호국정신을 일깨우며, 이승만의 "우리 민족이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매지 않게 해주옵소서"라는 임종 기도는 후손에게 영구히 독립정신을 고취한다. 혈통선후대 간에는 DNA는 물론이고, 재산과 생활양식, 정신적•문화적 여러 요소들이 전승되기도 하여 종중문화의 뿌리가 된다. 여기서도 사자(死者)는 영생하지는 않지만 단멸되지도 않고 인과의 연기를 야기하는데, 불행과 원한이 아니라 복덕과 공덕을 전수하는 것이 집단적 해탈의 길일 것이다.

27) 홉스(Thomas Hobbes)는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보이지 않는 권능에 대한 공포, 그것이 마음속에 인정되고 공식적으로 승인된 것을 종교라 하고, 승인되지 않은 것을 미신이라 한다."라고 하였고,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Bronisław Malinowski)는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커다란 공포이며, 종교는 이 끝없는 공포와 실의에서 구원받기 위해 인간이 창조해 낸 구원의 제도이다."라고 하였다.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환상의 미래(The Future of an Illusion)』 등의 저작에서 "인간은 자연의 거대한 힘과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운명 앞에서 느낀 근원적인 무력감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을 보호해 주었듯 보호받기 위해 하나님(신)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냈다."고 하였고, 문화인류학자 베커(Ernest Becker)는 『죽음의 부정(The Denial of Death)』에서 인간의 모든 문화와 종교 활동은 결국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거나 부인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Lucretius)는 "공포가 지상에 신들을 만들어냈다(Fear first made gods in the world)."고 하였고, 볼테르(Voltaire)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마르크스(Karl Marx)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 칭하며,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고통을 잊게 만들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위해 활용한 기득권 유지 도구로 보았다. 사회학자 뒤르켐(Émile Durkheim)은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들』에서 공동체가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집단적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 상징과 의식(Ritual)을 만들어내어 '신성하다'고 입힌 것이 곧 종교라고 보았고, 진화생물학자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종교적 신념을 유전자처럼 스스로를 복제하며 퍼지는 문화적 정보의 단위, 즉 '밈(Meme)' 또는 유용한 마음의 바이러스로 설명하였다.

28)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에서 부처님께서는 아난(阿難)에게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여 마음은 몸의 안이나 밖 등 7곳 어디에도 있는 것이 아니고(七處徵心), 그것이 우주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신 후, "망상과 번뇌에 가려진 마음(생멸심)은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잔물결과 같으나, 중생의 본래 성품인 진심(眞心, 여래장)은 불변하는 맑은 바닷물 자체와 같다"라는 취지로 설하셨다. 즉, 현상계의 나고 죽음(생멸)은 거대한 바다 수면 위에 풍랑(인연)으로 인해 잠시 일어나는 파도일 뿐이며, 파도가 부서진다 하여 바다의 물성(水性)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이수덕 편역(2026), 『首楞嚴經 개정증보판』, 창영프로세스〕 참조. 또한 마명(馬鳴) 보살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는 이를 '심진여문(心真如門, 바다)'과 '심생멸문(心生滅門, 파도)'의 관계로 체계화하여, "바람(무명)으로 인해 바다에 파도가 일지만 물의 본질은 젖는 성질(濕性)로서 동일하듯, 오온의 나고 죽음 속에서도 우리 본래의 참마음(여래장)은 생멸이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구상진|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했고, 서울시립대 법학과 교수 및 동 대학 로스쿨 원장, ‘법조불교인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변호사,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명예회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불교와 자유민주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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