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는 강의] 혜안 스님의 명상 강의
호흡 명상의 자세와 기본 원리
좋은 판단력과 좋은 선택이 성공적인 삶의 열쇠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판단력이 흐려지는 순간, 우리는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판단력을 맑고 예리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명상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불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명상법, 아나파나사티(?n?p?nasati)-호흡 명상-의 자세와 기본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좌선 자세: '편안함'이 목적입니다
명상은 앉아서 하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지요. 실제로 좌선 자세가 기본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세의 목적은 단 하나, 몸에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무릎이 아프다면 무릎이 안 아픈 자세가 최선이고, 허리가 불편하다면 기대는 자세도 괜찮습니다. 소파에 기대거나 의자에 앉거나 심지어 누워서도 명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 자세로서의 좌선은 배워두면 좋습니다.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제대로 익혔을 때 가장 오랫동안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자세가 바로 좌선이기 때문입니다. 소파에 오래 기대어 있으면 어느 순간 등이 답답해지고 통증이 생깁니다. 반면 좌선 자세는 익숙해지면 몸의 존재를 잊게 해줍니다. 그것이 목적입니다.
불상에서 흔히 보이는 결가부좌(結跏趺坐)는 양쪽 발등을 서로 반대편 허벅지 위로 올리는 자세입니다. 수행의 완성형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힘든 자세입니다. 전문 수행자도 하루 8시간씩 3~5년을 훈련해야 완성되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반가부좌(半跏趺坐)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한쪽 발바닥을 반대편 허벅지 아래에 두고, 나머지 발의 발날을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 끼우는 자세입니다. 이때 엉덩이 아래를 쿠션이나 접은 담요로 살짝 받쳐주면 꼬리뼈가 자연스럽게 올라와 중심이 잡힙니다. 처음엔 불편하실 수 있지만, 엉덩이를 높인 채 차차 낮춰가면 몸이 적응합니다.
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흔히 손을 모아 특별한 모양을 취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손에 신경이 쓰입니다. 발 위나 무릎 위에 편안하게 올려두면 충분합니다. 허리 역시 S자로 꼿꼿이 세울 필요 없습니다. 긴장을 푼 채로 자연스럽게 편 상태, 그것으로 족합니다. 마지막으로 눈은 슬며시 감으면 됩니다. 명상에 몰입하다 보면 어차피 눈앞이 사라집니다.
아나파나사티: 지금 이 호흡을 알아차리기
호흡 명상(아나파나사티)은 불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명상법으로 손꼽힙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에 이르신 방법도 이 호흡 명상이었다고 경전은 전합니다. 아나파나사티는 팔리어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호흡'은 특별히 배워야 하는 호흡이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그 호흡입니다. 살아 있으면 호흡은 저절로 일어납니다. 그 호흡을 대상으로 삼으면 됩니다. 단전 호흡이나 복식 호흡 같은 특별한 기술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들숨과 날숨,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호흡의 위치를 굳이 특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코끝에서 알아차려야 하나, 인중에서 알아차려야 하나, 배에서 알아차려야 하나'-이런 고민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그냥 알면 됩니다. 들숨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줄 알고, 날숨이 나가면 나가는 줄 압니다. 관심만 가지면 됩니다.
처음엔 눈을 뜨고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눈을 뜬 채 자신의 호흡에 관심을 기울여 보십시오.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는 평소 호흡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삽니다. 명상은 그 '무심했던 호흡'에 처음으로 관심을 보내는 일입니다. 호흡을 '나의 것'으로 움켜쥐려 하지 말고, 호흡이라는 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 그저 바라보는 마음으로 시작하십시오.
수행은 집중이 아니라 내려놓음입니다
흔히 명상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행에 대한 오해입니다. 수행의 본질은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마타와 위빠사나-계정혜의 삼학-도 결국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때 개발되는 것입니다.
긴장은 왜 생길까요?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면접장에 들어설 때 긴장하는 이유는 잘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명상 중에 긴장이 생긴다면, 수행을 잘해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사라지면 긴장이 사라지고, 반대로 긴장을 풀면 욕심도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릴렉스'입니다.
발이 저리면 자세를 바꾸면 됩니다. 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명상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저린 발을 억지로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하지만 명상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의 존재 자체를 잊게 됩니다. 마음이 호흡에 온전히 머물 때, 몸의 불편함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이 모든 것은 훈련입니다. 탁구를 배우듯, 운전을 익히듯, 수영을 연습하듯-반복을 통해 몸과 마음에 새겨집니다. 하루 30분, 아침이나 저녁에 꾸준히 실천하신다면,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마음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원고 다음 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재)대한불교진흥원 주최로 경주 황룡원에서 열린 '제3회 대원청년회 워크숍'에서 강의한 혜안 스님의 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혜안 스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통도사, 범어사에서 불교 경전을 수학한 후 국내의 선원과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호주 등의 사찰 및 수행처에서 정진했다. 명상 스승 아잔 브람 스님과의 인연으로 호주의 보디냐나 사원에서 수행했다. 현재 부산 보디야나선원 선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마음 다루기 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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