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도대체 누구에게 기도해야 할까?

극락정토로 가는 길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통도사에서 만난 수많은 불보살님

7세기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와 창건한 불보(佛寶) 종찰 통도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사찰이다. 그러다보니 통도사는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상로전(上爐殿),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중로전(中爐殿), 그리고 영산전을 중심으로 하로전(下爐殿)의 세 영역으로 구별된다. 일주문을 지나 가장 먼저 하로전에 들어서면 영산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뵐 수 있다. 그리고 약사전에는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는 약사여래가, 그 앞 극락보전에는 서방정토를 주관하시는 아미타 여래가 맞이해 주신다.

중로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대광명전에는『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이 계시고 그 앞 용화전에는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중생구제를 위해 나타나는 미륵 부처님이, 그리고 관음전에는 중생들에게 가장 친근한 대자비의 관세음보살님이 계신다. 그래서인지 관음전에는 언제나 많은 불자들이 고요히 앉아 독송, 독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강계단이 자리한 상로전에 이르면 여기에도 여러 전각들이 있지만 명부전에는 지옥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님이, 삼성각에는 고려말 조선초에 존경받던 지공, 나옹, 무학, 세 분의 성인이 모셔져 있다.

언젠가 종교가 없는 친구와 통도사를 찾았을 때, 그는‘불교 우호 세력’임을 자처하기 때문에 나를 따라 전각마다 절을 하지는 않아도 바깥에서 불보살님들께 합장은 곧 잘하였다. 그날 통도사를 떠나올 때 친구는, 이렇게 많은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계시면 소원을 어떻게 비는지 물어보았다. 즉, 가장 급하고 큰 소원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빌고 조금 덜 급한 일은 관세음보살님께 비느냐는 질문에 함께 웃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명부전의 지장보살님께 조상님의 극락왕생을 빌기보다, 문수전의 문수보살님께 지혜가 밝아지기를 빌기보다, 석가모니 부처님 전이나 관세음보살님 전이나 미륵 부처님 전에서 비는 소원과 서원은 모두 동일했다. 바꿔 말하면 우리에게 부처님과 보살님은 모두‘깨달은 존재’로 받아들여질 뿐 그 차이를 잘 알지도 못한다.

대승불교는 왜 수많은 부처님을 말하나

비록 구조는 다를지언정 우리나라 다른 사찰에서도 이렇게 여러 부처님과 보살님을 모시고 있다. 소위 다불다보살(多佛多菩薩) 사상은 바로 대승불교의 중요한 정신이 투영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직 학술적으로 대승불교의 정확한 기원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대승이라는 새로운 불교 운동이 발생한 데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80세에 육체의 한계로 인해 열반에 들었다. 그러면 부처님의 열반 이후에 태어난 중생들은 부처님을 뵐 수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 가르침은 여전히 세상의 진리로 남아 힘들고 지친 중생을 이끌고 있다. 즉, 비록 생물학적 수명은 다했을지언정 그분이 전해준 진리는 영원불멸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리를 온 우주를 밝히는 큰 빛으로 형상화해서 기린다면 우리는 언제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의‘비로자나’는 빛과 광명을 뜻한다. 그래서 통도사는 대광명전(大光明殿)으로, 다른 사찰에서는 대적광전(大寂光殿) 등의 전각에 진리로서의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다.

자리이타의 구현이라는 대승정신 보여줘

대승불교가 직시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시대정신은 중생구제였다. 그래서 대승불교 운동의 이상적인 수행자로서 대두된 보살은 지혜는 물론,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위해 자비를 함께 닦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상구보리 하화중생’이었고, 다름 아닌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구현이었다. 이렇게 어디에서나 진리를 전하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대승의 정신이 여러 부처님과 보살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제 절을 찾게 되면 소원을 빌기보다, 내 스스로가 약사여래가 되어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져보겠다는 서원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한 대승정신의 발심이야말로 나를 아미타 부처님의 극락정토로 데려갈 것이다.

 

정상교|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東京)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헬로붓다TV’에 출연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 -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천번을 부셔져도 그대는 여전히 바다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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