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화두, 5분 선명상으로 피어올린 자비의 등불

 나의 신행 일지


사찰음식 배우며 효도 준비, 투석 중에 홀연히 떠나신 엄마 생각에 통한
봉은사서 10년간 영어 통역 봉사 거쳐 명상 지도사… 슬픔, 자비심 승화
노숙인·청소년 ‘5분 선명상’, 불법 등불삼아 정진하며 세상에 평화 전해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에서 나를 지켜준 부처님의 명상법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답고 슬픈 기억은 마음속에 늘 화두로 남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게 한다. 엄마는 당뇨병으로 몇 년간 고생하시다 증세가 점점 심해져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눈을 실명했고,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회복해 퇴원한다고 한 날이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나는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언니는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하게 울먹이며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다.

세상이 온통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나이에 엄마의 부재는 당연한데 뭘 그렇게까지 정신을 못 차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나이까지도 나는 아프거나 힘들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한동안 슬픔과 우울감에 휩싸였었다. 그렇지 않아도 갱년기 우울감이 심했기에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나날이었다. 이제는 두 아들도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제 앞가림을 하게 됐기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친정엄마를 제대로 돌봐드리고 싶었다. 건강한 식단으로 관리해드리려고 조계사 앞 향적세계에서 스님들께 사찰음식도 전문 단계까지 열심히 배웠다. “자식이 효도하려고 해도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말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죽음’이라는 화두에 꽂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도 같이 밥 먹고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그 존재가 단 며칠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그저 세상이 허무했다. 엄마가 좋아했던 달을 봐도, 비가 와도, 꽃이 피어도 눈물이 났다. 엄마를 잘 돌보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온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졌다. 해외에서 근무하느라 한국에 없었던 오빠에 대한 원망과 시부모 봉양까지 겹쳐 심신이 지쳤다. 그래도 엄마에게 예쁘게 말하고 잘해드릴걸, 마음은 있어도 잘해드리지 못하고 왜 그렇게 짜증 내고 화를 냈는지 후회와 자책으로 괴로웠다.

불교명상 공부를 시작으로 경전 공부, 고귀한 수행 봉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은 변했고 내 마음도 실체가 없었다. 그때 바로 나를 지켜준 것이 부처님의 명상법이었다. 당시 나는 강남 삼성동 봉은사에서 10여 년간 ‘템플스테이 연등’ 전법봉사를 회향하고 불교명상 수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산하 불교상담심리교육 전문기관인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명상 공부를 시작했다. 꾸준히 배우고 수행하고 정진하며 다행히도 불교명상법으로 몸과 마음을 슬픔과 우울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엄마 도융장 보살님은 해인사에 다니셨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아비라 기도 입재가 있는 날이면 엄마는 수행자처럼 깨끗이 풀 먹여 다린 법복에 바랑을 메고 새벽에 집을 나서셨다. 아비라 기도를 다녀오시면 삼천 배, 만 배를 하시고 성철 스님이 법문하신 말씀을 재미있게 풀어 자식들에게 들려주셨다. 우리가 모두 부처님이라고.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께 먼저 ‘예불대참회문’으로 시작해 108배를 올리고 ‘대불정능엄신주’를 독송하셨다. 자식들 잘되길 바라는 기도의 간절함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항상 남을 위해서도 기도하시며 남에게 친절한 말과 행동을 하라고 가르치셨다. 매일 새벽 기도하시는 엄마를 보며 불교는 자연스럽게 나의 한 부분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됐다.

그러던 중 큰아이가 고3이던 해에 봉은사에서 입시 기도를 하게 됐다. 무작정 기도하기보다는 부처님 법을 바르게 알고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 봉은사에 불교 기초 교리 초심자를 위한 ‘기초학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며 그동안 어리석게 살아왔던 나를 바라보게 됐고, 부처님의 진리를 뒤늦게라도 공부하게 된 인연에 한없이 감사했다. 인생의 등불 같은 부처님 법을 진작 알았더라면 젊은 나이에 방황하지 않고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았으리라 생각했다. ‘천수경’의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라는 구절이 마음에 깊이 들어오며 초발심이 가득 일어났다. 부처님 법을 이제야 만나다니, 귀한 시절인연에 감사했다. ‘기초학당’을 마치고 봉은사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 과정을 수료하며 경전 공부를 계속 이어갔다.

봉은사 ‘불교 영어 강좌’에서 영어로 공부한 경험은 더욱 새롭고 의미 있었다. 2011년에는 봉은사 ‘템플스테이 연등’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포교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다. 봉은사는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 사찰로 모든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됐고,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구성돼 있었다. 도반들과 불교 영어 교육을 심도 있게 받으며 열정적으로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사찰 안내, 다도, 사찰문화 체험, 스님과의 명상, 새벽예불, 차담 등으로 진행됐다. 봉은사 앞 코엑스에서 ‘세계수학자대회’나 ‘세계물리학자대회’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100여 명 이상의 외국 학자들이 ‘템플 라이프’를 체험하러 왔다. 하버드대학 교수진들과 세계 유명 기업 임직원들이 불교명상 체험에 크게 감동하는 모습도 보았다.

2015년에는 ‘템플스테이 연등’의 연등장을 맡게 됐다. 지도 스님이신 혜연 스님으로부터 불교 선명상 지도를 받고 다 함께 수행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봉은사는 ‘선종수사찰’이다. 도반들과 함께 혜연 스님께 간화선 참선 수행을 지도받으며 행주좌와 어묵동정 속에 화두를 참구하며 정진했다. 스님은 “현재에 늘 깨어 있고 매 순간 알아차림을 하라”는 마음챙김 명상도 지도해주셨다. 1년에 8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했고, 봉은사 영문 브로슈어와 홈페이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헝가리 부통령, 인도 상공부 장관 등 국가 귀빈들에게 사찰을 안내하고 스님과의 차담을 영어로 통역 봉사하며 불심으로 한마음을 내는 봉사가 얼마나 숭고하며 고귀한 수행인지를 체험했다.

자애명상으로 나를 용서하고 세상에 자비를 나누는 선명상 안내자가 되어

10여 년의 봉사 후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불교명상지도사 과정을 수강하며 간화선, 대승불교, 초기불교, 티베트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배웠다. 매일 수행일지를 쓰며 호흡을 관찰했고 명상 중 떠오르는 과거의 화와 괴로움을 마주했다. 나는 슬픔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라며 나에 대한 자비 명상을 시작했다. 나에게 무한한 친절을 보내며 걷고 앉을 때마다 자애명상을 지속하자 어느 순간 내 마음도 용서하고 엄마도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2022년 2월 경주 황룡원에서의 3박 4일 집중 수행 중에는 샛별보다 밝은 빛, 니밋따가 나타나는 고요함을 체험하기도 했다.

전문가 과정을 마친 뒤 드디어 불교명상지도사가 됐다. 명상으로 체험한 평화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2022년부터 ‘늘봄명상프로그램’으로 의료·복지·소외계층 등 국민을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했다. 2024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선명상 아카데미를 통해 명상 공부가 하나로 정리됐고, 명원문화재단에서 최고 과정인 명인 과정까지 차 공부를 마쳤다. 초의선사의 다도 정신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아 지금도 정진하고 있다.

현재 나는 25곳 이상의 기관에서 중고등학생, 주부,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선명상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노숙인 명상 수업은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안겨줬다. 요즘은 하루도 빠짐없이 수시로 ‘5분 선명상’을 실천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버스를 탈 때, 조용한 저녁 시간에 하는 짧은 명상이 마음을 평화롭게 바꿔준다. 강의 현장에서도 참가자들과 함께 5분 선명상을 실천하는데, 9주쯤 지나면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게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겨 가정이 행복해졌다는 소감을 들을 때면 선명상의 힘을 다시금 실감한다.

선명상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며 자신을 통찰할 힘을 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오늘도 선명상으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충만해져 세상 모든 사람이 평화롭길 기도한다. 수행하며 마음 깊이 다가온 ‘숫타니파타’의 구절이 떠오른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부처님 법을 등불 삼아 정진하며 선명상 안내자로서 세상에 따뜻한 자비를 비추는 삶을 살고 싶다. 일체중생이 행복하고 평화롭길 발원한다.

* 이 글은 <제12회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및 제6회 발원문 공모전> 중, 『불교방송』 사장상 수상작이다.

진해진(원명화)__불교명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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