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참선 - 선명상으로 실천하는 현대적인 수행|참선을 말하다

일상 속 참선
- 선명상으로 실천하는 현대적인 수행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선명상 특별보좌관



선의 지혜,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다


동국제강의 창업자, 대한불교진흥원의 대시주자 대원 장경호(1899~1975) 거사는 젊은 시절에 참선하던 중 깊은 삼매를 체험한 뒤 ‘사업보국’을 서원하고 성공해 부처님의 지혜를 널리 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젊은 시절에 체험한 선의 지혜로 최고의 기업을 일구어 세상에 참선 명상 붐을 크게 일으키는데 기여했다. 이렇듯 선의 지혜는 세상을 이롭게 한다. 


선명상이란 무엇인가?


근래 선명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선명상이란 참선과 명상을 아우르는 말이다. 

참선은 불교 전통 명상법이다. 본래성불을 종지로 해 중생이란 착각에서 깨어나 자유자재한 삶을 추구한다. 

명상은 마음을 고요히 해 깊은 사유에 이르는 것이다. 명상은 동서고금에서 행해졌는데, 특히 21세기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현대에 유행하는 명상은 본래 참선에서 유래하는데, 과학자들이 참선 효과의 과학화, 대중화에 성공해 종교를 떠나 관심 있는 누구나 행하고 있다. 명상은 의학, 심리학, 교육, 스포츠, 경영, 자기 계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대중화되었다. 

과학화된 현대 명상은 대중적이고 쉽고 친근하다. 하지만 명상은 몸과 마음의 치유에는 도움이 되지만, 완전한 마음 평안에는 이르기 어렵다. 반면에 참선은 어렵고 종교의 벽이 있지만, 괴로움과 불안을 비우고 완전한 마음 평안에 이르게 한다. 

선명상이란 깨달음을 지향해 완전한 마음 평안에 이르는 참선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과 몸의 건강을 지향하는 명상을 통합해서 이르는 말이다. 참선과 명상의 장점을 융합해 명상으로 시작해서 심신의 건강을 치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참선의 완전한 마음 평안에 이르는 길이 선명상이다. 명상도 좋고 참선은 더 좋다. 둘 다 포용하는 것이 선명상이다.


선명상의 공통 원리, 집중과 통찰


참선 명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선명상의 공통 원리는 집중과 통찰의 조화, 중도다. 

우리가 일상에서 스트레스와 불안한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그 고요한 마음에서 통찰의 지혜를 밝히는 것이다. 이것을 일상에서 할 수 있다면 고수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되기까지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참선, 명상 수련이다. 선명상 수련 방법에는 호흡, 화두, 위빠사나, 사마타, 염불 등 참선 명상의 모든 방법이 다 활용될 수 있다. 

선명상을 처음 할 때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화두에 집중하는 간화선도 원리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화두는 정견과 믿음이 없으면 체험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호흡은 우리 생명과 직결되기에 누구나 쉽고 편하게 느낀다.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에 잡념이 비워져 고요하면서도 맑아진다. 호흡에 의식 집중이 지속되면 고요함과 깨어 있는 통찰의 지혜가 하나가 되어 삼매를 체험하게 된다. 우리 마음에 집중과 통찰의 원리를 선에서는 정혜(定慧)라 하고 남방에서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라 한다.    


선명상의 시작, 하루 5분 명상하기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인간관계나 일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선명상을 하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우울하거나 불안,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은 더 그렇다. 선명상의 시작은 하루 5분씩 규칙적으로 매일매일 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매일 세수하고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양치질하듯이 하루 5분 선명상을 규칙적으로 생활화하는 것이다. 

하루 5분 선명상을 멈추지 않고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삼매를 체험하는 날이 온다. 중단하지 않고 하다 보면 반드시 체험한다. 그래서 하루 5분 선명상은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이 해야 한다. 삼매를 체험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반복해서 선명상을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선명상하기와 그 효능


매일 5분 선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샤워할 때, 출퇴근 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걸을 때, 운동할 때에도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근심 걱정거리를 생각하면서 생활하기보다는 마음을 호흡에 집중하면 근심과 불안이 사라지고 평안해진다. 

선명상을 생활화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밝아진다. 스트레스와 짜증 화가 줄고 밝은 기운이 저절로 난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밝아지면 얼굴도 편안하고 밝아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우리가 운동하면 몸이 건강해지지만, 스트레스받는 환경으로 돌아가면 괴로움이 여전하다. 하지만 선명상을 생활화하면 일상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예전 같으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이지만, 선명상을 한 뒤에는 그럴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운이 나게 된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지혜와 힘이 생기는 것이다. 

선명상이 어느 정도 생활화되면 스트레스가 줄고 불안과 화가 가벼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잠깐 좋아졌다고 명상을 멈추면 안 된다. 명상하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정말로 명상의 가치를 알아 본격적으로 선명상 공부를 시작할 때다. 인터넷이나 주변 명상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선명상에 입문해 본격적으로 이론과 수행을 바르게 배우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든 기초가 탄탄해야 높이 올라가듯이 선명상도 이론적인 기초를 잘 다져 정견을 세워야 흔들리지 않고 잘 나아갈 수 있다.


선명상에서 주의할 점과 정견 세우기


선명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함에 머물러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 시끄럽고 복잡한 관계에 지친 현대인은 명상하다가 고요함을 체험하면 그 자리에 머물러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편안한 마음에 머물러 집착하면 그것은 잘못된 명상이다. 참선 명상이 좋다고 시중에는 이 고요함만을 닦는 명상 수련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요함만 있는 명상을 한 사람은 일상의 시끄럽고 복잡한 상황을 만나면 도피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현대인의 일상은 늘 복잡하고 시끄럽기 때문에 고요함만을 닦는 명상을 하면 현실에서 밝은 지혜가 나지 않아 고요함에 더 집착하는 편향이 나타난다. 이런 고요함만을 참선 명상이라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은 수행을 많이 할수록 일상에서 멀어진다. 본인의 마음은 고요한데, 일상생활은 늘 시끄럽고 복잡하니 일상을 떠나 고요한 참선 명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까닭에 고요함과 동시에 통찰, 집중, 밝음, 성성, 위빠사나가 있는 명상 수련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定, 止, 寂, 사마타]과 혜[慧, 觀, 光, 위빠사나]가 조화롭고 하나가 되는 중도 원리의 선명상이다. 고요함과 밝음, 집중과 통찰,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조화롭지 못하고 하나가 되지 못하면 일상에 균형이 무너지고 편향, 편견이 나타난다. 

고요함, 평안에 치우친 명상 수련을 하면 밝은 지혜가 나지 못해 멍청하고 답답한 성향의 사람이 된다. 반대로 고요함 없이 밝은 지혜만 닦는 명상 수련을 하면 공감 능력, 자비심이 결핍되어 시비 분별을 잘 하고 남을 함부로 대하는 편견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참선 명상 수행을 할 때는 반드시 붓다가 깨친 중도, 정혜를 공부해 정견을 세우면서 고요함과 밝음, 집중과 통찰, 사마타와 위빠사나, 정혜를 조화롭게 닦는 중도 원리의 선명상을 해야 한다. 하루 5분 선명상을 하더라도 집중과 통찰, 고요함과 밝음이 함께 하는 선명상을 하면 일상에서 평안과 밝은 에너지가 나와 모든 일과 관계가 원만하고 잘될 것이다. 

그리하면 대원 장경호 거사와 같이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행이 나와 인간 완성의 길, 지혜와 자비가 함께 하는 붓다의 행이 펼쳐질 것이다.  



박희승|동국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조계종 총무원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다.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선명상 특별보좌관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하루 5분 생활 명상』, 역서로 『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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