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으며 읽는 책 『UCLA 마음챙김 수업』
마음챙김의 과학
호흡은 마음챙김, 명상, 그리고 대부분의 심신 수련에서 중심적인 요소이다. 심신 수련과 흔히 연관 짓는 ‘영적(spiritual)’이라는 단어도 ‘호흡’을 뜻하는 스피리탈리스(spirita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호흡은 건강과 안녕의 지표이다. 그리스인들은 심장과 폐를 생명력의 핵심, 즉 가장 중요한 생명 기능으로 보았다. 중국 의학에서 신체 생명력의 척도인 기(氣)는 맥박과 호흡을 검사해 평가한다.4 인도 철학에서는 프라나(prana)가 이러한 생명력에 해당한다. 서양 의학에서 호흡은 모든 건강 검진에서 청진기로 측정하는 기본적인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이다.
똑같은 호흡은 없다
우리가 호흡하는 방식은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호흡은 자동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수의 사람도 있다. 선천성 중추성 무호흡증이라는 희귀성 유전 질환은 자동 호흡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다. 드문 질병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질환을 연구함으로써 유전자가 호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이 드문 돌연변이는 뇌의 호흡 조절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생쥐의 경우 생후 몇 시간 내에 사망하며 인간의 경우 이 질병에 걸린 아동은 인공 생명장치로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이 질환에는 하나의 유전자만 관여하지 않는다. 다양한 돌연변이가 서로 다른 정도의 중증도를 유발하며, 이러한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쥐에 대한 연구 결과이며, 인간에 관한 연구는 아직 없다). 가령 똑같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쥐라도 높은 기온에서 자란 쥐는 추운 기온에서 자란 쥐보다 이 질환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이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 설계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인다. 즉, 주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의 유전적, 환경적 경험은 평생에 걸쳐 호흡을 포함한 우리의 신체를 형성하고 다시 형성한다.
세계 사이클 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랜스 암스트롱은 매우 고효율의 폐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운동 중 한 번의 호흡으로 체중 1킬로그램당 83밀리리터의 산소를 소비한다고 한다. 반 면,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은 그 절반의 산소만 소비할 수 있다.6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프래밍엄 심장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DNA 설계도가 폐 기능의 약 30~50%를 결정하며, 나머지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감소하거나 커지는 등의 개인적인 폐 기능 변화는 대부분 (82~95%)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매일 운동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 사는 등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생활방식이 노화 과정의 호흡기 건강에 핵심 부분을 차지한 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이 실제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마음챙김의 과학에서 드러난 가장 흥미롭고 새로운 발견 중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켜거나 끄는 등 자신의 유전자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핵심 수단이 바로 호흡에 대한 주의 집중이다.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이르러 의식적으로 유도한 마음 상태가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임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나타났다. 2008년 보스턴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는 이러한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명상(또는 이완반응을 유도하는 심신 수련)을 오랫동안 수행한 19명과 비수행자 19명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교했다. 두 그룹 사이에 여러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장기간 수련자에서 수련 초보자에 비해 약 1,200개의 유전자가 더 많이 활성화되었고, 약 9백 개의 유전자는 덜 활성화되었다. 명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 (하버드대학의 허버트 벤슨이 개발한) 특정 이완반응 기법을 배우기 전과 후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교하자 약 1,500개의 유전자가 차이를 보였다. 모든 정보를 종합한 결과, 15개의 소수 유전자 세트가 이완 반응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다수 유전자는 스트레스, 세포대사,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과 폐·심장 건강
호흡은 자동적인 과정인 동시에 자발적인 조절도 가능하다. 우리 대부분은 분당 12~15회 숨을 쉬며, 1회 호흡할 때마다 1파인트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자발적이고 자동적인 호흡 시스템은 뇌의 호흡 중추(뇌간의 수질)에서 발생하며 가슴 근육을 자극해 폐의 압력을 변화시킴으로써 폐 안팎으로 공기를 밀어 넣는다. 숨을 참거나 노래하거나 말할 때 호흡을 자발적으로 조절하는 과정은 호흡 경로를 수정하는 뇌의 상부 중추에서 일어난다. 호흡이 가진 자동 적인 특성 때문에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쉽지 않다. 앞으로 이 책에서 알게 되겠지만, 호흡이나 그밖에 자신의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것은 호흡 자체를 더 잘 조절하는 법을 발견하고 연습하는 좋은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이 호흡과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호흡 속도에 변화를 주면 숨을 내쉴 때보다 들이쉴 때 심장이 더 빨리 뛰는 호흡성 동부정맥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들숨과 날숨 시의 이러한 심박수 차이는 건강하다는 신호인데, 이 차이는 노화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질병으로 건강이 저하하면서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이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바디스캔 명상으로 마음챙김을 연구한 결과, 마음챙김은 운동과 마찬가지로 호흡성 동부정맥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흡에 따른 심박수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호흡성 동부정맥은 숨을 들이쉴 때 심박수가 증가하고 숨을 내 쉴 때 심박수가 느려지는 현상으로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정상적인 현상으로 간주된다. 건강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며 어린이, 청소년, 젊은 성인에게 더 자주 발생하며 노년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강도와 빈도가 감소한다.-옮긴이)
마음챙김은 또한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 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심장병 위험이 있는 두 그룹의 사람들을 10개월 동안 연구했다. 한 그룹은 건강 코치와 마음챙김 및 스트레스 감소 지침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제공받았고, 다른 그룹은 건강평가 서면 보고서를 받았지만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치의에게 후속 건강관리를 받았다. 10개월 후,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받은 사람들의 심장병 위험이 훨씬 낮게 측정되었다. 그들은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체중도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등 호흡기 문제에 대한 호흡 훈련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흡 훈련에 대한 소규모 통제 연구에서 22명의 천식 환자에게 프라나 즉, 생명력을 활용하는 특정 형태의 요가와 명상에서 흔히 하는 호흡법인 프라나야마 호흡법을 가르쳤다. 프라나야마 호흡의 한 형태에서는 내쉬는 숨을 들이쉬는 숨의 두 배로 늘린다. (바로 지금 숨을 멈추고 당신의 날숨 과 들숨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 뒤 날숨을 들숨의 두 배 길이로 늘려 보라.) 연구진은 호흡 장비를 사용해 환자의 절반에게는 날숨과 들숨의 비율을 2대 1로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가짜 장비를 사용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4주 동안 하루에 두 번씩 15분 동안 호흡 장비를 사용했다. 연구 결과, 프라나야마 호흡을 한 그룹의 폐 기능이 개선되고 천식 증상이 감소했으며 천식 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관찰된 변화는 경증 천식 환자에게 약물(저용량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했다.
마음챙김과 혈압
마음챙김을 비롯한 심신 수련이 인체 생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311개의 과학 연구를 검토한 결과, 심신 수련이 혈압을 낮출 수 있 다는 명확한 증거가 밝혀졌다. 이러한 수련은 매일 혈압을 체크 하는 등의 기타 개입과 효과 면에서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가령 마음챙김 명상과 매일 혈압을 체크하는 것은 혈압을 낮추는 데 똑같은 효과를 냈으며, 초월 명상과 건강 교육 또한 혈압과 체중, 심박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똑같이 효과적이었다. 이는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림과 주의력을 높이면 혈압과 심박수,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챙김은 신체 생리작용에 대한 자각을 높이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서 매일 혈압을 확인하거나 건강관리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등의 다른 행동 변화만큼 효과적일 수 있다.
마음챙김 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수련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우리는 혈압과 심장병 문제의 씨앗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학생 92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 절반의 학생에게는 간단한 호흡법을 가르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식단, 운동 등을 통해 혈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제공했다. 학생들 중 고혈압 환자는 없었으며, 이 연구는 청소년이 정상 범위에서 혈압을 얼마나 잘 조절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하루 10분씩 학교와 집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간단한 호흡 명상을 한 청소년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학생들에 비해 혈압과 심박수가 더 낮았다.
마음의 창으로서 호흡
어렸을 때 나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거나 펜실베이니아의 흔한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언니들과 누가 더 오래 숨을 참는지 시합을 하곤 했다. 내가 이길 때도 있었고 두 언니에게 질 때도 있었다. 나의 호흡 능력은 날마다 달랐다. 2008년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은 17분 4.4초 동안 숨을 참아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 숨을 참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리는 조깅, 스피닝(실내 자전거), 수영을 할 때 모두 다르게 숨을 쉰다. 또 연기가 자욱한 대기나 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될 때도 매번 다른 방식으로 숨을 쉰다. 이처럼 외부 오염물질이 산소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와 같은 ‘내부 오염물’도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각종 사고나 포식자 등 스트레스가 많은 자극에 노출되면 호흡에 변화가 일어난다. 실제로 호흡기는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안할 때는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발해지면서 호흡 속도가 빨라진다. 우리는 누구나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복부 팽 만감, 땀 등 불안의 생리 징후가 상승하면 교감신경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노르아드레날린과 아드레날린 등의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신체가 ‘싸움 또는 도망’을 준비하는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많은 심신 수련법은 신체의 이러한 투쟁-도피 반응에 대응하기 위해 느린 심호흡을 사용한다. 느린 호흡(주로 복식호흡)은 진정, 휴식, 회복과 관련된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었다는 신호를 신체에 전달한다. 애리조나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버드 크레이그 박사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두 시스템이 균형을 잃고 투쟁-도피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될 때 다양한 만성질환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때 마음챙김은 부교감신경계의 능력을 향상시켜 신체를 항상성 상태로 되돌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음과 몸은 쌍방향으로 관계를 맺는다.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신체가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뒤에 자세히 보겠지만, 감정을 경험할 때 신체는 종종 그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행동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어느 과학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물 한 컵을 1분 동안 들고 있으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차가운 물 한 컵을 들고 있을 때보다 사람들을 더 친절하고 따뜻하며 행복하다고 묘사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몸이 따뜻하다고 느끼면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행동하게 된다. 이처럼 생리 상태와 의식 상태를 결합하는 신체의 능력은 신체가 정신적, 정서적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에 따르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의 의도적인 행동을 할 때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기 몇 초 ‘전에’ 이미 뇌가 그 행동을 입력하고 실행했음을 암시하는 신호가 뇌에 전달된다고 한다.
마음챙김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내적, 외적) 사건과 그것이 신 체, 기분, 정신 상태에 미치는 영향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방법이 다. 호흡은 당신이 만든 원인-결과 관계, 즉, 습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마음챙김은 (프라나야마 호흡 연 구에서 본 것처럼) 특정 호흡 유형을 지정하지 않는다. 마음챙김을 통해 우리는 호흡 자체, 즉 호흡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며 무엇 이 그러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살펴본다.
어느 마음챙김 교사는 대인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위장이 조이고 호흡이 짧아지는 증상을 하루 종일 관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무려 2년 동안 매일 2~3분마다 자신의 배와 호흡의 생리적 상태를 관찰했다! 위장이 조이고 숨이 가빠지면 1~2초 동안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며 긴장을 풀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주의 깊게 연습한 결과, 그의 대인불안 증상은 사라졌다.
호흡이 마음챙김의 중요한 부분인 이유
호흡이 마음챙김 명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5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호흡은 항상 존재하고 자유로우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명상 대상이다. 둘째, 숨을 쉬고 있음을 안다는 것은 자기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호흡은 자기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셋째, 호흡은 과학으로 측정 가능한 외면적 안녕 신호이다. 넷째, 호흡을 일정 한계까지 변화시키는 능력은 우리가 변화의 주체인 동시에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호흡은 매우 자동적이어서 우리 내면에 내장된 집중력 ‘트레이너’와 같다. 호흡을 통해 우리는 주의를 집중하는 연습, 주의를 잃었을 때 되돌리는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다.
신진욱|동국대학교 법학과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MSC Trained Teacher, 대한불교조계종 선명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드디어 시작하는 명상입문』이 있고,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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