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에서 연민심 배양하기 |서광 스님이 해설하는 심리치료와 불교

서광 스님이 해설하는 심리치료와 불교

서광 스님│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대승불교 수행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두 가지 능력, 즉 지혜와 자비심의 증장 가운데 자비심 배양을 심리치료와 접목한 구체적인 사례와 응용 치료모델, 그리고 관련된 이론적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자비는 원래 자애와 연민의 두 단어가 합해진 말인데 자애는 일체 존재를 향해서 일으키는 친절함과 사랑의 마음이라면, 연민심은 특별히 고통받는 존재들을 향해서 그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정신적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심리치료가 자애보다는 연민심을 배양하고 적용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리치료에서의 연민심 훈련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자기연민(MSC) 프로그램과 연민심 초점치료모델(CFT)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고, 특히 연민심피로를 다루는 기법을 이해하고 훈련한다면 일상의 삶과 인간관계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먼저 자기연민 프로그램의 핵심은 누구나 살다가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때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3가지 반응인 자기비판(나는 바보야, 실패자야….), 자기고립(자신으로부터 도망가서 술, 음식, 일에 빠지기), 자기몰입(왜 하필 나야) 현상을 다룬다. 자기연민은 자기비판을 자기친절로, 자기고립을 마음챙김으로, 자기몰입을 보편적 인간 경험으로 대신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한편 연민심 초점치료모델은 위협감지, 안전과 즐거움, 만족과 위로의 3가지 정서통제 시스템을 주장한다.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자연스럽게 위로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문제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기 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거나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성인은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위로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연민심 훈련을 통해서 위로시스템을 활성화시키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에서 소개되고 있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자기연민 프로그램의 3가지 핵심 명상 기법 가운데 하나인 연민심 주고받기는 원래 티베트불교 전통인 통렌명상에서 응용된 것이다. 연민심 주고받기 명상 기법은 심리치료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포함한 다양한 봉사 관련 일들과 그 외에도 일반적인 책임이나 의무를 실천하는 상황이나 관계에서 연민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돌봄피로 현상을 다루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 기법은 돌보는 상대를 향한 연민심과 아울러 돌보고 있는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연민심을 보내도록 도움으로써, 둘 사이에 중도적 자세와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특히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또는 내담자 등이 엄청난 삶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을 때, 그들을 돕는 전문가나 가족들 또한 시간적, 육체적, 정신적, 때로는 경제적으로도 곤란을 겪는다. 이때 한 번은 돌봄을 받고 있는 상대를 위해서 연민심을 보내고, 또 한 번은 상대를 돌보느라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는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연민심을 보내는 훈련이다.

화가 많은 사람들은 대개 그 화난 감정의 이면에 두려움, 불안, 외로움 등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느낌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부드러운 느낌들의 가장 깊은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에 충족되지 못한 욕구, 즉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들이 깔려 있다. 그러한 욕구들은 흔히 ‘내면의 아이’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호에서 소개하고 있는 연민심 배양과 응용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특별히 화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힘겨움을 겪는 사람들은 화 감정 밑바탕에 깔린 사랑과 인정 욕구들을 충족시키고, 내면의 아이를 성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심리치료에서 연민심 배양하기

1. 연민심과 슬픔
에단(Ethan)은 약 일 년간 치료를 중단했다가 또다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중년의 남자다. 이혼을 한 그는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일거리마저 점차 줄어 할부금을 내지 못해서 자기가 지은 집을 거의 잃게 되었다. 에단은 잠을 잘 수 없었고, 식욕이 없어서 살이 빠지고 있으며,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도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나는 거의 10년간 에단과 알고 지내왔는데, 우리가 이전에 했던 상담 패턴은 둘이서 함께 에단의 인생문제에 관해서 묘책을 짜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문제들로 얽혀서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에단은 내가 혹시 자기에게 지쳐버린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이제는 내가 좀 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그냥 에단과 함께 있어줘야 할 때였다. 그리고 나 자신과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것은 오직 우리 삶의 한순간일 뿐이야. 이 순간은 그냥 에단과 나의 일일 뿐이야.’ 나는 에단이 처한 현실세계로 들어가서 그의 고통이 내 자신의 고통이 되도록 했다. 내가 그렇게 했을 때, 나는 내가 느끼는 것에 얼마나 압도되었는지, 내가 에단을 돕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소용없는 일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아마 에단도 나와 똑같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대화는 보다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에단이 두렵다고 말했을 때 나는 에단이 두려움을 느끼는 부위가 배라고 추측했다. 왜냐하면 나도 동시에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복부 근육들이 저항을 멈추고 이완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에단이 나보다 먼저 답을 얻었다. 그는 스스로를 ‘완전한 실패자’라고 부르기를 멈추고, 어떻게 하면 규칙적인 식사로 영양섭취를 해서 병원신세를 면하고, 밤새도록 앉아서 생각을 곱씹는 대신 어떻게 하면 지쳐서 잠자리에 들 수 있는지를 의논하고 싶어 했다. 치료는 다시 진전되기 시작했으며,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힘이 덜 들었다.

연민심은 우리들이 슬픔에 열려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기술이다. 한때 나는 나와 에단이 느끼고 있는 슬픔과 두려움을 기꺼이 느끼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은 종종 치료실에서 일어나는 치료과정을 가장 저해하는 임상가의 저항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적인 투쟁과 실패-충분히 알지 못하고, 충분히 소유하지 못하고, 충분히 행복하거나 건강하거나 성공적이지 않은-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것은 ‘옳지 않다’는 식으로 우리의 삶을 색칠하는 마음의 성질이다. 불교학자인 무성(Mu Soeng, 2007)은 이것을 “삶에서 개인의 잘못과 모든 인류의 누적된 잘못에 대해 용솟음치는 슬픔은 연민심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작용하도록 돕는다”(p. 65)라고 말했다.

명상을 통해서 얻게 되는 수확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앉아 있거나(아마도 수년간 우리의 환자들과 함께 앉아 있거나) 고통의 보편성을 통찰하는 것과 고통을 건강하고 지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일종의 독특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통찰하는 것이다. 연민심은 고통을 완화시킨다.

2. 대화를 위한 준비운동
우리의 삶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우리는 대개 필연적으로 세 가지 위험한 반응에 사로잡히곤 한다. 자기비판(self-criticism), 자기고립(self-isolation), 자기몰입(self-absorption).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자신을 공격하고 비판하거나(‘난 바보야’), 우리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거나(일, 술, 음식 등에 빠지기), 생각에 꽉 막혀버릴(‘왜 나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연민은 자기친절(self-kindness), 공통된 인간성, 마음챙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민심은 내적인 대화의 어조를 ‘따뜻하게’ 바꾼다.

연민심은 우리 모두가 허점투성이이고, 질병과 늙어감, 사회적 고통과 죽음에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것은 무수히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우리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인생의 배경을 보게 되면 비난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확장되면 자기중심적인 관점이 줄어들고, 수치심이 감소되어, 우리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준다.

3. 연민심 지향적인 심리치료
모든 심리치료의 모델은 치료가 연민적인 방식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연민심 지향적인 치료의 그늘에서 환자는 연민수행(연민심을 기본으로 하는 치료)을 실습하고 배우거나, 치료 관계(연민심에 관해 잘 아는 심리치료)를 통해서 연민심을 발달시킬 수 있다.

자기연민은 거의 대부분의 연민심 지향적인 심리치료의 목표다. 우리가 심하게 혼란된 감정을 겪을 때, 정서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이 차분하고 진정될 필요가 있다. 자신을 보살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을 향한 연민심을 수행하는 것이다.

◎ 연민심초점치료모델 심리치료에서 새롭게 임상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연민심 지향적인 접근법은 폴 길버트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개발된 ‘연민심초점치료(Compassion-Focused Therapy : CFT)’다. 연민심초점치료는 정서통제 시스템에 적어도 서로 다른 기능과 원인으로 진화되어 영향을 미치는 세 개의 체계가 있다는 최근의 증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바로 (1) 위협, 위험 감지와 보호와의 연결, (2) 충동, 안전과 즐거움의 원천과의 연결, (3) 만족과 위로, 관계에서 안전감의 느낌에의 연결이다. 세 가지 정서통제 시스템은 모두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서로 균형을 맞출 때 최고의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위협과 충동시스템은 경쟁적이고, 어린 시절에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 위로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이 부서질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결함이 있어’, ‘나는 사랑스럽지 않아’ 또는 다른 부정적, 위협적인 확신들로 가득 차 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자기 진술은 위협시스템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연민과 함께 위로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자기비판적인 내면의 대화는 그 힘을 잃어가고, 새로운 관점을 재건할 수 있으며, 삶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어렸을 때 우리를 돌보아주었던 보호자는 삶의 고난들로부터 보호해주었다. 그와 같은 돌봄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위로는 위로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어른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위로시스템을 정서적 습관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연민심초점치료에서는 특히 장애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방치된 배경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 내면의 대화 내용보다 대화의 정서적 어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물론이야, 넌 지금 슬퍼’라고 공감을 표현하고, 우리 자신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밖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전체감과 안전감을 느끼는 것이다.

◎ 아동기 요인들 자기연민 능력은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를 주로 돌보아주었던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안전감을 느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안전한’ 애착 패턴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부모가 그들의 요구를 인정하고 적절하게 반응해주었을 것이다. 안전하게 애착이 형성된 어른은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안전감을 느끼고, 최선을 기대하고,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사소한 잘못을 용서한다. 반면, 불안전하게 애착이 형성된 ‘불안-양가감정’적인 애착 패턴을 가진 사람은 보다 자기중심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 없고, 많은 확신을 요구하는 성인으로 자라게 만든다. ‘회피적’ 애착 스타일을 가진 불안전한 사람은 무시하거나 비판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고, 자신의 요구를 최소화하고, 실망하게 될 것이 두려워 가까운 관계를 회피하는 성인으로 자라게 한다.

자기연민 훈련은 어떻게 우리 자신을 위로하고, 관계를 보다 안전하게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재학습 방법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 상처를 치료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연민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4. 연민심에 기반한 심리치료
격식을 갖춘 명상을 날마다 한 시간 이상은 웬만해서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연민적인 의도, 생각, 정서, 행동은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유도할 수 있다.

◎ 자기연민으로 가는 다섯 가지 길
* 신체적으로 : 몸을 부드럽게 하기, 긴장 멈추기(예, 길게 숨쉬기,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 정신적으로 : 생각이 오고 가도록 허용하기, 투쟁 멈추기(예, 마음챙김 명상하기, ‘당신이 잘 마치기’를 기도하기)
* 정서적으로 : 느낌과 친구 되기, 회피 멈추기(예, 자애명상,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기)
* 관계적으로 : 타인과 안전하게 연결되기, 고립 멈추기(예, 연민적인 이미지 명상)
* 영적으로 : 보다 큰 가치를 실행하기, ‘자기화(selfing)’ 멈추기(예, 기도 또는 명상, 자연 속에서 걷기)

◎ 가슴에 손을 얹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두세 차례 깊이, 그리고 충분한 호흡을 해본다. 손을 가슴에 부드럽게 얹고, 손의 압력과 온기를 느껴본다. 원한다면 양손을 가슴에 얹고, 한 손일 때와 두 손일 때의 차이를 주목해본다.

이런 단순한 행동은 생각과 느낌들로 가득 찬 우리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할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훈련은 자연적인 자기위로 반응에 의도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 반드시 선한 느낌일 필요는 없는, 선한 의지 현재 이 순간에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훈련하는 기술은 모두 저항의 형태이다.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령 불면과 싸움으로써 우리는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고, 슬픔과 싸움으로써 우리는 우울증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연민심은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단순하고, 자발적이며, 지적인 반응이다. 연민심은 우리가 인생의 우여곡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때까지 그 우여곡절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가 열린 가슴으로 우리 자신을 받아들일 때,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고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

◎ 개인적인 차이 우리는 연민심 지향 치료가 각 개인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령 불안이 높은 아동은 공포에 질린 얼굴보다 행복한 얼굴에서 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 걱정이나 화나는 일에 관한 생각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우울해하는 사람은 자애명상보다 호흡명상을 하는 것이 더 이롭고, 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애명상이 더 유익하다. 한편 여자가 남자보다 자기연민을 쉽게 받아들인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옥시토신 효과를 향상시키는데, 호르몬의 결합은 보통 관계 속에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느끼도록 만든다. 자기연민 훈련을 설명하는 언어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기연민을 남자들에게 설명할 때는 도전에 대처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과로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는 일이나 과잉분석과 과잉반응을 거부하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힘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식이다.

◎ 역류 역류란 소방관이 진화할 곳의 문을 열었을 때 문 뒤쪽에서 갑자기 뜨거운 불이 일어나는 걸 의미한다. 그처럼 연민심을 갖고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때로 극심한 고통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연민심에 기반을 둔 치료사는 특히 외상치료 중인 환자가 지나치게 마음을 여는 것을 중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단지 근원적인 정서적 아픔에 ‘접촉’하는 것만이 필요할 뿐이지, 그 속에 빠지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로와 안정은 노출과 둔감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5. 연민심 훈련 프로그램
임상의들은 환자와의 작업에 연민심 훈련을 포함시키거나 환자들이 연민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마음챙김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과 마음챙김에 기초한 인지치료(MBCT) 프로그램은 자기연민의 증가를 보여준다. 자기연민은 마음챙김 훈련과 긍정적인 정신건강 사이에 ‘결정적인 태도 요인’으로 보인다. 연민적인 자각은 MBSR과 MBCT 프로그램에 내포되어 있다.

현재 연민심을 배양하기 위해서 특별히 고안된 많은 훈련 프로그램들이 개발 중이다. 연민심 배양 훈련 프로그램(Compassion-Cultivation Training program : CCT), 에모리 연민심 명상계획서(Emory compassion meditation protocol), 비폭력적 의사소통(NonViolent Communication : NVC), 연민적인 마음 훈련(Compassionate Mind Training : CMT), 마음챙김적 자기연민 훈련(Mindful Self-Compassion training : MSC)이 그것이다.

6. 연민심을 제공하는 심리치료
인간 간의 만남에서 연민심은 언어,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등 미세하고 섬세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전해진다. 치료 관계는 모든 형태의 연민심 지향적인 심리치료의 주요한 구성요소가 된다. 연민심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고통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치료사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술은 안전하고 판단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서적 고통과 함께 머무는 능력이다. 나는 첫 번째 환자를 맞이하기 전에 간단히 서원한다. ‘내가 연민심을 가지고 슬픔에 열려 있기를.’

7. 치료사를 위한 연민심 수행
자기연민 훈련은 치료사의 기능과 웰빙에 건강한 영향을 준다. 편안한 자세로 ‘부드러움, 위로, 허용’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으로도 연민적인 마음상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치료에서 연민심을 배양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연민심 주고받기 호흡(Breathing compassion in and out)’이라 부른다. 고통이나 불편함을 느낄 때,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당신의 몸을 연민심으로 채우고, 내쉴 때 당신의 환자에게 연민심을 보낸다.

8. 연민심피로 다루기
심리치료는 정서적으로 지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연민심피로(compassion fatigue)라고 부른다. 연민심피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두 가지 마음-훈련 수행은 자기연민과 평정심을 떠올리는 핵심 문구를 반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 연민심피로를 위한 문구
* 자기연민 :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내가 평화롭기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기를.

* 평정심 : 모든 이들은 자기 삶의 여정에 있다. 내 환자가 괴로워하는 원인은 내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원해도 그들의 고통을 사라지게 만드는 능력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 순간이 견디기는 어렵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특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평정심과 자기연민 문구는 전문가의 다양한 상황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됨으로써 그 문구들은 신뢰할 수 있고, 생생하고, 살아 있는 것으로 경험된다. 비록 그러한 특별한 문구는 우리가 편안하고 행복할 때는 냉정하거나 책임감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환자의 고통에 압도되고 있을 때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데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서광 스님이 해설하는 심리치료와 불교>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임상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거머가 엮은 『심리치료에서 지혜와 자비의 역할』(학지사 刊) 중에서 연민심과 지혜 부분을 발췌하고, 발췌 원고에 대한 서광 스님의 해설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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