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나는 가끔 죽음이 기다려진다" -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5단계

[사후세계, 죽음 이후를 묻다 - 종교와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것]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5단계 마음 수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다섯 단계의 마음 수행은 우리 영혼을 맑고 밝게 이끌어 주며, 궁극적으로 눈부신 혜안에 이르는 여정(旅程)으로 안내한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1단계 ― 죽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과학 만능주의와 경제 중심주의, 육체와 물질을 우선하는 현대 사회에서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죽음을 외면한다는 것은 이 삶만이 전부라고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죽어야 하는 육신의 한계와 세속의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직결된다. 삶을 의미 있게 살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먼저 죽음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죽는 법을 배우는 일은 곧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영역을 보다 확장시켜야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죽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죽음이 우리 삶의 목적이며 완성이라는 증거를 보려면 우리의 의식경계를 확장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자신과 죽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디팩 초프라)

많은 사람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라는 질문에 증명과 논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해는 결국 스스로 결정하는 문제다. 자신을 육체만으로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죽음을 끝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육체를 넘어선 존재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다른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죽음을 이해하는 일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죽음에게 묻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2단계 ―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 기꺼이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살아 있는 지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삶에서도, 죽음의 순간에도, 죽음 이후에도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죽음을 외면하는 사람은 결국 죽어야 하는 육신에만 집착하게 되고, 현재의 삶마저 온전히 살아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죽음을 위해 나는 얼마나 준비했는가. 죽음이 오늘 찾아와도 평온하게 떠날 수 있는가.

"죽음은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입는 것이다. 죽음이 다가오면 낡은 몸을 버리고 새 몸을 받는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두려워하지 말고 기뻐해야 한다. 삶은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며 깊은 내면을 경험하는 기회다. 나는 가끔 죽음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매일 기도와 수행을 통해 죽음과 중음, 내생을 생각한다. 죽음을 완전히 이용할 생각을 하면 흥분하게 된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3단계 ― 죽음의 순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첫째, 누구나 죽는다.
둘째,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셋째,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
넷째,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처럼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마지막 모습만큼은 결코 같지 않다.

죽음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조금의 거짓도 없이 비추는 거울이다. 삶이 어떠했는지가 마지막 순간의 마음으로 드러난다. 절망과 두려움, 집착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평온과 감사 속에서 맞이할 것인가는 평생 살아온 삶이 결정한다.

지금 이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마지막 숨을 맞이할 것인가.

4단계 ― 죽음 이후, 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존재를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다시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육신이 나인가. 아니면 육신을 떠난 의식과 영혼이 나인가.

호흡과 심장 박동이 멈추면 육신은 생명을 잃지만, 영혼은 서서히 육신과 분리된다. 그 순간 다시 질문해야 한다.

육신이 사라진 뒤에도 나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죽은 뒤 몸뚱이가 화장되면 재가 되고, 땅에 묻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영혼은 육신과 함께 죽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참다운 생명이다. 몸은 거품처럼 인연 따라 모였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 (청화 스님)

육신은 화장과 함께 재가 된다. 그렇다면 재가 된 몸을 여전히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화장한 뒤 나는 누구인가. 부모가 태어나기 전의 본래면목은 어디에 있었는가.

"올 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밝은 달 따라서 갔네. 오고 가는 한 주인은 마침내 어느 곳에 있는가." (서산대사)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죽음 이후 우리는 무한한 빛과 사랑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 빛은 두 가지를 묻는다.

첫째, 삶을 통해 영혼은 얼마나 성숙했는가.

둘째, 죽음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했는가.

그 앞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속일 수 없다. 삶 전체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며, 영혼의 성숙 정도 역시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결국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육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혼을 더욱 성숙하게 하기 위해서였음을 깨닫게 된다.

5단계 ― 의미 있는 삶, 아름다운 마무리

죽음 이후 육신의 굴레를 벗어난 영혼의 지각 능력은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선명해진다고 한다. 그때는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밝아졌는지, 영혼이 얼마나 성숙했는지가 숨김없이 드러난다.

삶에서 마음을 닦아 지혜를 밝히고 사랑을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세상에 집착한 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문제는 죽음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죽음을 절망과 두려움, 모든 것의 끝이라고 단정하는 어리석음이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반대로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이해하고 마음 수행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우리는 삶도, 죽음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은 "최고의 발명품"이라고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롭게 죽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성냄과 집착, 공포로 가득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은 기대하기 어렵다.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하려면 먼저 올바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달라이 라마)

마음의 눈을 밝히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면 영혼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업의 흐름을 따라 떠돌 뿐이다. 반대로 죽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삶에서는 선택과 자유의지가 가능하지만, 죽음 이후에는 자신이 이룬 영혼의 성숙만큼의 세계만이 열리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빛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름다운 죽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놓지 않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며 비움이다.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추고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례자의 삶이다. 낡은 생각과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법정 스님)

죽음을 이해하는 일은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일이다. 죽음을 배우는 사람은 오늘을 더욱 깊이 살아가고, 마음을 닦는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도 평온하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결국 아름다운 삶에서 시작된다.

 

오진탁
현재 한림대 인문학부 명예교수. 1997년부터 한림대에서 생사학 강의를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살률이 증가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생사학 콘텐츠를 활용해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주요 저서로는『우리는 어떻게 죽는가』,『죽으면 다 끝나는가』,『죽음을 알면 삶이 바뀐다』등이 있고,『티베트의 지혜』,『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등이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