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우리처럼 고민하셨다" 금강경도 어렵던 내가 불교에 빠진 이유

나의 불교 이야기



책에서 만난 부처님, 삶으로 이어진 불교와의 인연

나의 불교 입문은 순전히 불교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면서 시, 소설, 수필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많은 책을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깊이 감동했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앞장으로 돌아가며 읽곤 했다. 그 시절에는 웬만한 장편소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불교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마하무드라의 노래』, 『사하라의 노래』를 비롯해 ‘인도의 명상과 신비를 통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불교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에는 고려원출판사의 다르마총서를 즐겨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불교의 핵심 경전인 『금강경』을 읽어보았지만, 솔직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금강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은 눈에 띄는 대로 사서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이해하고 싶을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탄허 스님의 문도들이 이끌던 삼일선원과 인연이 닿았다. 그곳에서 원조 각성 스님께서 매주 한 번씩, 세 시간에 걸쳐 수년 동안 이어가신 강의를 들으며 비로소 불교를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와 불교의 인연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안은 할머니 때부터 불교를 신앙해 왔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내가 본 어머니의 신행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농촌 살림이 바빴던 어머니는 방앗간에서 쌀을 찧어오면 먼저 키에 까불러 잡티를 골라내고, 깨끗한 쌀을 하얀 자루에 담아 절에 가는 날 공양미로 가져가셨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가며 절에 자주 갈 형편은 아니었지만, 정성만큼은 누구보다 깊었다. 나 역시 어머니를 따라 몇 번 절에 다녀온 것이 전부였지만, 그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부처님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셨구나

후에 고타마 싯다르타의 구도 과정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 번 깊은 감동을 받았다.

왕자의 삶을 뒤로하고 진리를 찾아 나선 그는 온갖 수행과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6년이라는 혹독한 고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정각을 이루었지만, 놀랍게도 깨달음 직후 곧바로 설법에 나서지 않았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오랫동안 깊은 명상에 잠기며 고민하셨다.

“내가 깨달은 이 진리가 너무나 깊고 미묘한데, 과연 고통과 무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대목을 읽는 순간, 나는 큰 울림을 받았다. 깨달은 성인이기에 앞서 중생을 걱정하며 망설이고 고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 부처님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셨구나.”

그 깨달음 앞에서의 고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결국 부처님께서는 세상으로 나아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많은 이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당부하셨다. 사람마다 근기가 다름을 아셨기에,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진리를 각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하셨다. 상근기에게는 깊은 법을, 중근기에게는 중간의 법을, 하근기에게는 쉬운 법을 전하셨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하면 가장 뛰어난 교육자이자 상담가였던 셈이다.

이후 박정배의 『깨침과 깨달음』은 나의 불교 이해를 한 단계 더 깊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 책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단순히 지식으로서의 깨달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명을 벗고 연기와 공의 이치를 체득하며 자비를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불성을 깨닫고 스스로 부처가 되는 길이야말로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라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부처님이 초월적인 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치열한 수행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신 분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깊은 희망을 준다. 인간이기에 고민했고, 인간이기에 수행했으며, 인간이기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불교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2,500년을 앞서간 부처님의 평등사상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부분 중 하나는 평등사상이다.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지배하던 고대 인도에서 부처님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철저히 부정하셨다. 왕족과 노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임을 선언하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성의 출가를 허용하셨다는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여성에게 수행과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은 당시 사회를 생각하면 혁명적인 일이었다. 부처님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회개혁가였으며, 누구보다 앞서 평등의 가치를 실천한 선구자였다.

나 또한 여성불교연합회를 이끌며 다양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기회균등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유리천장을 둘러싼 논의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부처님께서 이미 2,500여 년 전에 평등의 가치를 선언하고 실천하셨다는 사실에 새삼 경외심을 느낀다.

인류는 여전히 온전한 평등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계급과 성별, 빈부귀천을 넘어 모든 존재의 존엄을 인정했던 부처님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 가르침 앞에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오늘도 한 권의 책을 펼친다.

책에서 시작된 나의 불교 인연은 어느새 삶의 길이 되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에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읽고 배우고 실천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확인한다.

붓다의 사상은 나를 자유롭게 하고, 자비롭게 하며, 무엇보다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서옥영
한국여성불교연합회 중앙본부 회장, 법무부 청소년보호위원, 대한노인회중앙회 자문위원, 동국대 불교대학원 총동창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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