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의 복리법 ‘보리심(菩提心)’ 선행을 자산으로 바꾸는 지혜|불교 경전에 물들다

공덕의 복리법
‘보리심(菩提心)’
선행을 자산으로 바꾸는 지혜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영국, 일본, 케냐 등 세계 곳곳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빛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은 1인당 가계부채가 1억 원에 육박하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를 ‘시한폭탄’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류 열풍이라는 화려한 빛에 가려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자가 걸어가야 할 지혜로운 경제생활에 대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앙굿따라 니까야(Aṅguttara Nikāya)』 「빚 없음 경(Anaṇa-sutta)」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소유’에 대한 오해를 풀다


재가 불자들이 자주 빠지는 두 가지 치명적인 오해가 있습니다. 바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와 ‘무소유(無所有)’에 대한 오해입니다.

부처님은 재가자에게 무주상보시를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두 숟가락의 밥이라도 공양 올린 후 자신의 소원을 말씀드리면,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라는 따뜻한 축원을 베푸셨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불자 중에는 ‘무주상보시를 못하면 욕심쟁이’라는 잘못된 이해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보시바라밀이라는 즐거운 수행이 죄책감으로 변질되고, 건강한 나눔 문화마저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무소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은 재가자에게 무소유를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경제활동에 힘쓰고, 스스로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하셨습니다. ‘재가(在家)’라는 말 그대로 ‘집에서 사는 사람’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며, 가정을 꾸렸다면 가족도 돌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유는 인과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자들의 무소유에 대한 오해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무주상보시에 대한 오해는 나눔의 기쁨을 앗아가는 독소가 되고 있습니다.


재가자의 네 가지 행복


부처님은 재가 불자들에게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올바르게 벌어 재물을 소유하고,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지혜롭게 잘 쓰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빚 없음 경」에 나오는 재가자의 네 가지 행복은 이러한 현실적인 경제관을 잘 보여줍니다.


1. 재산 소유의 행복(Atthi-sukha): 정당한 노력으로 재산을 모으는 기쁨

2. 재물을 누리는 행복(Bhoga-sukha): 그 재산으로 자신과 가족, 이웃을 위해 베풀며 누리는 기쁨

3. 빚 없는 행복(Anaṇa-sukha):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의 기쁨

4. 비난받을 일 없는 행복(Anavajja-sukha): 몸과 말과 생각으로 허물없는 삶을 살며 얻는 떳떳함의 기쁨


이 네 가지는 모두 건강한 경제활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요약하면 “빚 없이 자산을 형성하고 지혜롭게 누리되, 도덕적으로 허물이 없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날 특히 절실한 것은 ‘빚 없음의 행복’입니다.

『탈무드』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상처 입히는 세 가지가 있다.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이다. 그중에서 텅 빈 지갑이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20대 초반에 출가한 저로서는 재가자에게 빚이 없다는 것이 왜 행복인지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억 원에 이르는 시대를 살며, ‘숨만 쉬어도 이자가 늘어나는’ 현실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한번 이 굴레에 빠지면 평생을 노력해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사람은 5,000만 원 이상의 빚을 지기 시작하면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빚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굴레가 됩니다. 최근 7년간 5,000만 원 이하의 부채를 진 113만 명의 빚을 국가에서 탕감해주었다는 사실은, 빚 문제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의 상처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빚 없음의 행복’을 재가자의 행복으로 중요하게 다루신 것입니다. 


부처님의 자산 관리법: 사분법(四分法)


빚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쓰는 원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 일상어가 된 탐욕의 시대에, 자산 관리의 기준이 없다면 누구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선생경(善生經)』에서 재가자를 위한 경제 원칙을 설하셨는데, 바로 ‘사분법’입니다. 


“재물을 구한 뒤에는 그것을 나누어 네 몫으로 만들라. 한몫으로는 음식 만들고, 한몫으로는 농사의 밑천을 삼고, 한몫은 간직해 저축했다가 급할 때 쓰도록 하라. 농사꾼이나 장사꾼에게 주어 나머지 한몫으로 이자를 낳게 하라.”


이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네 통장 관리법’입니다. 25%는 생활비로 소비하고, 25%는 자기 계발 등 미래를 위한 재투자에 쓰며, 25%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위한 비상금으로 저축하고, 나머지 25%는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입니다. 이를 보면, ‘소비는 1, 투자는 3’이라는 1:3의 원칙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휘발되는 돈이 아니라 자산을 축적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이 점을 꿰뚫고 있습니다. 소비를 절제하고 수입의 대부분을 자산으로 전환해 축적할 때, 우리는 빚의 굴레와 정반대인 ‘자산을 소유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궁극의 행복 자산 운용 시스템: 보리심


경제적 자산 관리의 차원을 넘어, 불교가 가르쳐주는 궁극의 행복에 대한 자산 시스템은 바로 ‘보리심’입니다. 샨티데바 보살(寂天, 685~763)은 『입보살행론』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했습니다.


“누구든지 보리심을 일으킨 뒤에 무수한 중생들을 해탈시키는 일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보리심을 바르게 지녀 실천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가 잠을 자거나 방일에 빠져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더라도 보리심을 가진 공덕의 힘에 의해 허공 같은 복덕이 끊임없이 생기나이다.”


돈과 자산의 관계는 선행과 공덕의 관계와 같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삶이 당장의 허기를 면하게 해준다면, 꾸준히 쌓아 올린 자산은 한 개인의 생애를 넘어 가문의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발성의 선행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지만, 반복된 선행으로 축적된 공덕은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거대한 돛이 됩니다.

그리고 이 공덕을 축적하는 가장 궁극적인 원동력이 바로 ‘보리심’입니다. 자비와 지혜를 품은 보리심이 삶의 태도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공덕이 복리(複利)처럼 불어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윤회의 긴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나와 세상을 비추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자, 가장 위대한 보물이 될 것입니다.  



원빈 스님|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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